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하셨네요. 한마디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그렇죠. 비일비재했죠." (조규영 시의원)조규영 시의원이 처음으로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2006년. 106명의 시의원 가운데 '비한나라당 의원'은 단 4명(열린우리당 2명, 민주당 1명, 민주노동당 1명)에 불과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야5당이 서울광장조례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무려 10만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은 사연 뒤에는, 서울광장 개방에 찬성하는 시의원 10명을 찾을 수 없었던 '아픔'이 있었다.
조 의원은 "4년 동안 '소수' 시의원으로서 무력감을 느낄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광장 개방과 관련된 사안이었다"고 회고했다. 조 의원은 "각종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에서도 저희들(비한나라당 의원들)은 배제됐다"면서 "의회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상황이 다 진행되고 난 다음에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상황은 역전됐다. 오세훈 시장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서울시의회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06년 개원 당시 106명 가운데 4명에 불과했던 '비 한나라당'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79명으로 늘어났다. '여대야소' 구조가 '여소야대'로 반전된 것이다.
'설움'이 많아서일까.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가 함께 마련한 '서울시의회가 바뀌면 서울시가 확 바뀐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 4명의 목소리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당선자들은 한목소리로 "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시정운영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그리고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말이다.
김형식 당선자는 "시의회의 도움 없이는 시장도 성과 내는 시정을 하기 어렵다"는 '경고'를 보냈고, 김용석 당선자는 이명박·오세훈 시장의 지난 8년간의 서울시정을 '고삐 풀린 망아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에 비유하면서 "제가 그 고삐를 조이고 브레이크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용석 당선자는 "낭비되고 잘못 쓰여온 예산들을 조사하기 위해 의정활동의 50% 이상을 자료 요청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재선에 성공한 조규영 시의원 당선자를 비롯해 김용석·김형식 당선자, 교육 분야 비례대표인 김명신 당선자 그리고 시민단체를 대표해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맡았다. 염 사무처장은 "시의회에서 적당하게 타협하고 만다면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 못한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바뀐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회권력 준 것은 오 시장에게 '지난 4년처럼은 하지 말라'는 뜻"
박원석(이하 박) : 서울시의원 당선자가 보는 이번 지방선거는 어땠나.김형식(이하 김형) : "시민들이 서울시를 오세훈 시장에게 맡긴 건, 어쨌든 민주당이 서울시를 운영할 만한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하지만 시민들이 현명하게도 오세훈 시장에게 지난 4년처럼은 하지 말라는 판정을 내려줬다. 시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오 시장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줬다."
김명신(이하 김명) : "트위터에서 '민주당을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썼다'는 이야기를 봤다. 민주당이 자기 성찰하는 데 좋은 계기를 제공한 것 같다."
조규영(이하 조) : "처음에는 시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염증, 속상함은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저희를 바라보셨던 것 같다. 그런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진실성이 느껴지셨는지 후반으로 갈수록 많은 호응을 보여주셨다."
김용석(이하 김용) : "민심이 무섭다는 걸 느꼈다."
염형철(이하 염) :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아쉬운 게, 오세훈 시장이 너무나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의 시정에 대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는 천안함 사태가 있었고, '본선'에서는 야권의 선거 전략이 MB정권에 대한 심판이라 오세훈 시장의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자신의 목소리 낼 수 없는 '거수기'로"
박 : 민주주의에 있어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해야 하는데, 지난 4년간은 작동하지 못했다. 조규영 당선자, 한나라당 일색이었던 서울시의회는 어땠나. 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에 대해)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했나, 아니면 거수기였나. 조 : "2006년도에 개원할 때, (시의원) 106명 가운데 열린우리당 2명, 민주당 1명, 민주노동당 1명을 제외하고는 다 한나라당이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부분은 의회를 운영하는 데 중요한 의장단, 상임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각종 의사결정 기구에서 야당의원들은 다 배제됐다는 것이다. 의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정보를 취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이 다 진행되고 난 다음에 저희가 알게 되고."
박 : 왕따 당하셨네요. 한마디로. 조 : "그렇죠. 비일비재했죠. 초선의 한나라당 시의원들 중에서도 오세훈 시정에 대해서 의욕적으로, 개혁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자 했던 의원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문제제기를 하면 지구당 차원에서 혹은 상임위 차원에서 '그냥 넘어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나라당의 의욕적인 의원들조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이게 서울시 의회의 모습인가'라는 자괴감과 회의가 들었다. (오세훈 시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하지 않았다."
박 : <오마이뉴스>가 트위터를 통해 누리꾼들로부터 '여소야대 서울시의회, 이것부터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설문을 했다. 3위는 일자리·학자금 지원 확대다. 김명 : "이번 서울시의회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서민경제 파탄이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고 학자금 문제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한명숙 후보 같은 경우 '사람특별시'라고 해서 서울시 예산의 절반 이상을 복지예산에 써서 일자리, 학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트위터리안의 의사들도 그렇고 전 서울시민의 열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노력하겠다."
박 : 2위는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다. 오세훈 시장은 하위 30%까지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김형 : "저는 순리적으로 풀어갔으면 좋겠다. 오세훈 시장이 시민들의 확고부동한 뜻을 받아주시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끝까지 거부할 경우 시의회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예산심의권도 있고 조례제정권한도 있다. 시의회의 도움 없이는 시장도 성과 내는 시정을 하기 어렵다."
