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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8월 1일 한국을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제주에서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8월 1일 한국을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제주에서 만났다.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참으로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았다. 그동안 네 번에 걸쳐 쓴 '증언'에서 밝혔듯이 이들은 거짓말과 이로 인한 신뢰의 붕괴, 종교적 편협함과 독선·일방주의, 전쟁 모험주의, 안보위기 상황의 정치적 악용,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침해, 강경파들의 우세와 주변 인사들의 오만 방자, 집권 여당의 의회 다수 지배와 이들의 무비판적 충성, 정권 친화적 언론 토양, 대북 강경론 등 참으로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었다.

 

또 하나의 닮은 점이 있다. 지금과 후대에 치명적인 부담이 되는 재정 악화와 엄청난 국가부채를 남겨 놓는 점이다. 먼저 부시의 경우를 한번 보자.

 

'시한폭탄' 같은 미국의 국가부채

 

미국의 '나라 빚'(국채)이 매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국 국가부채 시계'(US National Debt Clock)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28일에 들어 가 보니, 현재 미국의 국채는 13,050,592,448,189 달러 39센트였다. 13조 달러가 넘었다. 미국 인구를 대략 3억8600만 명 정도로 보면, 미국인 한 사람이 걸머지고 있는 나라 빚이 무려 4만2283 달러(우리 돈으로 5천만 원 정도)나 된다. 더 놀라운 것은 2007년 9월 이후 매일 늘어나고 있는 나라 빚이 무려 40억 달러가 넘는다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에 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거의 5조 원의 나라 빚이 늘어나고 있다!

 

나라 빚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재정 적자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그 누적분에 대해 엄청난 이자 지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쉽게 개인의 경우로 비유하면 매년 발생하는 개인의 빚이 정부의 재정 적자인 꼴이고, 매년 개인 적자가 누적되어 개인의 전체 부채가 되듯이, 해마다 발생하는 재정 적자가 누적된 총액이 국가부채다.

 

개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재정수지가 적자가 되는 것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재정수지가 심각한 적자 수준으로 돌아선 것은 '보수주의 혁명'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 '부자 감세'로 정부의 세수가 크게 줄어든 반면, '강력한 미국'을 앞세우면서 국방비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난 로널드 레이건 이후부터다.

 

'부자 감세'와 국방비 급증이 빚은 국채 눈덩이

 

미국의 연방재정 적자, 국가부채, 국방비 추이
(단위:억 달러)
연도 연방정부 수지 국가부채 국방비
1980 -731 9,077 3,034
1981 -738 9,978 3,173
(로널드 레이건)
1982 -1,205 1조1,420 3,394
1983 -2,076 1조3,772 3,667
1984 -1,852 1조5,700 3,817
1985 -2,215 1조8,230 4,054
1986 -2,379 2조1,200 4,266
1987 -1,683 2조3,500 4,279
1989 -2,053 2조8,574 4,277
(조지 부시)
1990 -2,776 3조2,333 4,097
1991 -3,214 3조6,653 3,581
1992 -3,404 4조0,646 3,795
1993 -3,003 4조4,114 3,586
(빌 클린턴)
1994 -2,588 4조6,924 3,386
1995 -2,263 4조9,724 3,216
1996 -1,740 5조2,246 3,074
1997 -1,032 5조4,131 3,053
1998 -299 5조5,261 2,967
1999 19 5조6,562 2,984
2000 864 5조6,741 3,117
2001 -324 5조8,074 3,078
(조지 부시)
2002 -3,174 6조2,282 3,287
2003 -5,384 6조7,832 4,049
2004 -5,679 7조3,790 4,559
2005 -4,936 7조9,327 4,953
2006 -4,344 8조5,069 5,359
2007 -3,434 9조76 5,274
2008 -6,021 10조242 4,944
2009 -1조4,200 11조9,000 4,943
(버락 오바마)
ⓒ오마이뉴스 고정미
옆의 <표>을 보면 미국의 연방정부 적자와 국채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다. 그러니까 1981 회계년도 연방정부 적자 738억 달러는 1980년 9월부터 1981년 8월까지의 미국 연방정부 적자이고, 국채 9978억 달러는 81년 회계연도가 끝난 당시 국채의 총액이다.

