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제8대 서울시의회 개원식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여소야대' 서울시의회가 한강르네상스 등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에 대해 개원 첫날부터 '맹공'을 퍼부은 것. 축사를 하기 위해 개원식에 참석한 오 시장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 시장은 연일 '소통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앞으로 서울시와 시의회의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13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8년 만에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허광태 의장은 114명의 시의원·교육의원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오 시장은 물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도 참석했다.
허광태 의장 "겉치레에 치중하지 않았는지, 투자만큼 효과는 있는지"
개회를 선언한 허광태 의장은 "존경하는 오세훈 시장님, 그리고 관계 공무원 여러분"이라며 오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들이 앉아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어 허 의장은 "서울시에서는 한강르네상스사업, 디자인 서울 거리 조성 등의 정책이 민선4기에 이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운을 뗐다.
허 의장은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시민 대다수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과 시민들의 호응, 그리고 무리하지 않도록 여유를 가지고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며 "이런 정책들이 겉치레에 치중하지는 않았는지, 투자만큼 효과는 있는지 결과에 대한 성과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운하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엔 좀 더 직접적이었다.
허 의장은 "서울시 약 21조 원의 예산이 시민의 중요한 세금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신중하게 정책들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전문가들이 한강주변은 고성이나 전통마을이 즐비한 유럽과 달리 볼거리도 없고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한강운하사업은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허 의장은 "만약, 서울시가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행정사무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오 시장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최초로 서울광장서 개원기념식... "서울시 전체를 돌려드리겠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임시회에서 108표 가운데 101표라는 압도적인 표를 얻어 의장으로 선출된 허광태 의장의 첫 일성은 "서울광장을 시민의 뜻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였다.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허 의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구김살가지 않는 활력 넘치는 학교생활 할 수 있도록 친환경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예산을 찾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서울광장개방 약속'은 개원식에 이어진 개원기념식의 '주제'이기도 했다. 개원식을 마친 의원들은 오 시장과 함께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푸른 잔디 위에 주로 검은 양복을 입은 100명이 넘는 의원들이 모여 섰다. 서울광장에서 개원기념식이 열린 것은 처음이다.
허 의장은 "저희가 서울광장에 나온 것은 단지 서울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함이 아니다"라면서 "광장뿐만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를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의미"라며 오 시장이 있는 자리에서 서울광장개방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은 이번 임시회에서 서울광장조례개정안을 가장 먼저 통과시키겠다고 천명해왔다.
오세훈 시장 "이견 크면 클수록 대화 통해 타협점 모색할 것"
한강운하사업·디자인 서울 사업성 재검토, 그리고 서울광장개방까지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가 '각'을 세울만한 이슈들이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 오 시장은 "소통과 통합"을 강조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이견이 크면 클수록 시간과 노력을 들여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이견을 극복하고 화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민선 5기의 화두를 '소통과 경청'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한편,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원기념식에서는 'U(유비쿼터스) 신문고 비전 선포식'이 진행되었다.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명수 민주당 시의회 원내대표는 "U 신문고를 설치해 온·오프라인 상에서 24시간동안 시민의 뜻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U 신문고는 단지 하나의 시설물이 아니라 '일하는 시의회, 섬기는 시의회, 서울을 바꾸는 시의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U 신문고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설치될 지에 대해서는 서울시의회 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개원식에 참석한 김정태 민주당 시의원(영등포구)은 "1000만 서울시민들이 쳐다보고 있다는 부담감도 느끼고 있고,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의석을 가졌다는 책임도 강하다"며 "기쁨보다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무게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