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적 상상으로 아날로그화한 영상작품이 관객들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3일부터(오는 9일까지) 대전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8층 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권순환(배재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학부 교수) 설치조형예술작가의 '권순환(부제 : Cube... Reload)'전은 작품마다 공간적의미인 큐브를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아날로그적 차분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선사하고 있다.
작가는 98년부터 최근까지(13년 동안) 좀 더 하이테크 한 디지털 실험영상 작업을 계속해온 터라, 이번 아날로그화로 변신한 작품은 단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
5일 작품을 관람한 전우진(전북대 시각디자인학과 강사) 작가는 "작가가 마음속에 간직한 따뜻한 감정이 작품으로 드러난 것 같다"면서 "사람과 소통하고, 세상과 대화를 하려는 작가의 넉넉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전영은(31, 대전 중구 선화동)씨는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한 작품이라서 색다르게 다가왔다"면서 "작품을 통해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과, 생각하는 것만큼 육체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함께 작품을 관람한 정자혜(25, 대전 전민동)․곽보경(20, 대전 지정동)씨는 "2차원과 3차원을 접목한 창의적인 작품인 것 같다"면서 "작품에 큐브를 넣어 공간미도 있지만, 일부작품은 색감이 다양해 여성적인 면이 풍기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권 작가는 지난 98년 서신갤러리 개관 초대전(cube전) 이후 13년 만에 입방체(큐브)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시명칭인 '권순환'전의 부제를 '큐브... 리로드'전이라고 붙이기도 했다. 당시의 큐브전은 '영상과 기계와의 유희적 만남'이라는 주제의 영상설치작업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영상 시퀀스 개념의 페인팅 작품들이다.
5일 오전 권 작가는 이번 작품의 특징을 "그동안 해왔던 디지털영상을 아날로그영상으로 전환한 전환점에 있는 전시회"라면서 "큐브의 빈공간을 모티브로 해, 디지털적 상상을 아날로그적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일축했다.
작가는 입체의 가장 단순하고 완벽한 모양인 입방체(큐브)를 모토로 일관되게 작업을 해왔다. 초기 작품에 등장한 입방체는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생기는 소통의 문제를 표현하는 매개체로 사용했고, 이후 구조적인 현상, 즉 입방체 구조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추구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상에서 건물구조나 호수가 밤풍경에서 보여 지는 풍경의 복잡한 체계를 중요한 특징만 남기는 추상적인 선(線)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이미지와 가장 간단한 선으로 이우러진 입방체와의 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 오브제를 포함한 12작품(12점)이 전시됐다.
권 작가는 지난 94년 일본 쯔쿠바대학대학원 예술연구과(총합조형전공)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기초조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면서 배재대학교 공연영상학부 영상예술전공 교수이다. 그는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8번에 걸친 미디어아트 개인전시회를 열었고, 21세기 국제아트전, 아시아 4개국 국제작품전, 한일 국제교류작품 초대전, 군산 허수아비 미술제, 디지털아트 네트워크전시회 등 국내·외 수많은 초대전 및 그룹전에 150여 작품을 전시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