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하반기 대여 공세의 채비를 마쳤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승리한 선거"라며 몸을 낮추면서도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투표로 드러난 민심을 관철시키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민주당은 7일 오전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6월 임시국회 및 하반기 정국 대책 등을 논의했다. 지방선거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분위기에서 열린 이날 워크숍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초록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의원들은 밝은 표정들이었고 담소를 나누는 중에는 웃음소리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중단', '세종시 수정안 철회' 등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날이 섰다.
"4대강·세종시 수정 저지 민심 관철시켜야"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수용해야 하고 민주당이 수용하도록 해내야 한다"며 "4대강 사업 중단, 세종시 원안 추진, 한반도 평화 유지, 이 세 가지에 대해 꼭 성과를 내도록 하자"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변재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도 "4대강 사업 중단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사업비를 집중 집행한 후 내년부터는 매몰비용, 복구비용이 커서 돌이킬 수 없다며 사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세종시 수정안 저지 입장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산업입지법, 기업도시개발법, 혁선도시법 등 5개 법안을 반드시 저지하고 원안을 관철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일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4대강, 세종시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서 공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강경 투쟁에 나설 경우 오는 7·28재보선에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은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합리적 대안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기로 했다.
"'싸우지 말고 일 좀 하자'는 자세로..."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청년실업문제, 골목경제, 재래시장,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을 확인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생과 서민을 보호하는 초당적인 대책이 나오도록 해달라, '싸우지 말고 일 좀 하자'는 자세로 접근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개선하는 37개 '브랜드 법안'을 선정하고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다.
민주당은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학교급식법' 및 '초중등교육법'과 5세 유아에 대해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유아교육법', 5세 이하 아동에 대해월 10만 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아동복지법' 처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변재일 부의장은 "무상급식법안의 경우 6월 국회, 늦어도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고 2011년 예산안 심사에 무상급식 예산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며 "지방자체단체도 교육청과 함께 무상급식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수립하고 필요한 조례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대기업 슈퍼마켓(SSM) 규제를 내용으로 한 '유통산업발전법'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을 위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군복무자 등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취업후 학자금상환특별법'도 함께 처리해 나가기로 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 조사결과 발표를 반박할 수 있는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공식적인 대응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또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검경수사권조정, 검찰의 기소독점권 폐지 등 검찰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스폰서 검사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데 의석수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의석수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라는 '빽'(배경)을 얻었다"며 "국민들이 민주당이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겠다고 한 만큼 국민들을 믿고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을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노력을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당내 비주류, 강력한 쇄신 요구 목소리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는 민주당의 강력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튀어나왔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쇄신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이번에 민주당을 밀어준 국민들의 심정은 패악질하는 자식 대신 좀 신통치 못해 보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자식을 밀어준 부모와 같을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소통의 부재, 당내 민주주의의 훼손에 대해서 치열한 토론과 평가와 반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이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민주당의 법통만 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바꾸겠다는 각오로 쇄신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재일 부의장도 "외형상 드러난 선거결과에 자만하거나 오판해서는 안 된다"며 "재집권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스스로의 노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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