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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모습.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모습. ⓒ 권우성

'여소야대' 시의회의 힘은 강했다. 지난 5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첫날부터 논란을 빚었던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임명을 4일 만에 철회했다. 시의회 106석 가운데 79석을 차지한 민주당 시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오 시장이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앞서, 서울시는 1일 8대 시의회 사무처장을 임명하면서 8대 시의회가 아닌 6월 30일로 임기가 끝나는 7대 시의회 부의장의 추천을 받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시의원들은 "시의회를 무시한 일방적인 인사"라며 "사무처장 임명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결국, 오 시장은 허광태 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장 내정자를 만나, 사무처장 인사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한나라당이 '장악' 했던 7대 시의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이다.

'사무처장 임명철회'... '여소야대' 시의회의 힘?

지난 7대 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원은 5명. 야당의원은 이수정 민주노동당 의원까지 6명에 불과했다. '서울광장 개방'조례를 위해 '10만 서울시민'의 서명을 받은 것도, 시의원 10명의 동의를 못 받아서였다. 하지만 6.2 지방선거의 결과인 8대 시의회에서 상황은 달라졌다. 민주당은 오는 13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서울광장조례개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시의회 관련 기사에서 그 이름이 빠지지 않았던 김명수 민주당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겸 원내대표 내정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서울광장만큼은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처장 임명 논란'은 이처럼 오 시장이 한 발 물러서면서 끝이 났지만, '서울광장 개방'을 시작으로 '여소야대' 시의회와 오 시장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견제와 감시'의 역할도 기대된다. 김명수 내정자는 "서울시 예산을 전체적으로 봐야한다"며 "민주당 내에 재정분석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가용예산이 얼마나 있는지, 집행하려는 예산 가운데 낭비성 예산은 있는지, 혹 전시성 예산이 있다면 못쓰게 하기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재정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광장관리 등에 쓴 비용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내정자.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내정자. ⓒ 권우성

특히 김 내정자는 한강운하사업과 관련 "서울시에서 의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한다면 그 다음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며 오 시장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시의회는 예산의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다.

그는 또 오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디자인 서울'과 관련 "한 조사를 보니 당장 현금 200만 원을 만들 수 없는 서울시민이 1000명 중 600명"이라면서 "이런 시대상황 속에서 겉치레 형태로 서울시를 만들어가는 데 동의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동안 있었던 의회의 수준과 한계를 뛰어넘어서 시민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의회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김 내정자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 다음날인 6일, 민주당 시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어, 앞서 김 내정자가 언급한 '재정분석 TF'를 비롯해, '행정중심'이 아닌 '시민중심'의 의회를 만들기 위한 '시의회 행정개혁 TF'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다음은 김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여소야대] "발목 잡는 형태로 가지 않을 것"

-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시의회 사무처장 인사를 두고 오세훈 시장과 갈등을 겪었다. 향후 '공모제' 사무처장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시행령이 아직까지는 '공모제 사무처장'으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공모제 사무처장이 안 된다면 직제개편을 통해서 입법정책실을 확대 개편하고, 사무처 원래의 기능을 강화하겠다. 지금은 (시의회 사무처가) 행정 지원 기능밖에 갖고 있지 않아, 시민편의적인 기능으로 바꿔야 한다. 시민을 위해서 일하는 의회 사무처가 되어야 한다."

- 지난 7, 8대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잘했다고 평가하나?
"잘됐다고 보지 않는다. 의회 사무처의 역할을 행정 중심에서 시민 편의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 본연의 기능대로 사무처가 운영되지 않으면 (시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할 수 없게 된다. 지난 시의회에서는 의원 발의에 의한 제도개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의회 사무처 기능을 바로잡아야 한다."

- 여권이나 집행부(서울시)에서는 '발목잡기'라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발목 잡는 형태로 가지 않을 것이다. 정말 시민이 바라는 대로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된다면 환영해야 한다. 그때는 견제가 아니라 함께 가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

- 여소야대 구도이지만, 민주당에 초선의원이 많아서 의욕만 앞서고 우왕좌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조율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다.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해 특위도 만들고 TF도 구성할 것이다. 아마 그동안 있었던 의회의 수준과 한계를 뛰어넘어서 시민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의회의 역할을 할 것이다."

-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한나라당과 갈등을 겪고 있다. 해법은?
"원칙이 있다. 한나라당이 몇 석 달라고 해서 몇 석 주는 문제가 아니라 업무 수행능력, 문제해결능력, 전문성 등을 고려해서 한나라당에 훨씬 우수한 의원이 있으면 그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해야 한다. 민주당에 우수한 의원이 있으면 민주당이 하고. 시민들에게 '자리싸움'하는 걸로 비치지 않도록 하겠다."

- 오세훈 시장이 연일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소통'해 나갈 것인가?
"아직은 소통을 시도해보지도 않았고, 그쪽에서 소통하자고도 안 해서(웃음)... 어떻게 소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민이 중심이 되고 시민 편의적인 정책의 집행에 필요하다면 협조할 것이다."

