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이 KBS 이사장에 손병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경영관리담당 이사이자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방문진 이사장에 김재우 전 벽산건설 사장을 내려앉힐 때부터 공영방송의 비극은 시작됐다.
손병두 이사장은 삼성 회장 비서실에 9년간 근무하며 신입사원들의 연수 첫 강의로 '삼성의 경영이념과 철학'을 강의해 삼성 무노조 경영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전경련 상근부회장 재직 당시에는 무노동무임금 관철과 자본계 잇속부터 챙기는 주5일제를 옹호해 노동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렀다. 서강대 총장 취임 당시에는 시장 맹신의 신자유주의자들을 양산하는 한국의 시카고학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등 자본과 시장을 위해 일생을 봉사해온, 한마디로 말해 반사회적인 인물이다.
이런 배경을 가진 손병두 이사장의 눈에 공영방송이 미디어산업의 일부로 이해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손병두 이사장은 이병순 불법사장 재임 막바지였던 지난 해 9월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에게 수신료 인상 논리가 필요하다며 경영컨설팅을 주문했다. KBS 방송인 일부가 과거 '아더앤더슨컨설팅'의 경험을 들어 경영컨설팅이 불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돈으로 권위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 위계화된 시스템 구축으로 조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삼성의 경영이념과 철학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김인규 사장이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24억,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처들였다. 구조조정과 수신료 인상 논리 가공을 위한 컨설팅인만큼 방송이나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한 주문은 불필요했다. 이는 컨설팅에 참여한 BCG 11명 중 방송이나 저널리즘 관련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데서 확인된 바다. BCG는 OEM에 충실하여 게이트키핑을 키워드로 한 조직개편안과 광고없는 6,500원으로의 수신료 인상안을 내놨다. 이윽고 조직개편은 제작자율성의 말살을, 수신료 인상안은 공영방송 존립의 궤멸을 부르고 있다.
공영방송의 이사장이 반사회적 프로젝트를 감행하는 동안 방송 공부 깨나 했다는 김인규 사장은 정치권력의 방송장악을 옹립하는데 공영방송인이자 학자로서의 양심의 마지막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상납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6.10항쟁이 터지던 날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지명되자 '역사의 전환점'이라 극찬했던 이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인규 사장은 방송을 권력의 정치적 부산물쯤으로 생각했고, 권력의 부정과 자본의 부패를 감시하며 대의제 미디어로서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감당해온 피디저널리즘을 한순간에 사지로 내몰았다.
김인규 사장은 현행 방송 체제를 '불완전한 방송구조'라며 독기를 품고 있었다. 공영방송이 KBS, MBC 두 개인 점도 거슬리거니와 1,2TV의 KBS도 여간 탐탁치가 않았던 바다. 김인규 사장은 BCG OEM으로 날개를 달았다. KBS는 관제방송으로 만들고, KBS2의 광고 재원은 시장에 헌납해 동아.중앙.조선 종합편성채널의 배를 채우라는 윗선의 오더에 목숨을 걸었다.
자본가의 첨병 손병두와 정치권력의 방송계 앞잡이 김인규가 공영방송 KBS를 궤멸시키는 경악스런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손병두 이사장과 김인규 사장의 수신료 인상안은 공영방송 KBS를 관제방송으로, 국민의 방송을 MB의 방송으로, 시민의 쌈짓돈을 털어 동아.중앙.조선의 유흥과 정치로비자금으로 쓰겠다는 흡혈 마각이요, 희대의 흉악한 공작이다.
수신료 인상 주범 손병두 이사장과 김인규 사장에게 분명히 말한다. 미디어운동과 시민사회의 수신료 인상안 저지 실천이 단지 인상을 거부하는 소박한 반발쯤으로 여겨진다면 오산이다. 수신료 인상 반대 실천은 공영방송을 정치권력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미디어공공성 운동의 결연한 의지이며, 공영방송을 궤멸시키는 주범들을 역사의 단죄의 현장에 끌어내 기필코 심판할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분노의 컨센서스라는 사실을 엄중히 밝혀두는 바이다.
2010년 6월 30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KBS수신료 인상저지 100일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