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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는 7일 "집값 하락으로 대도시 민심이 이반됐다"며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매일경제>는 7일 "집값 하락으로 대도시 민심이 이반됐다"며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 <매일경제> PDF 갈무리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부동산규제 풀어라?"

 

지난 7일 <매일경제>가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집값 하락 탓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선거 분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언론·인권 탄압, 민주주의 후퇴, 4대강 사업 강행 등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거 뒤, 한나라당 내에서 청와대에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수·경제 신문이 '한나라당 패배 요인=집값 하락'을 주장하는 것은 지방선거 후폭풍에 기대어 이명박 정부에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수·경제 신문이 '선거 패배 요인=집값 하락' 주장 들고 나온 까닭은?

 

지난 5일 <중앙일보> 인터넷판(조인스닷컴)에는 "집값 하락으로 중산층 표심이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보도가 실렸다.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설득력 있는 분석이 아닌, 한 개발업체 회장의 발언과 기자의 해설뿐이다.

 

기사는 "선거일 밤에 개발업체 회장이 서울 서초구청장 득표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열세를 보이는 시점에 전화를 걸어와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부글부글 끓는 중산층의 속마음이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이를 두고 "집값이 하락한다고, 서민들이 더 싼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해도 서민층의 표심이 여당으로 향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친 여당 쪽이었던 중산층의 여당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라고 해설했다.

 

이에 앞서 <헤럴드경제>는 더욱 노골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이 신문의 장용동 논설실장은 4일 칼럼에서 "수도권의 야당 압승은 집값 영향이 더욱 컸을 것이다, 정부·여당은 (부동산 규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서민은 보금자리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는 7일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부동산규제 풀어라?"라는 기사에서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분야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5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하며 부동산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집값 떨어져서 한나라당 패배?... "집값과 선거, 큰 관련 없어"

 

 6.2 지방선거 참패 후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6.2 지방선거 참패 후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그렇다면, 집값 하락이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매경>은 9일 '아파트값이 지방선거 판세 갈랐다?'라는 기사에서 경기지역 31개 시·군 가운데 여당이 이긴 10개 지역 중 9곳이 2006년 11월 대비 2010년 6월 집값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한나라당이 집값이 오른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집값이 내린 곳에서는 패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신문은 김포시를 예로 들며, 전통적인 여당 성향이었지만 집값 하락 탓에 한나라당 후보가 낙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이곳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56.63%의 득표율을 올려,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43.36%)를 큰 득표차로 따돌렸다. 그렇지만, 예컨대 집값이 상승한 의정부시의 경우 도지사 선거에서는 김문수 당선자가, 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안병용 당선자가 더 많은 표를 얻는 등 집값 등락과 선거 결과의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

 

또한 최근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대체로 야당 후보보다 많은 지지를 얻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시장·구청장 선거 모두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도 한나라당 소속의 도지사·시장 후보가 민주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용인시의 경우, 도지사는 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은 민주당 후보가 각각 더 많은 득표를 했다. 집값 하락과 민심 이반 간에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집값과 이번 선거는 큰 관련이 없다, 집값 하락이 가장 거센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몰표가 나왔다"며 "집값 하락으로 손해를 본 유권자가 민주당 등 야당에 표를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압박 위해 '선거 패배 요인=집값 하락' 주장

 

여야 모두 집값을 지방선거 승패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지 않았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집값 떨어졌다고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은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불만 때문이지 집값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선거 패배의 후폭풍이 불고있는 한나라당에서도 패인을 집값 하락으로 보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오히려 반대다. 10일 당·정·청의 쇄신을 요구하며 초선 의원들이 돌린 연판장에는 "친서민 정책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한나라당 패배" 주장을 '짜맞추기'라고 비판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부동산 언론'들이 이명박 정부에 부동산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압박하기 위해 민심까지 왜곡하며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 부소장은 "지금도 과도한 집값 때문에 집을 살 수 있는 수요가 고갈돼 있고, 가계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동산 거품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언론들의 규제 완화 요구를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집값 하락#6.2 지방선거#부동산 시장#지방선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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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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