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47.8%. 뒤늦게 뛰어든 소수야당 후보로서 의미 있는 지지율이다. 초반부터 20%포인트가량 벌어져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던 지지율 격차는 개표 결과 4.4%포인트로 좁혀졌다. 선전이었다.
그러나 대역전극은 없었다. 유시민 후보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를 넘어서지 못했다. 선거를 3일 앞둔 지난달 30일,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사퇴와 지지 선언에 '단일화 바람'을 기대했지만 순풍은 불지 않았다.
'아쉬운 패배'라는 탄식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어 나왔다. 안타까움은 패배의 이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지지자들은 18만 무효표, 심상정 후보의 사퇴 시기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호남층의 외면, 유시민 후보와 국민참여당의 자성 필요성 등도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18만 무효표 공개 청원 올라와18만 무효표는 대표적인 패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투표 수 대비 무효표 비율은 4.04%로 인천의 4배, 서울의 6배가 넘는다. 지지자들은 유 후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무효표 18만3000표, 아직 끝난 게 아닌 듯"(이건성)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선관위 도장이 없는 표가 있었다', '심상정 후보의 사퇴를 선관위가 제대로 알리지 않아 무효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3일, 다음 아고라에는 경기도지사 무효표를 공개하게 하자는 청원이 올라와 6만7000명이 서명한 상태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도 무효표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글이 2000여 건 올라왔다.
이와 함께 유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사퇴 결단을 내린 심 전 대표를 도리어 원망하는 이들도 있다. 심 후보 미니홈피에 글을 남긴 김경진씨는 "좀 더 결정을 빨리 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원망했다.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글을 적은 '칭찬맨'도 "우물쭈물 늦게 사퇴해 투표용지에 이름이 다 나와서 20만 표가 사표가 되었다"며 패배를 심 후보 탓으로 돌렸다. 심 후보의 늦은 사퇴로 투표용지에 '심상정'이 적혀 있어 대량 무효표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심 전 대표 지지자 중 일부는 심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사퇴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선택한 '의지 표명' 차원이다. 윤현정씨는 심 후보 미니홈피에 글을 올려 "'왜 그러셨는지, 그러실 수밖에 없었는지' 묻고 싶다"며 "비록 사퇴했더라도, 심상정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홈페이지에는 "기권한 심상정에게 투표해야 당원의 뜻이 전달된다", "무효표가 되겠지만 난 그래도 심상정 찍으련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유시민 "진보신당 비난 이야기 들을 때마다 부끄럽다"반면, 유 후보 측에서 패배를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누리꾼 김대욱씨는 "전라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아직 서운함을 갖고 있다, 유시민을 용서하지 않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더 누리고, 무슨 애국을 더 한다고 지금 청와대에 있는 거냐"며 여러 차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난했었던 유 후보를 전통 호남층이 받아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때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던 국민참여당 홈페이지에도 "상대방을 포용하고 배려하는 덜 날카로운 모습"(ID 42세)이 필요하다는 충고가 올라왔다. ID '천개의 바람'도 "경기도지사 석패를 보니, (국민참여당이) 노풍을 등에 업은 집단이라는 인식을 바꿀 이미지 경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선관위와 사퇴한 심상정 후보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유시민 후보와 국민참여당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 후보도 "패배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나섰다. 유 후보는 4일 성명서를 내고 "자기가 원하는 선택을 할 권리가 있는 유권자가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거나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면, 그 원인은 도지사 후보였던 나의 부족함에서 찾는 것이 옳다"며 "결과를 두고 재투표를 요구하거나 진보신당 당원들을 비난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진다"고 밝혔다.
유 후보의 이 같은 의견 표명에 누리꾼 '이솔'은 "욱하고 흥분해서 악악했던 내가 부끄럽다"는 의견을 남겼고, 누리꾼 '행복할 권리'도 "공감한다,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