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김창규 외 25인 저, 느티나무 아래 펴냄)은 독특하게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수많은 그들, 권력과는 줄이 전혀 닿아 있지 않을 것 같은 일반 대중들이다.
2009년 어느 날, 출판사가 길거리로 나가 일반인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만일 대통령이라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까?" "대한민국,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왜 그런 점수를?"
시민들은 그동안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섭섭하고, 실망하고 분노하며 바라왔던 것들을 답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특별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카 같은 분이 절대 통째로 말아먹을 수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나라당에서 배운 그대로, 조중동과 한나라 등을 밑둥부터 잘라버리겠다" 등등.
한편으론 네티즌들에게 공모했다. '당신이 만일 대통령이라면 무엇을 '우선'하고, 어떤 일들을 중점으로 할 것인가? 한마디로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국민들을 어떻게 받들 것인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등을.
응모한 글은 60여 편, 딴지일보 김어준 사장을 비롯한 몇 사람이 수상자들을 선정했고, 지난 3월에 책이 출간됐다. 기획부터 응모, 길거리 인터뷰, 심사와 교정 등 대략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독특하게 출생한 책이 아닐는지?
이 책은 이처럼 출판사가 기획했지만, 그 알맹이는 일반인들의 말과 생각들이고 기대와 희망이다. 그러니 책속 내용들은 어찌 보면 우리들이 그동안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가장 원했던 것들, 가장 하고 싶었던 말들과 거의 어긋나지 않으리라.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들이 권력만을 추구하지 공인으로서 철저히 책임을 지고 의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정치인의 행보를 감시하고 권력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인 개개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치행보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언론은 각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또는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객관적 관점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구를 설치하여 인터넷 사이트나 간행물을 통해 정치인들의 행적을 기록하고 평가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정치적 인증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특정 정치인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실시간으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서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 또한 연예인들이 팬클럽을 관리하듯 이미지 메이킹에 치중하고 마케팅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강태호 '대한민국 정치인 인증제 시행하자' 중에서
네티즌들에게 공모, 당선된 글 중 하나인 '대한민국 정치인 인증제 시행하자'한 부분이다. 제안자 강태호씨는 이 말에 앞서 말한다.
"정치적 인증제란 정치를 하려는 사람과 정치인 모두를 인증기관(특정 정당이나 언론사로부터 완전히 독립된)에 등록해서 그들의 정치행적을 기록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인증을 거치게 하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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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어려움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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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예비 정치인과 모든 정치인은 각자의 정책제안과 실행보고서를 포털사이트에 올리게 하자 ②정치인들을 정기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줌으로써 불법으로 재산을 축적했거나 불법행위, 연루된 비리 등을 밝히게 하자 ③철새 정치인들의 행보를 포털 사이트에 기록, 지나칠 경우 경고하고 다시는 정치를 못하게 하자 ④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빠짐없이 기록함으로써 공약이나 발언 등을 얼마나 실천하는지 알게 하자 ⑤민심동향을 파악하여 보고서를 내게 하고, 민심에 반하는 정책을 펼친 정치인을 파악하게 하자 ⑦연말연시에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하는 정치인들의 평소 행보를 등록, 정치인들이 평소에는 이들을 얼마나 찾는지 그 실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하자.
- 책 속에서 간추려 정리
그리고 이처럼 인증기관의 역할과 장점들을 3페이지에 걸쳐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제시한다. 이와 같은 정치인 인증제를 제안하는 그 이유들도 조목조목 들려줌은 물론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이 뽑아야 할 후보에 대해 눈에 보이는 것만 알 뿐, 거의 모르기 일쑤기 때문이라는 것. 또 하나는 현 대통령은 10% 엘리트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
고향, 이미지, 동정심에 끌려 후보를 선택하진 않았나요?
사실 이 글을 읽으며 내가 겪은 그동안의 대통령 선거, 투표 그 선택을 돌아 봤다. 내가 정말 원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경우는 몇 번인가? 한편으로 누군가가 당선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 누군가를 저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를 선택해야만 했던 지난날의 투표도 씁쓸하게 떠올랐다.
