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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의 집시법은 헌재 결정에 반하는 개악"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여야 합의하에 집시법을 상정했다. 이날 회의는 물리적 충돌없이 여야간의 토론으로 진행됐으며 심도있는 심사를 통해 절충하는 시간을 갖기로하고 산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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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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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놓고 여·야는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앞서 상임위 위원장석 점거 및 질서유지권 발동 등으로 극한 대치 국면을 맞았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5일 "강행처리 않겠다"는 합의 아래 집시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이렇다 할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다만, 여·야는 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절충하는 시간을 계속 갖기로 결정했다.
일단 서로 급한 불은 끈 셈이다. 수적으로 앞서는 한나라당은 집시법 개정안을 상정시킴으로써 이후 표결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이날 상임위에서의 개정안 표결 처리를 막아섬으로써 오는 28일, 29일 본회의 상정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을 1차 저지했다.
'집시법 개정안' 여·야 입장 차이 현저... 불씨 여전히 살아있어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내린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한 해석차가 확연히 갈리고 있어 여·야 간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과잉금지 위배의 원칙 위배'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 일몰 후 일출 전 옥외집회 금지 규정이 직장인, 학생 등이 집회·시위를 통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기 때문에 금지 시간 폭을 줄이는 것이 국회가 마련해야 할 개정안의 방향이란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위헌'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 일몰 후 일출 전 옥외집회 금지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이기 때문에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부득이하게 제한해야 한다면 '시간'보단 '장소'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이름으로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은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 주거지역 ▲ 군사시설 ▲ 교육시설 주변에서의 옥외 집회를 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민주노동당은 강기갑 의원 이름으로 "야간옥외집회 규정을 아예 삭제하자"는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현행 집시법에 소음규제, 교통 방해, 폭력 금지 등 제한규정이 있는 만큼 정부와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무질서·혼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느긋한 민주당 "6월 30일 지나도 혼란 없다"
당장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정안을 '촛불집회 금지법'으로 명명하고 정면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현행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오는 7월부터 효력이 상실되는 만큼 급하게 나설 이유도 없단 입장이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에서 "한나라당은 6월 30일까지 촛불집회 금지법이 개정되지 않을 시에는 큰 혼란이 오고 헌법이나 법률위반 사항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조항이기 때문에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헌재 판결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헌재가 지정한 6월 30일까지 개정되지 않더라도 현행 집시법에 충분히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 만큼, 우리가 말려들 필요가 없다"며 "충분히 국민과 시민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촛불집회 금지법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정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과의 협상 이전에 당내 다른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해보자는 의견이다. 현재 천정배 의원은 질서유지인을 둘 것을 조건으로 야간옥외집회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고, 강창일 의원은 해당 야간옥외집회 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결국 복수의 개정안에 대한 검토 작업이 선행될 경우, 여·야가 서로 의견을 절충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28일, 29일 본회의 전까지 행안위 통과 여부도 사실상 불가능한 셈.
행안위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국회는 헌재가 명시한 6월 30일이라는 시한에 억매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개악안"이라며 "앞으로 뜻을 같이 하는 야당의원들과 함께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개악안 추진을 막아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어떤 예단도 하지 말고 기다려달라"며 "지금으로선 (여당과)계속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조급해진 한나라당, 야당 향해 맹비난하면서 '양보' 신호도 보내
한나라당은 이번 집시법 개정안 표결 처리 불발로 상대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치안공백을 막기 위해 이번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선 집시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대해 당보다 청와대에서 더 신경을 쓰고 있단 얘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친이계에서 본회의 부의를 준비 중인 '세종시 수정안'과 함께 집시법 개정안도 상임위에서 강행처리된 뒤, 28~29일 본회의에 직권 상정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도 현재 "민주당이 무책임하게 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더 양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보내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행안위 위원장실을 방문해 "(야간집회 금지시간을)많이 양보해 오후 11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까지로 했는데, 더 양보할 수 있다"면서도 "개정안이 오는 28일~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행안위 간사인 김정권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대화와 타협은 계속 하겠지만 사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 당 원내대표단의 절충 과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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