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 파문이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영포라인'과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 지원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핵심 인사 등 '개국 공신'들의 이권 개입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11일 영포라인의 모 청와대 비서관이 한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유선기 전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이 부회장으로 있는 한국콘텐츠산업협회에 수억 원의 후원금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유선기 전 사무총장은 금융권 인사개입 의혹에도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개국공신들의 꼬리를 무는 인사·이권 개입 의혹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모 비서관이 모 그룹에 후원금으로 수십억 원을 요구해 해당 기업이 수억 원을 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고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회 정관상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 제보를 입수한 뒤 확인에 들어간 지난 8일부터 협회 홈페이지가 폐쇄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추가 폭로는 지난 9일 영포라인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50억 비자금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이틀만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영포라인의 고위직인 비호 세력으로 있기 때문에 금융실명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는 라 회장의 50억 문제에 대해 김종찰 금융감독원장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서는 영포라인의 핵심 인사들인 박영준 국무차장과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유선기 전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 등이 정례적으로 모임을 갖고 KB금융과 포스코 회장 선임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내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를 확대개편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 차원의 실체규명은 물론 특히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해 '영포라인' 등 비선조직의 대대적 정리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경질을 요구할 계획이다.
정세균 대표는 "그동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이 정권은 사찰 공화국이자 실세 공화국으로 추악한 권력 암투를 벌이는 몰염치한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에 대한 압박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병헌 의장은 "검찰은 영포라인과 선진국민연대 라인의 인사 개입 및 이권 개입 실상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들 라인의 금융권 인사개입이 100건이 넘을 것이라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인사개입은 십중팔구 불법적인 권한남용이자 뇌물 수수 등 지저분한 뒷거래가 의심되는 일인데 청와대 사정라인은 물론 검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내부 권력다툼 증폭... 위기감 커지는 여권
여권의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뿐 아니라 매일 터져나오는 정권 핵심 실세들의 이권개입 의혹에 내부 파열음도 날로 격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문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등에 업은 박영준 차장의 영포라인과 정두언 의원 등 친이 주류간 사생결단식 권력다툼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은 "정두언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김유환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이 영포회 관련 의혹을 민주당에 넘겼다"며 '정두언 배후설'을 제기하는 등 여권내 각 계파간, 세력간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관련 기사 : "정두언과 친한 총리실 간부, 영포회 자료 야당에 넘겨")
민주당 등 야당은 이를 불쏘시개로 7.28 재보선에서 '정권심판론'을 재점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어디서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7월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