언제나 느끼지만, 국민들이 존경하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는 얼마나 행복한가? 진심을 다해 뽑아주고 싶고 믿고 싶은 대통령 후보자가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말이다.
여하간 저자 말대로 그 후보(정치인)에 대해 구체적인 것을 알고 선택하기보다는 같은 지역출신이라는 것, 지향하는 방향(여당 혹은 야당)이 같다는 것, 왠지 사람이 좋아 보인다는 것, 나처럼 가진 것이 별로 없는 계층 출신이라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그만큼 좀 더 헤아려 줄 것이라는 것, 지난날 고난이 많았음에 대한 동정심 등에 이끌려 선택한 것 같다.
나만 그럴까?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더러더러 물어 봤는데 말이다. 그러니 이런 우리들을 위해 이 제도는 꼭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런지라 그 어떤 글보다 많은 생각을 하며 읽은 글이 되었다.
책에는 10대부터 40대까지, 학생 혹은 직장인, 인기 블로거 등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계층 수많은 사람들의 솔직한 기대와 희망들이 표출되고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대통령과, 어떤 정치인, 어떤 대한민국을 원할까?
▲노동자들의 가뜩이나 적은 임금은 삭감하고, 먹을 것 걱정 없는 정치인들의 임금은 인상하는 어이없는 실태라니!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부관계자, 국회의원의 임금부터 삭감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환경과 아이를 마음 놓고 낳아 키울 수 있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헌신할 ▲장애인들도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교육과 입시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세트장 같은 관광지들을 없애버리고, 인재들이 대기업이 아닌 곳에서도 만족하면서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환경을▲문화(창작)가 자유로운 나라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에 맞게 국민에게 주권을 줌으로써 주권의 맛을 제대로 알게 ▲21세기형 학생에겐 21세기 교육을 ▲점수에만 치중하고 체력은 등한시하는 절름발이 교육은 이제 그만! ▲국민들의 지지가 많은 정치인에게는 특별 보너스를 주겠다. 등, 다양하다.
덧붙이자면, 이 책은 독특하고 다양한 속살을 가졌다. 이 책은 네티즌들에게 공모하여 선정된 글이 책의 기본적인 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내용 사이에 길거리에서 만난 10~40대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정치와 선거관련 상식,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위한 반짝 아이디어, 초청발언대 등 다양한 시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 중간에 삽입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혹은 현 대통령에 대한 풍자만화(그림 그린 이:소복이)는 재밌다. 그 내용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해산하지 않았다면? 최규하 전 대통령이 12·12와 5·18에 대해 증언했더라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의 조문을 갔더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보고속도로를 만들지 않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를 나왔더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서명하지 않았더라면? 등이다. (윤보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당연히 다뤘다.)
이처럼 이 책은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그래서 넘겨 읽는 재미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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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길거리 인터뷰 중 일부 -"인정머리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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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 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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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책속 이야기들은 오늘날 우리 대다수 시민들이 대통령과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것들이다. 바꿔 말하면 이 시대의 가장 솔직한 민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난 이 책을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예비정치인들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혹은 유권자)'들의 진짜 속마음과 바람을 진솔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대로 사랑하고 존경하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것이다.
인간사회가 오로지 약육강식의 논리로 움직인다는 주장은, 그 주장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싶은 누군가의 또 다른 이데올로기 공세일 뿐입니다. 이 불순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 이성과 합리성에 제자리를 돌려주지 못한다면, 우리사회에는 더 이상 어떤 변화도 성숙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선 외국에서 태어난 이론이나 사례에 너무 많은 자리를 할애하지 않겠습니다. 이 시대 한국사회라는 현장을 직시하고 정면 대결하여 몸부림치는 고민과 발언을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전문가나 권위자의 의견만을 중시하지 않겠습니다. 생활 속에서 문제를 체감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반 시민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또 한편으로 전문가의 견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출판사의 '기획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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