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과 6월 꽃지해안공원내에는 기존에는 없던 구조물이 설치됐다. 2.5m 높이의 이 구조물은 관광버스와 대형트럭 등 대형차량의 진입을 통제하는 '높이제한장치'다.
이는 충남도 휴양림관리사업소(이하 '사업소')에서 설치한 것으로 꽃지번영회 앞과 남문주차장 입구 등 2개소에 각각 지난 4월 20일과 6월 1일에 설치를 완료했다.
사업소 측은 "제작년에 어린아이 사고도 있었고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설치하게 됐다"며 "꽃지해안도로는 지금은 차량들이 소통하고 있지만 원래는 도로가 아닌 인도로 차량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꽃지해안공원 입구에는 서산경찰서장과 꽃지해수욕장 번영회장 명의로 "본 도로는 차도가 아니고 인도이므로 차량통행시 교통사고 유발시는 도로교통법에 의거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서행 및 안전운전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다.
또, 휴양림관리사업소장 명의로 "해안도로 대형차량을 통제 하오니 꽃지마을 진입차량은 마을 진입도로로 우회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제한높이 2.5m 차량통제 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꽃지해수욕장의 특성상 관광버스를 비롯해 해안도로내에 위치하고 있는 횟집 등을 오가는 트럭 등이 높이제한을 무시하고 해안로를 통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소의 딜레마 "주민들과 함께 가고 싶은데..."
안내, 경고간판 설치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차량의 출입이 계속되자 사업소는 해안로상 두 곳에 관광버스 출입을 금지하는 구조물을 세웠다. 이로인해 이 지역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일부 주민들은 울상이다.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일부 주민들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시설로 전락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소 입장에서 볼 때 이 구조물은 일부 주민들의 민원과는 달리, 관광객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는 꽃지해수욕장의 행락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최소한의 시설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꽃지해안로는 인도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로 들어갈 일이 없다"며 "그런데 이를 지키지 않는 대형 차량들이 많이 통행을 하다보니 가로등은 물론 차선규제봉의 파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리솜리조트를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은 (해안도로가 아닌) 마을 뒷길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해안도로를 통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유로 사업소는 꽃지해안로로 진입하는 초입 두 곳에 차량진입제한 구조물을 설치했지만 최근 두 구조물 모두 훼손되는 황당한 경우를 겪었다.
특히, 꽃지번영회 앞 구조물은 도로 양쪽에 세운 지지대가 뽑힐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고, 남문주차장 앞 구조물은 높이제한 및 버스출입금지를 알리는 상판이 알 수 없는 심한 충격으로 떨어져 나가 사업소가 원인규명에 나섰다.
사업소 관계자는 "양쪽 모두 대형트럭 등이 고의적으로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며 "살짝 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속도를 올려 과속으로 치고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또한 "현재까지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파손될 때마다 시설물을 보수할 수는 없고, 증거도 없이 다짜고짜 주민들에게 따질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난처하다"고 밝히면서 "꽃박람회 이후 철거된 CCTV를 여름파출소장과 협의해서 다시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역주민들하고 적을 질 수는 없다. 함께 가야 된다"며 "해안공원내에서의 포장마차도 불법인데 단속도 하지 않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데 구조물을 훼손하는 행위는 자제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이견... "잘 설치했다" VS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구조물과 관련해 주민들도 팽팽한 주장이 맞서고 있다.
꽃지의 명물 할미·할아비 바위로 진입하는 솟대공원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주민은 "제보를 한 주민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구조물은 잘 설치한 것"이라며 "가뜩이나 사고도 많이나는데 사고예방 차원에서도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주민은 "구조물로 인해 인도도 좁아졌고, 특히나 이제 본격적인 피서철인데 한명의 관광객이라도 더 유치해야 하는 주민입장에서 관광버스를 막는 구조물은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철거되어야 한다"며 "주민의 생계가 우선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