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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해묵은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교사의 인격적인 지도를 낯설어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들어 학생들에게 심한 체벌을 가하는 교사들을 보기도 어렵지만 아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사의 통제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의 인권보장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는 현실 속에서도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의 태도는 퍽 이중적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한 아이가 저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께 할 말이 있어요. 저, 제가 선생님께 잘못한 것 같아요. 선생님이 처음엔 착하신 것 같아서 좋았는데 갈수록 화를 내시고 그래서… 죄송해요, 선생님."

 

아이가 저에게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지난 주 우리 반이 학교 급식 도우미 차례가 되어 6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섰습니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수저와 식기를 반납하면 그것을 받아 잘 정리해 놓는 것이 그들이 할 일이었습니다. 학교 급식실에는 냉방시설이 되어 있었지만 쉴 새 없이 손을 놀려야 하는 아이들은 더위에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특유의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저 또한 그들 곁에서 나름대로 할 일을 찾아서 함께 일을 했습니다. 부채질로 아이들의 등을 시원하게 해준 것도 그 일 중 하나였습니다. 아이들의 등이 시원할 것을 생각하면 차마 부채질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공평하게 여섯 명의 아이들을 번갈아가며 부채질을 해주다보니  몸은 조금 피곤해도 마음만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아마도 그 아이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한 동안 저를 미워하고 마음을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반성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그 아이 때문에 저도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산만한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은 교사의 일입니다. 저는 그 일을 비교적 잘하는 편입니다. 수업방식을 개선하거나 적절한 대화기술을 사용하면 매를 대거나 화를 내지 않고도 그런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매에 길들여진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매를 대면 쉽게 될 일을 어렵게 말로 하고 있는 교사가 답답할 뿐입니다. 매라는 신호가 오기 전까지는 행동의 변화를 보일 필요를 느끼지 않는 아이들은 매를 댈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지만 그러다보면 매가 아니면 안 되는 그들의 '병'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그 해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날 아이에게 해준 말입니다. 

 

"오늘 선생님, 정말 행복하다. 이렇게 너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네가 착하기 때문이야. 네 마음의 반성도 반성이지만 넌 선생님을 기쁘게 해주려고 그런 거잖아.  넌 선생님이 왜 매를 대지 않나 싶겠지만 만약 내가 매를 댔다면 네가 오늘 나를 찾아와 이런 말을 하지 못했을 거야. 너의 착함이 이렇게 나를 기쁘게 해주지도 못했을 거고. 고맙다."

 

그날 제가 찾은 해답은 '사랑의 일관성'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교사의 인격적인 지도를 낯설어하는 것도 알고 보면 교사의 사랑에 대한 신뢰의 부족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과도 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사랑의 신뢰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얼굴만 보아도 행복한 그 아이의 생일 때 써준 시입니다. 멋진 경찰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의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겐 꿈이 있어요!

 

나에겐 꿈이 있어요, 부를 노래도 있죠.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팝송으로 영어를 배우는 시간

I have a dream!

노랫말을 함께 배우면서

난 줄곧 너를 생각했단다.

 

때가 왔다는 걸 알게 되면 

나는 강을 건널 거예요

내겐 꿈이 있으니까요

 

이 가사에 이르러서는

언젠가 네가 꿈을 이루기 위해    

강을 건너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지.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어릴 적 그 꿈은 비록 접었지만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꼭 멋진 경찰이 되겠다고

넌 찔레꽃보다도 더 하얗게 웃으며 말했었지. 

 

갈 길이 너무 멀어

어둠 속에서 헤매도

그럴 가치가 있게 만드는 

나에겐 그런 꿈이 있다고

 

꿈을 꼭 이룰 거라고

때가 되면 강을 건널 거라고.


#순천효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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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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