박 : 1위는 서울광장 개방이다. 지난해 서울시민 10만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서 조례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서울시의회는 지금까지도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있다. 조 : "지난 4년 동안 '소수'의 시의원으로서 무력감을 느낄 때 여러 번 있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광장 개방과 관련된 사안이다. 개원이 되면 이 조례안은 우선적으로 시급하게 처리할 것이고,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정활동 50% 이상 '낭비 예산' 자료 요청하는 데 쓰겠다"
박 : 앞으로 4년간 쟁점이 될 만한 사안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지난 4년 동안 홍보예산이 문제가 됐다. 과잉 편성한 것 아니냐, 예산 낭비 아니냐는. 조 : "오세훈 시정 4년 동안 쓴 홍보예산이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이전 시장들 홍보예산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는 보도가 있었다. 엄청난 홍보예산을 사용했다. 그렇게 많은 홍보를 해서 얻은 효과가 무엇인가. 서울시민의 삶에 변화가 있었나. 예산은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앞으로 예산의 심의의결권을 정확하게 사용할 것이다."
박 : 깎으시겠다?조 : "물론이다."
박 : '광장'의 문제로 대표되는 소통의 문제도 있었다. 홍보예산은 많이 썼지만 일방적인 홍보였다. 시민들은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시민들과 소통 구조를 어떻게 만들 건가. 김형 :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로 시민들은 처음으로 시장과 시의회 권력을 다르게 줬다. 시장을 제대로 감시하고 그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역할을 우리에게 맡겼다. 이 과정에서 시와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연계의 역할을 시의회가 해야 한다. '시민소통의원회'와 같은 방안은 당선자들과 더 이야기해볼 것이다."
박 : 7월 1일에 시의회 임기가 시작되는데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씩 말해 달라. 김용 : "자료 요청을 많이 하겠다. 모든 자료를 집행부에서 독점하고 있어 공개가 안 된다. 의정활동의 50% 이상을 자료 요청하는 데 쓰겠다. 낭비되고 잘못 쓰여온 예산들을 조사하겠다."
박 : 서울시 공무원들이 싫어할 말씀이다. 김명 : "학부모들의 염원인 '내 아이가 평화롭고 질 좋은 공교육을 받는 것'에 주력하겠다. 서울인구가 천만이 넘기 때문에 웬만한 나라보다 인구가 많다. 그런데 그동안 시의회에서 감시와 견제가 이뤄지지 않아 거수기 역할만 했다. 그러다보니 시민들도 (시정에) 무관심해지고 '기대도 안 한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는 사이 서울은 '특권교육'으로 지탄받고 있다. 서울시민이 교육과 관련해서 느끼는 불편함을 학부모, 교사 처지에서 처리하겠다."
"기대와 관심은 동전의 양면, 저희가 잘못하면 바로 내쳐질 수 있어"
박 : 염 처장께 묻겠다. 서울시의회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도 있을 것 같다.염 : "의원님들께서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니까 행복하다. 뭔가 바뀌겠다 싶다. 서울시의회가 하기 힘든 일도 많다. 서울시는 예산이 20조 원이나 되고 서울시 공무원도 2만 명이 넘는다. 대규모다. 의원님들이 100명이라고 하지만 여러 정책에 간여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기는 어렵다.
또 어려운 조건이 뭐냐면, '서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역할을 하고자 할 때 연대해서 지원해줄 단체가 없다. 언론활동도 열악하다. 서울시가 쏟아내는 보도 자료를 써내는 정도에 그칠 뿐,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사실상 와해되거나 정지됐다. 시의원님들이 새롭게 출발하려면 굉장히 고생이 많으실 거다(웃음)."
박 :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의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께서 앞으로의 각오, 결의, 다짐을 이야기해 달라. 김형 : "어쨌든 초심을 잊지 않고 항상 지역구민들과 소통하고 여러분들의 뜻이 시정에 반영되도록 하겠다. 그리고 싸우겠다. 오세훈 시장이 잘못 쓰는 예산이 교육과 복지에 많이 쓰일 수 있도록."
조 :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증폭되어 있는 이 상황이 든든하면서도 동시에 긴장감을 유발한다. 어떻게 보면 그 기대와 관심은 동전의 양면이다. 저희가 잘못하면 바로 내쳐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도 역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구체적 대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싸움. 정말 시민이 원하는 대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소통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관철시키기 위한 싸움을 해나갈 것이다."
김명 : "지역구가 없어서 민원이 없기 때문에, 시의원 되고 나서 당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열심히 싸워달라'였다. 싸울 일이 많을 것 같다. 열심히 싸우겠다."
김용 : "저는 지난 8년간 이명박, 오세훈 시장의 시정운영을 '고삐 풀린 망아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에 비유하고 싶다. 제 스스로 모범이 돼서 고삐를 조이고 브레이크 역할을 하겠다. 궁극적으로 서울시민이 행복한 서울시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염 : "시의회에서 적당하게 타협하고 만다면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 못한 것이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바뀐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
박 : 서울시행정은 지자체가 생긴 이래로 늘 비슷했다. '지자체 2기'를 열겠다는 혁신적인 의지와 열정으로 시의회에서 확실한 변화를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