[한강운하] "의회 의견 듣지 않는다면 예산확보 어떻게 할 것인가"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내정자.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내정자. ⓒ 권우성
- 13일 임시회 개회를 앞두고 재무분석 TF를 구성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예산들을 짚어볼 생각인가?
"서울시 예산을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을 동반(확보)해야 할 부분도 있고, 전시행정적인 예산이 굉장히 많아 올바른 행정과 집행을 위해서는 (세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우선 가용예산이 얼마나 있는지, 집행하려는 예산 가운데 낭비성 예산은 있는지 (점검하고), 혹 전시성 예산이 있다면 못 쓰게 하기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재정분석이 필요하다. 한강르네상스, 디자인서울, 광장관리 등에 쓴 비용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서 특위를 만들고, 분야별로 선택을 한 다음에 더 핵심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면 세부적으로 TF팀을 구성할 것이다."

- 한강운하사업과 관련해 양화대교의 경우 지난달 22일 오세훈 시장과 면담해 일부 공사를 중단시켰다. 한강운하사업을 실질적으로 중단시키거나 저지할 방안이 있나?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한다. 양화대교에는 현재 200억 원밖에 편성이 안 돼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예산이 집중 투입되어야 하는데 (서울시에서) 의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한다면 그 다음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웃으며) 시장님께서 취임사에서 소통, 통합, 미래를 제시하셨다. 누구와 소통을 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민의 대표인 의회와 소통하는 것이 본연의 자세가 아닌가."

- 저지할 방안이 예산적 측면인가?
"우선 제일 중요한 게 예산이다, 예산. 재정분석이 제일 중요하다."

- 한강운하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경기도의회와도 공조할 것인가?
"공조할 것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지난주 토요일(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4대강 반대' 결의대회도 그 일환이다." 

- 민주당 김정태 시의원은 '한강운하 행정사무조사 특위'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주민참여예산제, 주민투표와 같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차분하게 하나하나 풀어갈 일이지 모든 사안을 좌판처럼 깔아놓고 다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선택과 집중'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런 거 다 무시하면 점령군처럼 비치지 않겠나. 이를 위해서는 예산분석이 필요하다. 예산이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면 (한강운하사업을) 저지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 한강운하 특위는 필요하다고 보나.
"필요하다. 그게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79명 의원들이 모두 다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목소리를 낼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서울광장 개방조례] "서울광장만큼은 신고제로 바꿔야" 

- 13일 임시회가 개회되면 제일 먼저 서울광장조례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열린광장조례'라고 해서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등도 '신고제'로 바꾸자는 의견인데.
"서울광장 정도만 (규제를) 풀고 나머지는 굳이 풀 이유가 없다. 굳이 (모든 광장을) 집회장소로 만들어서 서울광장에서는 누가 (집회를) 하고 청계광장에서는 또 어느 집단이 (집회를) 해서 서울시 전부가 집회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규제를) 모두 푼다고 좋은 게 아니다. 여의도 광장도 있고 한강둔치도 있지 않나. 상징적인 광장을 모두 집회장소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 집회가 문제가 아니라, 허가제라서 문제 아닌가.
"(목소리를 높이며) 아니, 지금도 자유롭게 쓰고 있는데 허가제는 무슨 허가제냐. 이걸 집회장소로 써야 된다고 하니까 자꾸 허가제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그냥 개인적으로 가족 동반해서 (광장을) 이용하는 건 통제하지도 않고 말리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문화행사를 한다고 하면 그건 전반적으로 순기능적인 거니까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 그런데 집회를 할 때는 그게 (일부의) '주장'일 수도 있다. 그걸(집회를) 전부 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건 문제인 것 같다."

-그럼 '열린광장조례'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것은 조금 더 논의할 대상이다. 서울광장은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서울시민한테 돌려주자는 것이고, 돌려줘도 무방하다. 집시법이라는 상위법이 있다. 집회를 하다가 법에 위반된 사항이 있으면 상위법으로 통제하면 된다. 굳이 '이 집회는 통제 대상이다, 아니다'를 서울시에서 논할 필요는 없다. 서울광장만큼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 우선은 서울광장만 가지고 이야기하자."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내정자.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내정자. ⓒ 권우성

[친환경 무상급식] "가능하지만 일단은 재정분석부터"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013년에 초·중·고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이 관건일 것 같은데, '여소야대'이긴 하지만 한나라당 시장 하에서 예산확보가 가능할까?
"쉽지만은 않을 거다.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에는 21조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있다. 추가예산까지 합치면 25조 원이다. 1500억, 2000억 만드는 거야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이건 한 번 시작하면 평생, 아니 평생이 아니라 앞으로 쭉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은 재정분석이 필요하다. 재정분석부터 하고 문제점도 제기하고 요구도 하고 집행부에 행정감사권을 발동해서라도 또 다른 대안을 찾고 해야지, 그냥 막연하게 '3000억 그까짓 거'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가능성은 있지만 신중하게 하겠다는 건가.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은 가능하다.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심도 있게 살펴보고 답변할 필요가 있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할 수 있다, 할 거다' 이렇게 단정지어서 이야기하는 건 책임자로서 적절한 답이 아니다."

[디자인 서울] "겉치레 형태로 서울시 만드는 데 동의 못해"

- 오 시장 취임사에서 "디자인과 문화는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4년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디자인서울'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미인데.
"좋다. 너무 좋은 일이다. 서울을 국제도시에 버금가는 도시로 만드는 건 좋은데, 시대적 상황이 그것을 요구하느냐, 이게 문제다. 한 조사를 보니 당장 현금 200만 원을 만들 수 없는 서울시민이 1000명 중 600명이라고 하더라. 이런 시대상황 속에서 겉치레 형태로 서울시를 만들어가는 데 동의할 수는 없다."


#김명수#오세훈#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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