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이 지난 6일 오후 전주를 전격 방문해 교과부의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와 일제고사(국가 학업성취도평가)에 반기를 든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직접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교과부는 교원평가 교육규칙 폐지를 추진 중인 전북교육청에 공문 등을 보내 '법적 조치방안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문으로 전북교육청에 경고한 날 저녁 이 차관 방문
하루 전인 5일에는 교과부 관리 2명이 민병희 강원교육감을 직접 찾아가 "시험을 안 보는 학생들을 결시 처리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협박'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교과부 간부들이 진보 교육감에 대해 물밑에서 전방위 압력을 벌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이주호 차관은 6일 저녁 김승환 교육감을 찾아가 2시간에 걸쳐 저녁 식사를 하며 단독 회동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5일 강원도교육청을 교과부 직원들이 방문한 뒤 우리 교육청에도 누군가 올 것이라는 소리가 나왔는데 다음 날 이주호 차관이 방문했다"면서 "김 교육감과 이 차관이 저녁을 함께 했는데 대립은 없었고 덕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과부가 법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교원평가 쪽인데, 법적 공방을 하기에는 (이들도) 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차관도 교원평가에 대해 협조를 당부했고, 김 교육감은 '정부부터 법을 지키는 풍토를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도 이 차관과 김 교육감의 회동을 시인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 차관이 전북지역 학교를 방문했다가 저녁 시간에 전북교육감을 찾아간 것"이라면서 "차관이 지역에 들렀다가 교육감을 방문한 의례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안 장관-교육감 첫 만남, 일제고사 이견 표출
한편, 8일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지난 1일 일제히 임기를 시작한 시도교육감들과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오는 13·14일 일제고사를 앞두고 일부 시도교육감이 '대체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교과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것이어서 취재기자 50여 명이 몰리는 등 관심을 끌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16개 시도교육감과 안 장관, 이주호 차관과 실국장 등 교과부 학교정책 관련 관리 19명이 총출동했다.
간담회는 이날 오후 6시 30분 안 장관의 입장과 함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안 장관과 일부 진보교육감들은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에 대해 이견을 드러냈다.
안 장관은 인사말에서 "교과부가 중요하게 생각한 정책이 평가인데 학생은 학업성취도평가이고 교사는 교원능력 평가"라면서 "학업성취도평가는 뒤처진 학생을 찾아내고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고 교육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안 장관은 "우리가 하는 것이 베스트가 아닐 수도 있다. 오픈 생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아주 중요하니 자주 논의해서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면 제언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안 장관의 인사말은 3분으로 계획되어 있었지만, 20분을 넘겼다. 시도교육감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안 장관의 발언을 들었다. 교과부와 껄끄러운 관계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수첩에 메모를 하기도 했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눈을 감고 있었다.
이후 오후 8시 40분까지 비공개로 진행된 만찬과 간담회에서는 4개의 원탁 테이블에 교육감들이 4명씩 나눠 자리를 잡은 뒤, 교과부 관리들이 교육감 사이에 앉았다. 이날 교과부와 교육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토론 분위기가 연출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간담회란 성격 탓도 있지만 탁자 자체를 토론할 수 없는 형태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민병희 교육감 "창의성교육 못하는 이유는 일제고사 때문" 유일하게 공개 건의에 나선 이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었다. 민 교육감은 안 장관 앞으로 걸어 나와 "(인사말에서) 창의성, 인성교육 강화를 말씀하셨는데 그걸 하지 못하는 이유가 일제고사 때문"이라면서 "초등학교에서도 밤늦도록 학생들을 잡아놓고 공부를 시키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이 되겠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듣기만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사상 첫 전국 동시 직선 교육감들과 상견례를 하기 위해 일 주일 전에 이미 통보가 된 행사"라면서 "폭넓은 의견 교환을 위해 마련한 자리이긴 하지만 교육감이라는 위치상 공개 석상에서 (교육현안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