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지난 5월 20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백령도 해안 초병이 2~3초간 높이 약 100m의 백색 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는 진술내용 등은 수중폭발로 발생한 물기둥 현상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천안함이 버블제트에 의해 침몰했다면 왜 물기둥이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합조단이 내놓은 '반박'이었다. 견시병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자들은 물기둥을 보지 못했지만 백령도 주둔 해병대의 해안 초소병이 백색섬광기둥을 관측했으며, 야간에는 물기둥이 섬광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군과 합조단은 애초 물기둥이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초병들의 진술을 근거로 물기둥이 있었다고 입장을 바꿨었다.
합조단의 군쪽 책임자인 박정이 단장은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병사(초병)들이 허위진술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를 갖다 다시 한번 해 봐도 얘들의 진술이 정확하다는 것을 저희들이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안 초병'이 목격한 백색섬광 기둥은 천안함 침몰지점과는 방향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1일, 천안함 침몰당시 백령도 뒤쪽 해안 247초소에서 함께 경계근무를 하던 중에 백색섬광을 목격했다는 초병 2명의 진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두무진 돌출부에 의해 가려져"..."물기둥은 보지 못했다""21시23분에 낙뢰소리와 비슷한 '쿵'소리와 함께 하얀 불빛을 목격했으며, 위치는 247초소기준 방위각 ∠280° 4km 지점이었습니다. 불빛은 섬광처럼 보였는데 좌우 둘 중에 좌쪽이 더 밝아보였고, 우쪽은 두무진 돌출부에 의해 불빛이 가려진 상태였습니다."(A초병의 진술서)"두무진 돌출부 쪽 2~3시 방향으로 보고 있었으며, 두무진 돌출부는 시정이 좋지 않아도 위치가 잘 판단되는 지역입니다.…당시 거리는 대략 4~5km로 추정하였고 가까운 거리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정이 좋지 않은 날이었고 해무가 끼여있었습니다. 쾅하는 큰 소리가 났었고 깜짝 놀랄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소리와 동시에 하얀 빛이 퍼져서 나오는 모양을 목격했습니다. 빛 주변이 조금 밝게 보였고 퍼졌다가 다시 소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확히 판단할 수가 없어 선임 근무자와 함께 천둥으로 추정하여 보고하였습니다. 물기둥은 보지 못하였습니다."(B초병의 진술서)A초병과 B초병 모두 백색섬광이 나타난 지점을 '두무진 돌출부'. 거리는 초소에서 4km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말한 '247초소기준 방위각 ∠280° 와 '2~3시 방향'은 북서쪽이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지점은 그보다 한참 아래인 남서쪽이다. 이와 함께 야간이라는 이유로 '백색섬광'을 '물기둥'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합조단이 물기둥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는 진술을 오히려 물기둥의 유일한 증거물로 내세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합조단 대변인인 문병옥 해군소장은 "초병이 그 짧은 순간에 시계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숫자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 소멸 지점, 초소 위치 등을 종합할 때 비슷하다"면서 "초소 현장에서 확인해 보면 천안함 폭발 지점과 두무진 돌출부가 같이 시야에 들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소병들은 해당지역에서 계속 경계근무를 해왔던 데다가,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이 대단히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최문순 의원은 "초병들의 진술 내용에 기초해볼 때 그들이 본 섬광을 천안함 사고당시의 '물기둥'으로 분석한 국방부의 분석은 잘못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진술을 받은 국방부가 '섬광'을 '물기둥'으로 분석하고 발표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어 "결국 천안함에 승선하고 있었던 생존병사들과 해안초병을 포함해서 '물기둥'을 보거나 목격한 사람은 없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천안함 사건이 터진 지 100일이 지났지만, 알루미늄 흡착물질에 대한 입장 번복 등 국방부와 합조단의 말 바꾸기와 부실 조사 사례들이 드러나면서 침몰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