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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 윤성효

 

이미 여러 번 되풀이된 그 말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심경은 참담하다. 반복해서 언급되는 그 문제가 아직도 그 자리에 완강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현실이 우리를 절망케 하고, 이 문제들을 뚫고 나갈 새로운 말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낙담케 한다. 그러나 절망과 낙담 속에서 그저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새 말'의 도착을 위한 주문(呪文)이 될 때까지 지루한 반복이라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다시, 그리고 또 다시, 우리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

 

현재의 4대강 사업, 그러니까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파헤치는 것으로는 강을 살려낼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생태 복원'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강과 강에 살고 있는 생물과 무생물의 자연과정에 인간이 개입하여 교란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4대강 사업은 단기적으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고 관광산업 등을 통해서 이윤을 창출할 것처럼 광고되고 있지만, 단기적 이윤은 불확실하며 장기적 손해는 확실하다.

 

이미 공사 현장 주변 지역에서 심각한 훼손이 일어나고 있으며 훼손 정도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고 이를 감당할 사회적 비용 역시 지속적으로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이 추가 비용을 생각한다면 4대강 사업에 따르는 대가는 4대강 사업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이익을 훨씬 초과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강을 통제할 수 없다. 물론 우리는 원하는 방향으로 물길을 돌릴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유속이나 수심을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 전체와 강 주변의 자연 환경 시스템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없는 경우라면, 우리가 제공한 변화의 원인들은 예상하지 못한 정도의 결과들로 되돌아올 것이다.

 

강을 복원하려면, 인간 개입을 철회해야 한다

 

강은 우리의 예측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주위 환경 및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한 자리에 얌전히 머무르지 않고 역동적으로 길을 바꿔가며 흐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강을 통제하려고 할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이고 수질 오염이며 홍수피해이다. 강은 인간의 간섭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복수해올 것이다.

 

이런 식의 주장은 그저 자연을 신비화하는 사이비 과학일 뿐일까.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듯이 이런 식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일까. 하천복원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 랜돌프 헤스터 교수의 강연 내용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미국이 1960년대까지 고수해온 정책이 4대강 사업과 같은 성격의 것이었으나, 이러한 개발은 결과적으로 손실과 파괴였다고 평가했다.

 

강을 복원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으로 그가 제안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철회하는 것이다. 예컨대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콘크리트댐을 건설하거나 하천을 직강화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범람원을 매입해서 홍수기에 물이 흘러넘치는 강의 자연스러운 기능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강연 중간에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이 4대강이 정말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를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한 인터뷰에서는 4대강 사업이 하루 빨리 중단되어야 하고 또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런 전문가들의 조언과 함께, 다시 그리고 또 다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

 

문화예술인들, 4대강 반대 순례길에 오르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앞 낙동강에는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함안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앞 낙동강에는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함안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 윤성효

 

강을 복원하기 위해 인간이 개입하는 것은 언제나 모험적인 실험이다. 그러므로 강 복원 사업이 불가피하다면, 그 사업은 시행되기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조심스럽게 하천의 생태과정과 인간이 교란시켜 온 역사를 함께 조사해야만 한다. 그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규모의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시험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의 프로젝트를 이어가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동원되어야 하고, 강의 생태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인근 지역 사람들의 삶 또한 존중되어야 하며,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이익 때문에 잘못된 판단이 내려지지 않도록 정책결정과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서 이러한 절차들은 철저히 무시돼왔다. 이런 과정에서 법적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고,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문제제기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4대강 사업은 꾸준히 또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절망과 낙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새 말'이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어떤 주문을 외워야 할까? 뚜렷한 답변도 없이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이미 4대강 순례길에 올랐고 오는 17일부터 또 일군의 문화예술인들이 낙동강 순례를 시작할 것이다.

 

2009년 여름부터 아무런 기약 없이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아 그곳에 감도는 슬픔과 분노에 기꺼이 관통당하고 그들을 관통하는 감각을 지지하며 '인간적 삶'의 숨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작은 힘들을 보탰던 것처럼, 그들은 올 여름 상처 입은 낙동강을 아무런 기약 없이 찾아 나설 것이다.

 

순례길에 오르는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을 공통적인 하나의 주장으로 수렴할 수야 없겠지만, 그들이 바라는 것이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단지 '강은 강처럼 흐르게 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그들의 순례에 덧붙여, '강은 강처럼 흐르게 하라'에 덧붙여, 이 소박한 요구가 '새 말'을 얻기를, 그렇게 해서 진부한 말들의 반복일 뿐인 이런 참담한 글이 더 이상 쓰이지 않기를 또한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권희철 기자는 문학평론가입니다. 


#4대강반대#4대강순례#문화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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