[3신: 3일 오전 1시 40분]뒤집힐 듯 안 뒤집히는 득표수... 오세훈 지지자 속 뒤집혀 3일 0시 30분 태평로 프레스센터 1층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70여 명의 선거운동원·당직자·지지자·국회의원이 숨죽여 TV 화면을 지켜보고 있지만, '뒤집힐 듯 뒤집힐 듯 뒤집히지 않는 득표수'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개표를 시작한 이래, 0.5에서 0.2%포인트를 오가며 앞서가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세훈 캠프' 사람들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애타는 마음에 "죽은 귀신이 산 사람 못잡아 간다"고 외치는 이도 있었다. '죽은 귀신'이란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산 사람'은 오세훈 후보다. '노풍'이 오세훈을 꺾을 수 없다는 믿음이지만, 좀처럼 역전하지 못하는 득표율은 '오세훈 캠프' 사람들을 극도의 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결국 자중지란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급기야는 지지자들간 멱살잡이도 벌어졌다.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는 60대 한 지지자가 난동을 벌인 것.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이 지지자는 오세훈 후보에 대한 욕설을 했고, 이는 옆에 있던 한 여성과 말다툼으로 번졌다. 이후 또 다른 지지자와의 다툼이 발생해 멱살잡이로 이어졌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들이 실랑이를 말리고 이 지지자를 상황실 옆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갔지만 실랑이는 더욱 격렬해졌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은 "(지방선거에서 져서) 이제는 민주당 세상이 될 판인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후보의 욕을 할 수 있느냐"고 술 취한 지지자를 선거사무소 밖으로 쫓아냈다.
오세훈 "사실상 한나라당 패색 인정, 아직은 지켜봐야"
오세훈 후보는 2일 오후 6시부터 10여 분간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한 뒤 여의도 당사 방문도 취소하고 내내 시장 공관에 머물렀지만, 개표율이 30%를 넘어선 3일 새벽 1시경에는 선거사무소에 모습을 나타냈다.
오 후보가 나와 개표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하자 어수선하던 선거사무소 분위기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오 후보는 약간 침울하면서도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YTN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오 후보는 "생각했던 것과는 결과가 다르고 아직도 그것을 지켜봐야겠지만, 사실상 한나라당의 패색이 짙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사무소에는 권영세 서울시당 위원장과 장광근·김성태·권영진·김성식·진수희 의원 등 서울지역 한나라당 의원들과 오 후보의 선거를 도운 김동성·조윤선 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비웠다가를 반복하면서 초조한 모습이다.
한편 정몽준 대표최고위원과 다른 최고위원들, 김무성 원내대표 등은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 모여 있다. 대표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대표와 당 지도부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TV를 통해 개표방송을 주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사무처의 각 사무실도 불은 켜져 있지만, 남아 있는 당직자들은 소수다. 이들도 간간이 대화를 나누며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조해진·정미경 한나라당 대변인들도 선거 진행 상황에 대해 어떠한 공식 중간 평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단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나와야 어떤 평가라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 대변인의 말이다.
서울시장 개표결과가 어느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기 전까진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입은 굳게 닫혀있을 것으로 보인다.
[2신 : 2일 오후 10시 50분]조금씩 안정 찾는 한나라당... '수도권 2곳' 승리 요건으로 설정 지방선거 개표가 시작되면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듯했던 한나라당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지방선거 승리 요건으로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2곳 승리'라는 마지노선을 세웠다.
정몽준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20여 분간 TV카메라 촬영을 위해 개표상황실을 찾은 이후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당사를 방문하기로 돼 있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일정을 취소하고 공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안정을 찾아가는 당직자들도 있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끝까지 개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은 "출구조사는 너무 까다로워서 오류가 좀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개표 과정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선전을)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이 출구조사에 대해 "너무 까다롭다"고 말한 부분은 출구조사 과정에서 조사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설문 내용의 항목이 많아 시민들이 조사에 응하길 꺼린다는 것. 특히 노년층의 경우 이런 조사에 쉽게 응하기 힘들다는 것이 한나라당 부진의 이유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정 사무총장은 이어 "서울과 경기만 되면 이기는 거 아니냐"며 "서울은 꼭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 수성' 즉 수도권에서 2곳 이상의 승리를 거두느냐를 승패의 기준으로 하겠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이 승패의 기준을 이같이 잡은 것에선 지난 10년간 다져놓은 수도권 입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엿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당선시킨 것을 시작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야당보다 훨씬 많은 국회의원들을 배출하면서 수도권 입지를 다져놨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인천 중 2곳 이상에서 패배하면, 집권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수도권을 야당에게 내줘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
오후 10시 30분 현재 대부분의 개표상황이 10% 초반이나 한자리수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당직자들의 초조함이 더해가고 있다.
[1신: 2일 오후 6시 50분] 출구조사 결과에 "아니야, 아니야" 당혹... "개표 보자" 2일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정몽준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정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정병국 사무총장, 고흥길 정책위의장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은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이날 오후 6시 당사 개표상황실을 찾았다.
그러나 투표 종료와 동시에 방송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는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표정은 금세 굳어졌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확실히 우세한 것으로 나오는 곳이 경북·대구·부산 등 5곳에 불과했고, 서울·인천·경남·강원·충북 등에서 야당에 지거나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게 겨우 0.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아~" 하는 탄식이 곳곳에서 새어나왔고 인천에서도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후보에게 6.6%포인트 지는 것으로 나오자 장내에 웅성거림이 번졌다.
정 대표는 등을 의자에 붙이지 못한 채 말없이 TV화면만 지켜봤고,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정병국 사무총장은 들고 있던 서류로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정 대표는 "아쉬운 점은, 한나라당을 지원해주시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으니까 막판에 다소 자만하지 않았는지 염려가 된다(는 것)"며 "출구조사도 조사 기관마다 다르니 차분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와 판이하게 다른 이날 출구조사 결과에 당황해하는 기색은 당직자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아니야, 아니야"라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 대표를 비롯한 의원과 당직자들은 20여 분 만에 당사를 떠났다.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이번 선거 여론조사와 분석을 담당했던 진수희 의원도 "하루 사이에 이게 무슨 일이야, 말도 안 돼"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개표결과를) 기다려 봐야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