 

레이건이 1981년 2월에 취임하였으니, 그의 정책이 제대로 반영된 것은 1982년 회계연도부터인 셈인데, 표에서 보듯 1982 회계연도부터 연방재정 적자와 국채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레이건이 취임했을 때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1천억 달러 아래였던 것이 그 뒤 해마다 2천억 달러 안팎의 재정적자가 발생했고, 취임 때 1조 달러 미만이었던 국채가 8년의 임기를 끝낼 때에는 거의 세 배나 늘어났다. 그렇게 된 것은 앞에서 밝힌 대로, '부자 감세'로 인해 수입은 크게 줄고, 국방비 지출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의 경제적 논리로 활용된 것이 이른바 '공급 사이드 경제학'이었다. 아서 래퍼(Arthur Laffer)라는 교수가 주장한 이른바 '래퍼 곡선' 이론이 차용되었다. 누진세가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억제하기 때문에 세금을 대폭 깎아주면 그 반대의 현상, 즉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 상당한 생산력 증대와 경제성장이 뒤따른다는 것이었다. 부자와 기업, 보수주의자들이 좋아했던 경제논리였다.

 

보수주의 혁명의 기치를 들고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은 바로 '부자 감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의 세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공급 사이드 경제학'과 '래퍼 곡선' 이론은 그 뒤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실증되지 못한, 별 볼일 없는 이론으로 정리되었다).

 

여기에다 정부 지출이 크게 늘었다. 레이건은 보수주의자답게 '작은 정부'를 외쳤다. 그런데 항공산업에 대한 탈규제 등 정부규제를 없애는 면에서는 '작은 정부'를 추구했으나, 정작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방비 지출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정부'를 지향했다. '강력한 미국'의 기치 아래 미국 패권주의, 미국 제일주의를 추구하면서 국방비 지출은 크게 증대했다. 레이건 이전 연 3천억 달러 근방이었던 국방비가 레이건이 연임되었던 1985년에 4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표>는 미국 국방비가 해마다 얼마나 늘어났는지, 특히 레이건과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얼마나 늘어났는지 잘 보여준다.

 

클린턴 때 되찾은 재정 건전성, 부시가 망가트려

 

 2003년 5월 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의 임무 완료를 선언한 뒤 병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03년 5월 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의 임무 완료를 선언한 뒤 병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미 국방부

미국 국방비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크게 줄었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클린턴 임기 때인 1993년 회계연도부터 국방비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그의 임기 말인 98, 99년에는 3천억 달러 이하로 줄었다. 그랬던 국방비가 아들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 되고, 특히 이라크와 아프칸 전쟁을 치르면서 엄청나게 늘어났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3천억 달러 이하로 내려갔던 국방비가 4천억 달러를 넘었고, 이라크 전쟁이 크게 확대되었던 2006년 이후에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5천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 국방비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규모인가는 다음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8년 기준으로 미국 국방비는 전 세계 국방비 총액 가운데 41.5%를 차지했다. 거의 절반에 이른다. 미국 다음으로 국방비 지출이 많은 나라들을 보면 ▲ 중국 5.8% ▲ 프랑스 4.5% ▲ 영국 4.5% ▲ 러시아 4% 순이다. 그리고 이들 국방비 지출 5대국 다음으로 국방비 지출이 많은 10개국의 국방비를 모두 합치면 전 세계 국방비 가운데 21.1%를 차지한다.

