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쇄신모임'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섰다.
'쇄신모임'은 16일 기존의 원내 중심으로 열렸던 모임을 원외로 확대해 '쇄신연대'로 발전시키기로 결정하고 임시지도부 구성 및 전당대회 룰 변경 등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또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오는 17일부터 '쇄신연대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권역별 당원 대회, 대규모 당원행동대회 등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쇄신모임'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당의 진로' 토론회에서도 정세균 대표 체제를 집중 성토하며 당의 쇄신을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박주선, 강창일, 주승용, 이종걸, 장세환, 최문순 등 모두 의원 24명이 참석, 열띤 모습을 보였다.
쇄신모임 공동대표인 김영진 의원은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이 좋아서 지지한 것이 아니었다"며 "당내에선 지도부가 이에 대해 반성하고 쇄신하려는 노력보단 승리에 도취돼 오히려 MB정부의 독선과 오만의 모습을 취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동대표 천정배 의원 역시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생각하면서 민주당에 표를 주신 것"이라며 "현재 민주당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과감한 쇄신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제2의 창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학진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제기했던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정세균 대표의 반응을 언급하며 실망감을 표했다. 문 의원은 "정 대표는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 실패한 실험'이라고 잘라 말했다"며 "이는 공당의 지도자로서 문제가 있다, 여러 사람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공론화해서 의견을 모으는게 당연히 취해야할 자세"라고 비판했다.
전당원투표제·임시지도부 요구, "체육관 선거 하려면 당 간판 내려야"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강창일 의원은 "정세균 지도부는 현재의 민주당을 인물, 정책, 비전 없는 3무 정당으로 만들었다"며 "당헌·당규조차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있어 아직도 가건물 수준의 정당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지도부의 문제점으로 ▲ 당권·대권 독식주의 ▲ 당의 '사당화' ▲무 능한 리더십 ▲ 소통 부족 등을 꼽은 강 의원은 ▲ 당권·대권 분리 ▲ 완전개방형 전당원투표제 도입 ▲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 ▲ 전당대회를 위한 임시지도부 구성 등을 촉구했다.
강 의원의 문제 제기에 다른 의원들도 적극 동의하고 나섰다.
천정배 의원은 "전당원 참여가 봉쇄된 체육관 선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그런 전당대회를 유지하는 것보단 민주당의 간판을 내리는 게 나을 것"이라고 강 의원을 거들었다. 또 "입당 후 바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의 국민투표로 해 20~30대 젊은층들이 민주당을 성원하고 당원을 획기적으로 배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당권·대권 독식주의'에 대해 "선수가 심판도 함께 보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과거엔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함께 당을 운영하고 함께 책임을 졌는데 지금은 완전히 주류가 독점하고 있다, 7월 초 임시지도부를 반드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원들은 이번 쇄신모임의 성격이 단순한 계파 간 당권 경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추미애 의원은 "과거 독재시대엔 야당이 한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해 당을 운영했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현 시대의 야당 운영이 한 개인에게 독점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재의 논의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추 의원은 이어, "지난 2년 동안 '인물이 없다, 대안이 없다'는 지적을 계속 받으면서도 지도부가 이를 타개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주류, 비주류라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배숙 의원도 "한나라당의 비민주성에 대해선 엄청나게 비판하지만 우리 당의 의사결정구조도 투명하고 공개적이진 않다"며 "주류-비주류 세력 다툼으로 오해를 받을까 부담스럽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당이 진정한 민주정당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환 의원은 "민주당이 어떤 현안이든 말만 있었고 행동과 실천이 없었단 지적에 동의한다"며 "진보적이고 친서민적인 정책을 내놓는 한편, 보다 선명하고 강력하게 투쟁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전 임시지도부 구성, 무리 있는 주장"-"정당한 게임 룰 위한 것"
주류 측은 임시지도부 구성 등을 촉구하는 비주류의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쇄신모임의) 요구는 토론해볼 만한 사안"이라며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꾸려지면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공식적인 당 입장을 밝혔다.
우 대변인은 그러나, 7월 초 임시지도부 구성 요구에 대해선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나, 전당대회를 8월로 미룬 이유가 재보궐 선거 때문인데 선거 전에 임시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라 판단된다"며 "당장 임시지도부를 구성하면 재보궐선거는 어떻게 치르나"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쇄신모임'은 이에 대해 "임시지도부로도 선거를 치르기엔 무리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학진 의원은 "임시지도부로 선거를 치르면 된다"며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동수로 구성해 선거를 치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진 의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해당 지역위원장 등이 광역단체장 경선에 출마하게 되는 경우 3개월 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쇄신모임의 주장은) 정당한 게임룰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쇄신모임'은 이날부터 각 시도당 지역위원장, 당무위원을 상대로 '반 정세균 연합' 동참 여부를 타진할 계획이다. 문 의원은 "이미 정대철, 정균환, 문병호 등 원외 인사들을 만났다"며 "전국 권역별 당원 대회를 거쳐 내달 4일 '쇄신연대'로 공식 출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쇄신연대' 차원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단일지도체제인지, 집단지도체제인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관련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진 않았다"면서 "아직까지 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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