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조사해서 군대를 전부 죽일 놈 만들어놨어, 아주 형편없이 만들어놨어. 앞으로 장군들이고, 영관장교들이고 막 대들어요! 감사원이 감사한다면. 엉?"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원유철 위원장) 후반기 첫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타격점'은 희한하게도 '감사원'이었다. 지난 10일 발표한 감사원의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국방부 직무감사 결과를 놓고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감사원이 군의 사기를 꺾어놨다"는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감사원도 선의로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편들어줬지만, 적극 방어해 주지는 않았다. 천안함 침몰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 뭇매를 맞던 때 "감사원의 직무감사를 청구하겠다"며 머리를 숙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여야 의원들이 쏟아내는 감사원 비판에 김 장관은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듯한 표정도 지었다.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의 요청으로 직무감사에 나섰던 감사원은 졸지에 조리돌림을 당하는 '죄인'이 됐다.
졸지에 죄인된 감사원... 4성 장군 출신의원들 조리돌림 '성토'
불만은 주로 '군 출신' 의원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특히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은 감사원을 향해 "감사관들 몇급 짜리", "작전의 '작'자도 모르면서", "군대나 다녀왔느냐"는 등 독설을 퍼부었다. 이 의원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이다.
이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감사원이 군대를 전부 죽일 놈 만들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는 지휘책임을 지고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이상의 합참의장과 관련해 "훌륭한 사람인데 완전히 병신을 만들어서 내보냈다, 좋아할 사람은 김정일밖에 없다"고 열을 올렸다.
그는 "감사원 조사 받은 장군들 만났더니, 감사원이 조사를 하는지 수사를 하는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더라"고 전하면서 "자꾸 유도신문을 해서 불만이 많다, 장관이 참고해 달라"고 끝까지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
군 출신 국회의원들의 '감사원 때리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국방부장관 출신의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감사원이 함정수사를 했다, 대한민국의 승전이라는 대청해전, 연평해전 때 감사를 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지적이 안 나오겠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아마 두 해전의 지휘관 두 사람도 다 처벌감이었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치며 화답했다.
이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진실이고, 국방부 결과 발표는 전부 거짓말과 조작, 은폐라고 인식하는 게 문제"라고 국방부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어 그는 "국방부는 잘못을 시인하고, 시정 방향을 발표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혀줘야 한다"고 김 장관에게 주문했다. "감사원과 군이 마찰을 빚더라도 해야 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4성 장군(육군 대장) 출신의 서종표 민주당 의원도 "(직무감사 신청) 취지는 좋았지만 엄청난 결론이 났다, 군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군의 불명예를 씻기 위한 책임은 국방부장관에게 있다"며 국회의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제가 정리하고 수습할 시간을 달라"고 답하며 사실상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민간 출신의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의원도 "감사원 감사가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논쟁과 군 내부의 상하 불신 증폭을 가져왔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상의 합참의장이 '군은 무능하거나 부도덕하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게 안타깝다"며 "도대체 감사원이 군을 직무감사할 전문적 식견을 갖고 있는 것이냐"고 '별' 출신 동료 의원과 국방부를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김태영 장관 "징계 대상자 25명 억울한 사람 없도록..."'선배 장군'들의 지원에 힘입은 듯 김 장관은 이날 감사원의 징계 대상자로 통보된 25명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군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해 징계를 최소화 하겠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김 장관은 "감사원에서 25명의 명단을 넘기면서 세부적 내용은 장관에게 위임했다"며 "법률적으로 검토해서 문제가 심각한 것은 분명히 밝히고, 한편으로는 해당자가 억울함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이상의 합참의장에 대해서도 그는 "도의적인 책임을 진 것으로 안다"고 말해 사실상 징계나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