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초중고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전쟁 시나리오' 공모를 '재난 대응 아이디어 공모'로 바꾸기로 했다. 19일 <오마이뉴스> 등의 보도 뒤 시민과 누리꾼의 항의가 빗발치자 서둘러 기존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21일 서울 초중고에 보낸 공문에서 "서울시에서 '현대전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시나리오 공모'를 시행하였으나,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변경한다고 한다"면서 "(공모명을) '각종 재난 등 위기상황발생시 준비태세 및 시민대응 요령 아이디어'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교육청은 기존 '현대전 시나리오' 작성이라는 공모 유형을 바꿔 "지진, 풍수해, 대형화재 및 테러(사이버테러 포함) 등으로 조정하였으니, 각급 기관에서는 홍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말썽을 빚은 공모 유형에서 '현대전'과 '시나리오'라는 단어를 모두 삭제한 것이다.
'전쟁'과 '시나리오' 단어 모두 빼고 변경 공모서울시청 관계자는 "시민, 학생의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공모를 기획했는데 명칭에서 오해가 있었다"면서 공모를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서울시가 행사를 21일 급히 변경함에 따라 같은 날 각 학교에 변경 안내 공문을 다시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전쟁 시나리오 공모' 안내 공문을 이 지역 2100여 개 초중고에 보낸 때는 지난 17일. <오마이뉴스>가 이 공문을 보도(
전쟁 시나리오 쓰라니... '얼빠진' 서울교육청)한 뒤 이틀 만에 기존 공문이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앞서 19일 <오마이뉴스>는 "적의 입장에서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서술하라"고 예시되어 있는 시교육청의 '전쟁 시나리오 공모' 공문을 단독 입수해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이라는 교육시민단체의 의견과 함께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시교육청과 서울시가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유례없는 '전쟁 시나리오 공모'를 진행하면서 화해와 평화통일을 강조해온 기존 교육방침을 거스른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발달 정도를 우선해야 할 시교육청이 서울시 행사에 무비판적으로 박자를 맞춘 행위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