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있어 자유로운 이동권의 보장은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과 함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 중 도시철도는 장애인, 노약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교통수단이다. 더욱이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도시철도는 독립보행과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점자표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부산도시철도(1, 2, 3호선)의 89개 역사의 출입구, 승강장, 개표구, 화장실, 안내촉지도, 엘리베이터의 점자표기 및 유도블록 등을 대상으로 점자표기의 오표기, 출입구의 번호표기 누락, 손상, 미설치, 유도블록불량, 안내촉지도의 설치여부 및 불량 등 6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부산도시철도 점자표기가 전체적으로 엉망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부산도시철도 전체 89개 역사 중에서 오표기가 발생한 역은 평균 70.8%로 나타났고 출구 번호 표기 누락은 53.9%, 점자 표기 손상은 29.2%, 미설치는 31.5%, 안내촉지도 불량 및 미설치는 27%로 나타 도시철도 점자표기설치의 불량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각장애인에게 방향 설정을 해주는 유도블록의 불량은 42.7%로 조사됐다. 특히 점형블록 대부분이 화장실로 가는 분기점에서 분기점을 나타내는 점형블록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화장실로 인도하는 선형블록이 없어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이용해 독립적으로 화장실을 찾기가 도저히 불가능한 상대인 것으로 조사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거의 모든 역에서 점자표기나 유도블록에 문제가 있었으며 점자표기의 파손 역시 심각해 조속한 관리 및 교체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며 그렇다고 예산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사업도 아니"라면서 "조금만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한다면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적으로만 하자가 없으면 된다는 생각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로 편의시설을 제공하기 보다는 장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도시철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