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지속적으로 환경개선 지원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에서는 전교조를 들먹이며 거부한다고 하니, 교육감님께서 공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아비의 마음을 헤아려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세밀히 살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경기 안양의 한 사립 중학교 학부모들이 학교의 노후화로 기피학교로 전락하면서 학생 수가 줄자 교사 수(數)도 줄면서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등 학습권을 침해 당하고, 안전문제도 심각한 상태라며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안양 성문중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아버지 모임'은 지난 9일 오후 5시 학교에서 안양과천교육청 관계자 및 시.도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열악한 학교 환경을 개선하고, 12개 학급으로 줄어든 것도 원상 회복해 학급 수를 늘려 자녀의 학습권을 되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1970년 준공돼 40년이 된 학교 건물이 노후화돼 안전이 심각할 정도로 열악한 학교 환경으로 인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지원을 꺼리는 '기피학교'로 추락하고 있는 실정으로 강제 배정된 학생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한목소리도 성토했다.
녹슨 철근 드러난 위험천만 학교... 교사는 2과목 수업하고 학교 측과 아버지모임에 따르면 1971년 개교한 성문중학교는 2010년 2월까지 1만381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과거 3년 전만 해도 한 학년별로 7학급에 모두 21학급이 편성돼 운영되었지만 현재는 한 학년에 4학급씩 모두 12학급으로 절반 가까이나 줄어 들었다.
여기에 학급당 학생 수도 과거에는 37~38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1학년의 경우 학급당 31~32명으로 감소해 가까스로 4학급을 채워 운영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교사 수도 줄어들면서 일부 교사는 자신의 과목을 1~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거나, 미술 담당 교사가 컴퓨터 과목을 가르치고, 사회 과목 교사들이 부전공했던 국사 과목을 수업하는 등 전공과 관련없는 과목을 가르치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이같은 원인을 지은지 40년된 노후화된 학교 건물과 학교 정문을 찾기조차 어럽고 등산을 하는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가파른 진입로와 안전문제 등을 손꼽으며, 학급 수를 줄이고 있는 교육청에 수요자 줌심의 학교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어느 부모가 아이가 다쳐 집에오는 학교에 보내겠는가?""눈이 많이 오면 아이들이 수업을 중단하고 집에 오는데 하굣길에 몇 번이나 넘어지고 굴러서 교복이 찢길 정도로,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보면 성인인 저도 불안합니다."성문중학교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수리산 자락에 있으며, 시 관내 학교로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실제 경사도가 심한 오르막 길을 올라 중학교에 도착하니 숨이 턱턱 찰 정도로 힘이 들 정도다. 구글을 통해 확인한 고도를 보니 해발 152미터에 달한다.
또 학교 건물은 콘크리트가 떨어지고 녹슨 철근이 드러나고, 외벽은 페이트칠이 다 벗겨져 흉물스럽기 짝이 없어 마치 관리를 포기한 듯이 보일 정도이며, 간담회가 열린 이날 학교 건물 후면에서는 위험천만한 수리산 절개지의 석축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은 교육청을 대표하여 나온 최흥재 장학사에게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김성수 안양시의원에게 대책 마련을 위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아버지 모임의 한 학부모는 "안양시 관내 학교 중에서 이같이 노후화된 학교는 찾아볼 수 없다, 가파른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고 화장실 가면서 부상 당해 집으로 귀가하는 아이를 보는데, 어느 부모가 이같이 문제가 많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겠느냐"고 항의했다.
교육당국, 1지망으로는 2개반 편성에 불과 기피학교 인정학부모 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안전공제를 통해 보험금이 청구된 사고 건수가 7건이지만 작은 상처로 본인이 그냥 치료하고만 사고는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를 직접 보세요, 대들보에 쇠기둥을 세워놓을 정도의 심각한 상태로 이것이 의무교육의 현주소다"며 "학교 재단측은 나몰라라 하는 격이고, 교육당국은 이같은 현실에 신경이나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문중을 졸업하면서 성문고는 절대 가려하지 않는다, 왜 우리 아이들이 담보가 되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아버지 모임 대표 왕아무개씨는 "시교육청과 도교육청은 민원에 형식적 답변으로 일관하고 오늘도 도교육청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을 보니 학생들 학습권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 당국의 '뒷짐지기식 무관심 행정'이나 다름없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최흥재 장학사는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현장에서 힘들게 근무하고 있다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오늘 학부모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분명히 교육장과 도교육청에 전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 장학사는 "2010학년도 신입생의 경우 1지망으로 성문중학교를 선택한 학생 수가 고작 79명으로 2개반을 편성할 수 있는 인원에 불과해 4학급 119명을 채우기 위해 타 학교 지망 학생들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며 기피학교로 지목받고 있음을 인정했다.
한편 성문중학교는 기독사학인 학교법인 진선학원이 1971년 3월 성문고교와 함께 개교했으며 2010년 2월 현재까지 1만381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학교는 2001년 성문중학교로 교명을 변경하여 남녀공학으로 전환됐으며 현재 각 학년별 4학급에 총 12학급이다.
특히 현재 교직원으로는 26명(교장.교감 포함)이 근무 중이지만 내년에는 일반 교사 5명이 또 줄어들 예정으로 교사 수 감소에 따른 학습권 피해는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