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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상 전등사 대웅보전 나부상
나부상전등사 대웅보전 나부상 ⓒ 김강임

신록이 무르익은 5월은 마음까지 파랗다. 파란 계절에 떠난 곳은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에 자리잡은  전등사. 역사와 문화의 요람인 강화도를 일컬어 사람들은 '우리나라 역사를 축소해 놓은 섬'이라고 말한다.

 

강화도의 대표적인 곳은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전등사가 아닌가 싶다. 전등사야말로 우리나라 역사의 섬에 최고의 도량이기 때문이다.

 

전등사 전등사
전등사전등사 ⓒ 김강임

 

전등사 전등사
전등사전등사 ⓒ 김강임

전등사 가는 길에는 비가 내렸다. 비오는 날 절집은 고요하리라 믿었지만, 전등사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많아 북적거렸다. 절집으로 들어서니 정족산이 구름을 이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날의 축복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음에 은행나무 아래에도 대웅보전에도 꽃등이 대낮의 절집에 수를 놓았다.

  

은행나무 전등사 은행나무
은행나무전등사 은행나무 ⓒ 김강임

 

전등사 전등사
전등사전등사 ⓒ 김강임

우뚝 솟아 있는 남문의 문루인 종해루를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나약한 인간에게 종해루는 너무 높아 서있는 게 아닌가. 생각 같아서는 전등사를 호위하고 있는 삼랑성을 따라 걷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곧바로 적묵당 앞에서 비를 피했다. 수령을 알 수 없는 고목 은행나무에 신록이 피어났다.

 

대웅보전 전등사 대웅보전
대웅보전전등사 대웅보전 ⓒ 김강임

전등사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대웅보전, 대웅보전 지붕아래 앉아있는 나부상이다. 아니, 지붕을 받혀 들고 앉아 있는 나부상이다. 지붕을 이고 있는 나부상을 찾기 위해서는 보물찾기를 해야 한다. 언뜻보면 찾아 볼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원숭이가 요술을 부리듯이 지붕을 이고 있는 모습은 동물 같기도 하고, 나체의 여인같기도 했다. 곡선이 심한 지붕 아래에는 동물조각과 연꽃으로 장식한 모습을 볼수 있었다. 아담한 법당의 크기와는 달리 숨은 그림이 많았다.

 

    

나부상 전등사 나부상
나부상전등사 나부상 ⓒ 김강임

 

지붕 아래 조각 전등사 지붕 아래 나부상
지붕 아래 조각전등사 지붕 아래 나부상 ⓒ 김강임

신성한 법당 지붕 아래 옷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은 왜 지붕을 이고 있을까?

 

이에 대한 전설은 흥미롭다. 16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전등사는 여러 차례 화재를 겪었고 대웅보전도 여러 번 중건되었다 한다. 지금의 나부상이 만들어진 것은 17세기 말,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들었던 기억을 되살렸다.

 

나라에서 손꼽히는 목수(도편수)가 대웅보전 건축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공사 중 사하촌이라는 주모와 눈이 맞았다 한다. 도편수는 주모와 함께 살 날을 기대하며 대웅보전 불사를 마무리하고 있었지만, 공사 막바지에 여인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다. 한마디로 배신당한 격이다.

 

꽃등 전등사 꽃등
꽃등전등사 꽃등 ⓒ 김강임

그 배신감에 분노가 일 테지만, 목수는 마음을 추스르고 대웅전 공사를 마무리했고, 대웅전의 처마 네 군데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지붕을 떠받치는 조각이 만들어졌다 한다. 특히 나부상 네 가지 조각이 각기 다르다. 옷을 걸친 나부상이 있는가 하면, 한손으로만 처마를 떠 받든 나부상도 있으며, 두 손 지붕을 지켜든 나부상도 볼수 있다.

 

비록 전설 속 이야기이지만 부처님을 모신 법당 지붕에 목수가 조각한 나부상은 도망간 여인의 배신감은 물론, 부처님의 자비까지 해석되고 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스토리인가. 전등사 꽃등은 나부상의 비밀을 알고 있을까?


#전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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