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달 전쯤 초등학교 5학년짜리 우리 아들이 아직도 먼 금년 성탄절 선물로 핸드폰을 사달라는 주문을 하더군요. 그 말을 처음 들을 때만 해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했는데 날짜가 지나면서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불과 이십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교회 교우 가정에 가정용 전화도 없어서 내가 '그래도 좀 무리를 해서라도 집에 전화는 좀 놓고 살라'고 권유해서 어렵게 전화를 놓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전화 한 대 놓는데 약 27만~29만 원 정도 했고 전화기 없이 사는 집이 한 두 집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요새는 그 엄청난(?) 전화를 각자가 휴대하고 다니는 세상이 됐으니 속된 말로 "기가 차고 매가 차고 순경이 빠따 찰 일"입니다. 옛날엔 전화국에서 놔주는 전화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이동통신사에서 상품경쟁을 치열하게 하며 소비자를 유혹하는데 어느 회사는 070 인터넷 전화를 설치하겠다고만 하면 무료로 설치해 주고 감사의 표시로 현금 24만원을 즉시 준다고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난리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따라 초등학생들까지 전부 휴대전화를 들고 폼 잡는 시대가 됐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우리 아들 반 아이들 중 이거 없는 애들이 열 명 미만이라고 했었는데, 엊그제 아들 친구가 나한테 하는 말은 우리 정민이만 없고 다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면서 날 압박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다 필요한 건 아닌데 다 들고 다니니 안 들고 다니는 우리 아들 기가 꺾일까봐 요새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난 사줘도 공짜 폰에 요금이 제일 저렴한 걸로 해줄 건데 다른 애들 얘길 들어보니 딴 학교 어떤 아이들은 50만 원에서 100만 원짜리를 들고 다닌다는군요. 사실 내 핸드폰도 그런 돈 주고 사 본 적이 없고 다 그럭저럭 얻은 건데 아들한테까지 그렇게 적용시킬 수는 없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세상이 너무 규모 없이 흘러가는 거 같아서 찝찝합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문자도 주고받고 벨소리도 선물해주고 쉬는 시간에 사진도 찍고 게임도 하고 그런다는데 없는 아이들은 멀거니 그거 구경만 하고 있는 게 소위 쪽팔리다네요. 난 초등학교 교실에 안 가 봐서 모르겠는데 말을 들어보니 휴식시간이면 아이들이 전부 핸드폰 가지고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답니다. 참 나 원~

 

아동 대상 범죄도 많고 때로는 아이들하고 급히 연락할 때도 물론 있고 그래서 학부모들이 하나 둘 사준 건데 이게 유행이 되어 버렸으니 이걸 어쩌나 하고 생각중입니다. 나 같으면 남들이 백만 원짜리 핸드폰을 들었든, 금으로 싼 핸드폰을 들었건 아무 상관도 않고 살겠지만 아이들이야 어디 그렇겠습니까.

 

그렇다고 그냥 사 줄 수는 없어서 일단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네가 올 백을 맞으면 사줄게"했는데 너무 어려운 조건인가요? 내가 이 얘길 했더니 어떤 사람이 '그게 안 사주겠다는 얘기지 사주겠다는 얘기냐'고 하더군요. 근데 우리 아들은 머리가 좋아서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번엔 평균 98점을 맞았더라구요. 그러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거 같기도 합니다.

 

이참에 다른 학부모들 원망 좀 했습니다. 그건 왜들 다 사줘가지고 우리 아들 기죽게 만드냐고요. 핸드폰 사주는 거야 사실 몇 푼이나 되겠습니까. 그야말로 공짜 폰도 많던데 문제는 매달 사용하는 통화요금에다 쓸데없이 그거나 만지면서 하라는 공부는 소홀히 할까 망설이겠죠. 꼭 필요한 건 아닌데 남들 다 사주니 안 사줄 수도 없고 하여튼 조금 더 고민해 보고 성적 나오는 거 보고 누구 말마따나 유엔안보리에 부쳐서(ㅋ) 결정할 생각입니다.


#휴대전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