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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끝 봉우리에서 부터 우리는 걸었다.
저 끝 봉우리에서 부터 우리는 걸었다. ⓒ 송인웅

'한뫼사랑산악회'회원들과 함께 전남 장성에 소재하는 '방장산'에 지난 토요일(10일)다녀왔다. '방장산'은 '방등(方登)산'이라고도 한다. 백제시대 "도적에게 붙잡혀간 여인이 자기를 구하러 오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며 노래했다"는 '방등산가(方等山歌)'에서 유래한 '방장산'. 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처음 들어본 산이다.

 

'방장산'이 소재하는 전남 장성군의 설명에 의하면 "전북 고창벌판에선 방장산이 가장 우뚝하고, 정읍에서도 입암산과 방장산이 남쪽 하늘에 높게 솟아있지만 장성쪽에서는 입암산이 두드러져 보이고, 방장산은 조금 숨어있는 형국이기에 숨기를 좋아하는 도적떼들의 산채 역할을 할 만큼 골짜기가 깊다"며 "산림이 울창하고 신비한 구름 속에 가리어져 있어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이날 '방장산'정상을 얼마 남지 않은 헬기장에서 만난 고향이 고창이라는 산객들도 "왜 방장산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즉답을 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방등산'의 '등'자도 '等' '登'으로 들쭉날쭉했다. 전남 장성군청 관계자는 "조선초에 명이 청나라에 망하자 '중국에 있는 방등산과 이름이 같다'고 해 '방장(方丈)산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고 말해준다. '방장(方丈)'이면 불교용어로도 으뜸이다. '으뜸'인 방장산에 올라서였는지 아직까지 방장산 산행에 다리가 '뻑적지끈'하다.

 

어쨌거나 산 이름 자체가 생소한 '방장산'을 오르고자 '장성갈재'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10시5분경이었다. 장성갈재에서 첫 산봉우리인 '쓰리봉'까지의 길은 오르막길이었다. 엄청 땀을 흘려야했다. 그럼에도 간간히 불어오는 산바람이 힘을 주었다. 흘린 땀만큼 시원한 바람이 엄청 좋았다. 함께 한 회원들이 바위와 바위사이의 간격이 좁고 다니기가 어렵다보니 "방장산에는 참 낑기는 길이 많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방장산 쓰리봉 봉우리에 염소의 변(便)들이 여기저기 널려져있다
방장산 쓰리봉 봉우리에 염소의 변(便)들이 여기저기 널려져있다 ⓒ 송인웅

 

드디어 오른 '쓰리봉' 일명 734고지다. 회원들의 말마따나 "쓰리-고 해서 얻어 온 이름인지? 왜 '쓰리봉'이라고 하는지"모르지만 '장성갈재'로부터 1.8 Km거리에 있는 봉우리다. 봉우리에 오르니 상쾌했다. 봉우리 정상에서 느끼는 산바람은 너무나 상쾌했다.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니 염소의 변(便)들이 여기저기 널려져있다. "산양이나 산염소가 있나보다"며 "기념사진 찍으라"고 해서 찍었다. 다음부터는 주위를 살피며, 산바람을 만끽하며 오르고 내림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봉우리가 나오면 사방의 경관을 감상했다. 넓은 고창평야가 인상적이다. 가다가 보니 정상근처인 헬기장이다. 벌써 오후 1시경.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날 점심의 으뜸이었던 삶은 돼지고기에 대파를 길게 썰어 넣고 묵은 김치쌈에 무생채(잣이 들어 있다)를 빨갛게 묻힌 정상주 안주.
이날 점심의 으뜸이었던 삶은 돼지고기에 대파를 길게 썰어 넣고 묵은 김치쌈에 무생채(잣이 들어 있다)를 빨갛게 묻힌 정상주 안주. ⓒ 송인웅

이날 점심의 으뜸은 '무심코'회원이다. 삶은 돼지고기에 대파를 길게 썰어 넣었다. 그리고는 묵은 김치쌈에 무생채를 빨갛게 묻혔다. 그런데 거기에 '잣'이 들어 있었다. '잣'을 발견한 모 회원이 "무생채에 잣이 들어간 이유"를 느닷없이 묻는다. 그러자 모 회원이 "잣은 자양강장제다"고 답하며 "무심코님이 집에서 귀염 받으시나 보다"고 말해 한참을 낄낄대며 웃었다.

 

 방장산정상 뒤끝이 쓰리봉이다.
방장산정상 뒤끝이 쓰리봉이다. ⓒ 송인웅

맛난 점심과 정상주(산 정상에서 막는 술)로 소주를, 묵은 김치쌈에 돼지고기 깔고 잣 들어 간 무생채를 싸서 안주로 먹었다. 그야말로 '꿀맛'이다. 한참을 그 곳에서 먹고 마시며 떠든 후에 눈에 보이는 짧은 거리의 정상으로 향했다. 도착한 방장산 정상은 748m고지임을 표시한 나무목 하나밖에 없다. 거기서 걸어온 길을 찍었다. 정상나무목 뒤편 저 끝 '쓰리봉'에서부터 이곳까지 "엄청난 거리를 걸었다니"스스로가 대견했다.

 

다음부터는 하산길이다. 오르는 것보다는 한결 마음이 가볍다. 400여m 내려오니 고창고개다. 거기서 '용추계곡'쪽으로 내려왔다. 풀이 무성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별로 없는 듯 어떤 곳은 길을 개척하며 하산했다. 누군가 "용자 들어가는 계곡치곤 실망이다"고 말할 정도로 물이 없다.

 

그럼에도 물을 찾아 산을 오르며 흘린 땀을 씻는 '알탕(알몸으로 물에 들어가는 것)'을 했다. 개운해진 몸을 이끌고 하산을 완료하니 4시경이다. 정상을 택하지 않아 시간이 엄청 남아 우리들이 하산하기만 학수고대했을 회원들이 건네준 수박냉채를 한 그릇 비우고 나니 "만사가 오케이"다.  무더운 여름날 정상을 향하는 산객들의 마음을 알게 한 등반이었다.  

덧붙이는 글 | 제이비에스에도 게재됩니다. 


#방장산#쓰리봉#전남장성#송인웅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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