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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태양은 매우 뜨겁습니다. 아스팔트에 녹아 내린 태양빛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도보여행 4인방은 오늘도 꽤나 먼 거리를 걸었습니다. 물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오늘은 즐거운 에피소드 몇 가지가 발생해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먼저 오늘(7월 7일) 우리의 도보 여행 일지를 기록하겠습니다.

05시 30분 기상, 06 30분 출발, 11시 점심식사, 18시 송학면 도착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청하기로 한 후 도보 종료. 도보시간 휴식 제외 총 7시간, 도보거리 약 29km

삐삐의 첫 경험 "아~ 시원해"

삐삐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무한정 걸어 보는 것도, 이렇게 고생해 보는 것도, 물집이 잡혀 본 것도, 그리고 '파스'를 뿌려본 것도.

 삐삐는 오늘 하루도 즐겁습니다.
삐삐는 오늘 하루도 즐겁습니다. ⓒ 송병승

오전 5시 30분 기상이 시작되자마자 삐삐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오빠, 이거 완전 시원해. 어제 뿌린 거 아직까지 남아 있어~ 완전 시원한데."

어젯밤(6일). 삐삐는 어깨가 너무 아프다며 차드에게 파스를 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생애 처음으로 파스를 발라 본다며 해맑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잠을 청하고 아침이 되어서도 그 시원함이 남아 있었던지 연신 "시원해~"라는 말을 쏟아냅니다.

기분이 좋아진 삐삐 덕에 우리들 모두 웃으며 즐거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생애 첫 경험들. 과연 앞으로 삐삐에게는 어떤 '첫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패셔니스타 '차드'

미친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30도가 웃도는 기온에 아스팔트를 걷고 있노라면 흘러내리는 땀으로 어느샌가 온몸이 축축해집니다.

차드는 얼굴에 땀이 많이 나는 편입니다. 연신 땀을 닦아대던 차드가 갑자기 새로운 의상을 발견했다며 스포츠 타월과 빨래 집게로 얼굴을 감쌉니다. 마치 이슬람 여성들의 '히잡' 같은 모습입니다.

"야, 이거 완전 좋아. 땀을 안 닦아도 저절로 닦인다니까."

 패셔니스타 '차드'
패셔니스타 '차드' ⓒ 송병승

차드가 던진 한 마디에 다시금 우리는 웃음 바다가 됩니다. 평소 차드의 얼굴에 땀이 많이 난다는 걸 알았던 우리는 꽤나 좋은 의상이라며 맞장구를 칩니다. 더위 속에서도 소소한 행동과 대화가 다시금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엘프? 오크? NO! 엘크!

처음엔 '소'인 줄 알았습니다. 조금 가까이 갔을 때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농장을 지키던 소년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엘크'.

 '엘크'의 뿔이 달린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습니다.
'엘크'의 뿔이 달린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습니다. ⓒ 송병승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묵을 곳을 찾던 우리는 어느 시골집에 들어갔습니다. 집에서 나온 소년에게 길을 묻던 중 소년은 우리에게 "형 누나들, 더우실 텐데 수박 좀 드시고 가세요"라며 호의를 베풉니다.

그렇지 않아도 노상에서 팔던 수박이 너무도 먹고 싶었던 우리는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소년의 집 앞에 있던 원두막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수박을 다 먹어 갈 때쯤 소년이 다시 말을 건넵니다.

"저 농장에 사슴이랑 강아지랑 많이 있으니 보고 가세요."

호기심에 농장으로 들어간 우리들은 소년이 설명한 '엘크'라는 동물의 크기에 화들짝 놀라고, 꽃사슴의 아름다운 자태에 연신 감탄사를 뽑아냅니다.

 왼쪽 '엘크' 오른쪽 '꽃사슴'
왼쪽 '엘크' 오른쪽 '꽃사슴' ⓒ 송병승

소년의 부모님은 귀농을 하셨는데 귀농 사업중의 일환으로 엘크와 꽃사슴을 키우고 계시고, 그들의 뿔은 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는 뿔을 모두 자른 상태라 엘크의 덩치와 뿔이 더해진 위용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소년과 언젠가 다시 만나 엘크의 멋진 자태를 볼 날을 기약합니다.

개고생하는 우리를 보면 손 흔들어 주세요

하루 하루가 더해 갈수록 그 피곤함도 쌓여 갑니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는 거리를 걷는다는 것이 미련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맙게도 많은 버스, 택시기사 분들이 "가는 곳까지 태워 줄테니 타고 가요"라는 호의를 베풀어 줍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친구들과 눈빛을 나누며 우리의 첫 마음을 다잡고 참습니다. 이런 걸 보면 아직까지는 힘들다는 말은 투정에 불과하고 그냥 저냥 견딜 만한가 봅니다.

이 기사가 올라갈 때쯤 우리 4인방은 공주를 향해 걷고 있을 겁니다. 예산 대신 목적지를 공주로 변경해 반 정도 와있으니 말이죠. 혹시나 공주로 향하는 39번 국도에서 묵묵히 일렬로 걷고 있는 우리 4인방을 보신다면 손 한 번 흔들어 주세요. 그것이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된답니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던 오늘 하루는 아마도 이 사진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갑게 우리는 맞아준 소년.
반갑게 우리는 맞아준 소년. ⓒ 송병승


#도보여행#자취생#청춘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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