 

그러니까 미국을 제외한 중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그리고 그 다음으로 국방비 지출이 많은 10개국 국방비를 모두 합쳐 봐야 전 세계 국방비 총액 가운데 39.9%에 지나지 않는데, 이 숫자는 미국 한 나라의 국방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비 규모는 그 만큼 어마어마하다. 2010년 예산기준으로 보면 미국 국방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7%, 연방정부 예산의 19%, 조세 수입의 28%를 차지한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방비는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와 함께 연방재정 악화의 주범이다. 그랬기에 미국 하원의 진보성향 의원인 바니 프랭크는 2009년 2월 '대규모 국방비 삭감'을 주장했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만약 우리가 지금 당장 국방비의 25%를 삭감하지 못하면 적절한 수준의 국내 정책을 계속 할 수 없을 뿐더러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도입한 부자 감세를 철폐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미국 국방비

 

 지난 2008년 11월 10일 백악관을 방문한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 10일 백악관을 방문한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처럼 국방비 지출은 크게 늘어난 반면, 바니 프랭크 의원의 지적에서도 등장하듯 아들 부시 대통령은 '부자 감세'를 대폭 도입하여 세수가 크게 줄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방비 억제 등 엄격한 정부지출 규제를 통해 연방정부 적자를 없애고, 국가부채를 억제했는데, 아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재정상태를 다시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표>에서 보는 대로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는 1999, 2000년의 경우 연방정부 재정이 흑자로 전환되었고, 국채도 4-5조 달러 근방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었다. 그랬던 미국의 재정 상태가 조지 부시 취임 이후 연방정부 재정은 다시 급속도로 악화되어 적자폭이 연 4,5천억 달러에 이르렀고, 부시가 백악관을 떠날 때 즈음 미국 국가부채는 10조 달러를 넘어섰다. 버락 오바마에게 엄청난 국채와 엉망이 된 재정상황을 넘겨준 것이다.

 

오바마는 이런 재정 여건에다 금융위기를 포함하여 경제 전반이 내려앉은 경제 조건을 부시로부터 넘겨받았다. (그런 경제조건이 오바마를 당선시킨 주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오바마 집권 첫해인 2009년에 연방적자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은 1조4200억 달러에 이르렀고, 국가부채는 12조 달러에 육박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미국 코미디언으로부터 '텅빈 머리'라는 조롱을 받아 온 조지 부시로부터 버락 오마바가 넘겨 받은 '치명적 유산'이었다.

 

재정이 이처럼 악화되고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는 경기부양책 등 위기에 대처하는 경제운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 경제정책에 필요한 재원도 없을 뿐더러 그런 정책은 결국 더 많은 국가부채를 유발하게 되고, 그것은 다시 경제에 커다란 압박과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부채는 그 덩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자 부담이 엄청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태가 되어버린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10조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자 부담율을 3%만 치더라도 이자지급액이 연 3천억 달러가 넘는다. 연방재정 적자와 거의 맞먹는 액수다.

 

그랬기에 클린턴 대통령 시절 '경제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앨런 그린스핀 전 연준 의장은 지난해에 눈덩이처럼 커지는 미국의 국가부채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보냈다.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그는 "연방재정 적자와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이자지급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늘어난 이자지급액은 다시 재정적자 악화와 국가부채 증대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그 악순환은 폭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눈덩이 국채, 사회적 약자와 젊은 세대에 특히 치명적

 

이 경우 결국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재원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이자 지급으로, 그리고 줄어든 사회·복지정책과 미래를 위한 투자의 제한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재정의 악화와 국가부채의 증대는 사회적 약자 계층과 미래의 세대인 젊은이들을 위한 투자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것은 윤리적 도덕적 문제일 뿐 아니라, 잠재 성장력의 잠식이라는 장기적 퇴행요소로 작용한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에서 있었던 '부자 감세'와 '국방비 지출 증가'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연방정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이 미국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본 이유는 간단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온 '부자 감세'와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한 정부 지출 증대로 정부 재정이 악화되고, 국가부채가 급증하는가 하면, 지방 재정과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어 그 가는 길이 조지 부시가 망쳐버린 길과 많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다음 '증언'에서 이명박 집권 이후 재정과 국채, 지방재정, 가계 부채에 어떤 일이 벌어져 왔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정연주#이명박#KBS#국가부채#조지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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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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