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미술가? 나도 모르것다."
이화준(37)은 뭘 담을 수 없는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실생활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만드는 이유가 그것과는 멀다.
그의 작업은 회화작업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다. 흙을 구워서 그려낸 회화. 도자기 만드는 고도의 기법을 이용해 제작한 현대회화.
화가들은 보통 캔버스를 구입한 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이화준은 자신만의 캔버스를 만들어 사용한다. 도자기로 만든 캔버스. 그러다보니 캔버스 준비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흙으로 모양을 만들고, 그늘에서 잘 말린 후 초벌구이. 여기까지 해야 겨우 캔버스가 마련된다.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유약 바른 후 재벌구이. 그래야 작품이 나온다.
도자기 위에 그려진 그림은 평범해 보이는데, 글쎄다, 살펴보니 그것 또한 그렇지도 않다. 한옥지붕에는 이젠 사라져 볼 수 없는 TV수신용 안테나가 달려 있다. 여기저기 전신주를 연결하는 전깃줄도 즐비하다.
도자기와는 맞지 않을 것 같은 이질감이 들만도 하다. 도자기에 그런 걸 그리는 이가 얼마가 되겠는가. 근데 잘도 어울린다. 분명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낸 인공물이긴 하지만, 사라지는 옛 기억 속의 대상들이 되고 말았으니, 그것들 또한 아련한 정서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터.
그것뿐인가. 바람나무는 왜 또 이다지 길더란 말이냐. 그리고 한 마리 새는 뭐한다고 그렇게 바람을 거슬러 날아가려고만 하는가.
"사람이야기죠. 제 이야기고요. 제가 꼭 그렇게 사는 것 같아서…. 바람나무는 백일홍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어요. 남도 지방에서는 흔한 꽃이지만, 서울 같은 중부지방으로만 올라가도 백일홍이 서식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꽃이지만 흔하다는 이유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에서 느낌이 왔어요. 사람들은 자기 살기 바빠다고 남의 소중한 가치 같은 데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잖아요."
전북예술회관 2층 4전시실에서 15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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