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5당과 시민사회가 21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친이계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여권의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상정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여·야는 세종시 수정안 관련법안을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진 철회' 대신, '국회의 선택'으로 공을 돌린 만큼 '안락사' 시키기로 합의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고흥길 정책위의장 등 친이계 일부는 수정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에 상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위원회 결정이 본회의에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그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여야 한다"는 국회법 87조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 5당과 분권균형발전전국회의·지방분권국민운동 등 시민사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이계 일부의 수정안 본회의 상정론을 "구차하고 비열한 꼼수이자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모르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집권여당, 청와대 꼭두각시 노릇 하느라 민심도 안중에 없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세종시, 4대강 사업, 친환경 무상급식은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특히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원내대표단에서 합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여·야가 조율하고 합의한 사항이 일부 친이계의 '돌발행동'으로 흔들리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이러한 합의정신을 위배하고 한나라당에서 청와대 지시를 받고 무리하게 본회의 상정 운운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일부에선) 역사의 기록에 남기겠다고 했는데 이미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운찬 국무총리가 이날 자신을 포함한 의원들에게 수정안 관련 친전을 보낸 것을 거론하며 "이는 국회 행위를 국무총리나 정부가 방해하는 일이라고밖에 안 보인다, 이런 일을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계가 상임위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더라도 본회의로 넘겨 표결처리해야 한다는데 이는 사실상 여야 합의를 뒤집는 것"이라며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느라 민심도, 여·야 합의도 안중에 없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강 대표는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민심을 외면하고 국민 여론과 야당의 주장을 무시한다면 6.2 지방선거보다 더한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안 문제, 이 정도면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고 경고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정부·여당이 이번 선거가 끝난 다음에 세종시 수정안 처리방침을 논의할 때 '장렬한 최후를 맞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처럼 죽을 듯하다 안 죽는다면 그건 장렬한 최후가 아니라 구질구질한 최후"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이어 "이런 구질구질한 정치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라며 "정녕 이렇게 한다면 국민들은 정부·여당의 그 구질구질한 정치를 다시 한 번 매섭게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야 5당과 시민사회는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 등 관련자 전원 해임 및 세종시 기획단·민간합동위원회 즉각 해체 ▲행정도시 정상 추진 지연으로 인한 피해 보상 ▲정부 이전기관 변경고시 즉각 이행 등도 함께 촉구했다. 또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상경집회 및 충청권 내 결의대회 등 후속 행동을 밟아갈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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