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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지방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  팽팽한 접전을 예고했다.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후보 47.4퍼센트, 한명숙 후보 47.2퍼센트 그야말로 그동안의 예상을 깨뜨린 초박빙의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개표초반에는 오세훈 후보가 다소 앞서가는 양상을 보였으나 밤 10시가 넘어가자 라디오에서 한명숙 후보가 드디어 오세훈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한명숙 후보를 지지해 온 필자는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밤을 잊은 채 라디오 소리에 온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그렇게 한동안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근소하게 앞질러가며 서울시장 타이틀의 험난한 능선을 넘어가는 듯싶었다. 나는 다음날 한명숙 후보의 "축 당선"이라는 뉴스를 기대하며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렇게 일어난 오늘 아침 다시금 노트북 앞에 앉아 실시간 떠오르는 뉴스에 두 눈을 고정하자 '한나라당 패배, 민주당 대승'이라는 한줄 뉴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태로 이번에도 압승을 기대했으나 올해 지방선거는 15년만의 최대투표율 54.5퍼센트의 기록을 낳으며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대거 이끌어 냈다.

 

투표율이 55퍼센트를 넘으면 과거 노무현 대선 당시의 상황이 재현된다는 뉴스가 났었는데 그에 비견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의 흡사한 수준이다. 민주당의 승리,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 유도 등 보수가 아닌 진보세력에 표가 몰린 것이다.

 

오세훈 후보는 하룻밤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기분일 것이다. 승리하고서도 찜찜함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4년 서울시장 임기에 대한 평가가 이번 표심으로 증명되었기에 한 달여도 채 선거준비를 하지 못한 한명숙 후보에게 간발의 표차로 이겼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서울시장 행정수행 능력에 대한 시민들의 엄연한 평가라는 의미에서는 더욱더 냉혹한 현실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명숙 후보는 참 선전했다.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가 되어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으며 차기 대권주자로도 간간히 떠오르곤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온전히 계승하고 있는 민주당의 핵심인물인 한명숙 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성과를 통해 차기의 입지를 더욱 곤고하게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서울시장에 낙선하였지만 서울시민들의 민심을 가슴으로 알게 되었으며,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차기 선거에서도 유용하게 이끌 수 있다는 프리미엄을 얻게 되었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막판 한나라당의 텃밭인 강남권에서의 몰표로 겨우 역전했다는 꼬리표를 한동안 지우기 힘들게 됐다. 그동안 오세훈 후보가 일구어왔던 뉴타운 사업이나 관광서울, 디자인 서울 등의 사업이 결국 친서민적이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은 사업이었음이 이번 표심으로 증명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은 물론, 충청남북도와 강원까지 석권하며 상당부분 물갈이를 실현했다. 또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에서도 인천을 건져 올려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내며 여권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 충남도지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로 불렸던 안희정 후보 당선, 경남도지사에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김두관 후보 당선, 그리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끝까지 접전을 벌인 유시민 전 장관의 강세는 친노세력의 새로운 결집과 부활 예고하는 발화점이 될 거 같다.    

 

국민들은 냉정했다. 아니 이제 점점 더 현명해졌다. 천안함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가 산산이 침몰돼 가는 지금 '잃어버린 10년'이란 타이틀로 야권을 공격해 왔던 한나라당의 뒷수습이 바빠졌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에 일격을 가한 한명숙 후보를 필두로 한 개혁세력에 박수를 보낸다.

 


태그:#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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