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서울의 한강 맞아? 시커멓게 썩어가는 물과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썩은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지금 분명히 수도 서울의 중심을 흐르는 한강에 나온 것이 맞는데, 눈앞에 펼쳐진 썩은 하천과 코를 찌르는 악취는 난생 처음 보는 심각한 지경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한강물이 맑아졌다며 말끝마다 자랑하던 바로 그 한강인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5300억이 넘는 혈세를 처바른, 돈이 흐르는 한강인데….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입니다.
시커먼 부유물이 둥실둥실 수면 위에 가득하고, 물은 시커멓게 죽어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썩어가는 물 속에는 새빨간 실지렁이들이 마치 실 뭉치를 풀어놓은 듯 가득하였습니다. 실지렁이 가득한 하천 현상에 대하여 국내 민물고기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였습니다.
돌아온 답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실지렁이는 4급수나 5급수로 더 이상 다른 생명이 살 수 없는 더러운 물에 사는 마지막 단계의 생명으로서 최악의 하천 상태를 상징하는 생물지표종이라는 것입니다. 이곳이 얼마나 더럽고 썩었는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 썩은 하천이 그대로 한강에 유입되는 물이라고는, 내가 직접 바라보면서도 이 처참한 현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지하철 동작역 아래로, 반포천이 서울시민의 젖줄이라는 한강으로 유입되는 곳입니다.
한강 물고기 떼죽음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이 썩은 물을 보니 그동안 한강의 물고기들이 왜 죽어갔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반포천이 유입되는 바로 그 한강에 죽은 잉어가 둥둥 떠 있었습니다. 한강 물속에서 썩어가는 잉어 사체 위에는 수십 마리의 파리가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발걸음을 돌리니 이번엔 기다란 뱀장어 사체가 끔찍한 모습으로 한강 위에 둥실거렸습니다.
한강에서 물고기 사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썩은 반포천이 유입되는 한강에만 죽은 물고기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앞을 잠시 함께 산책해 보실까요? 서울을 세계 무역항으로 만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찬 한강 운하 계획으로 곧 항구가 될 여의도 앞 한강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미 한강 운하를 대비하여 한강 르네상스 공사 때 강변을 항구 형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썩은 물고기 천국입니다. 한강변에 죽어 있는 물고기가 겉모양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한 강이 아니라, 한강 물을 깨끗하게 하는 데 신경 쓰라고 오세훈 시장님께 외치는 듯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아래로 강변을 따라 걸으려니 곳곳에 널려 있는 죽은 물고기들의 썩는 악취가 진동하여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이게 바로 수도 서울의 한강입니다. 오래전 유행했던 '♫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한강엔 유람선이 떠 있고 ♬'라는 유행가가 떠오릅니다. 여기엔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한강엔 죽은 물고기 시체가 끝없이 떠~있고'입니다.
1983년도에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님이 한강종합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한강의 모래를 준설하고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를 세우면서 한강은 물을 가둔 수로가 되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출렁이는 물이 가득한 한강이 멋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강변에 가까이 내려가 보면 물고기 사체들로 가득한 죽음의 수로에 불과합니다. 썩은 지천들이 한강으로 그대로 유입되기 때문에 한강물도 덩달아 썩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물이 안보라며 4대강 사업으로 10억 톤이 넘는 물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하였습니다. 물이 안보라고요?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님, 지금 썩어가는 여의도 앞 저 많은 한강물은 어디에 쓰실 것입니까? 먹지도 못하는 저 썩은 한강물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합니까? 썩은 많은 물은 안보가 아니라 재앙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에 쓰기에 넉넉한 '맑은 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맑은 물'을 썩은 '많은 물'로 만드는 재앙입니다.
썩은 물 가득한 한강이 아름다워 4대강도 이렇게 만든다고?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이 한강의 모래를 다 파서 없애고 강변에 콘크리트 둑을 쌓아올렸습니다. 그러나 그 시멘트 둑은 30년도 채 되지 않은 오늘, 마치 이빨이 빠진 듯 전 구간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명박 사장님이 건설한 한강변 콘크리트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일부 구간 걷어내긴 했지만, 아직도 한강 전체는 이명박 사장님이 건설한 무너지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제18차 라디오 연설 때, 4대강 사업이란 강들을 지금의 한강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이름을 바꾸자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역시 <한겨레신문> 기고에서 지금의 한강은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이 만든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이란 지금의 한강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4대강을 살리기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에 따라 전국 4대강을 아름다운(?) 한강처럼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물고기 사체들이 둥둥 떠다니고, 썩은 물이 가득하고, 이명박 사장님이 쌓아놓은 강변 콘크리트가 무너지는 한강이 아름답다고요? 썩은 물 가득한 한강을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갈 4대강의 미래는 정말 끔찍할 뿐입니다. 한강처럼 만들기 위한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잘못된 짓인지 지금 서울의 한강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과 한강 르네상스는 형제지간4대강 사업과 한강 르네상스는 정말 닮은꼴입니다. 강의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국민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강 르네상스'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다고 한강 물이 맑아지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이름만 '4대강 살리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생명의 강 '죽이기'가 '살리기'로 바뀌지 않습니다. '죽이기'는 '죽이기'일 뿐입니다.
썩은 반포천이 유입되는 동작대교 곁은 이미 한강 르네상스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석축으로 쌓은 곳입니다. 그러나 강변의 옷은 갈아입었지만, 강의 생명인 물은 썩어가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한강 물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반포천 썩은 물이 유입되는 한강 바로 곁에 수백억 원을 들인 인공섬 만드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진짜 한강을 살리는 것에는 관심 없고, 여전히 한강을 포장하여 표를 얻는 데에만 열중입니다.
4대강변을 따라 1700km의 자전거도로를 놓고 강변에 체육시설들을 만드는 4대강 사업 역시 한강 르네상스처럼 껍데기만 포장하는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지금 한강이 죽어가고 있는데 한강에 물이 많으니 좋다고 말하는 시민들처럼, 4대강 사업으로 강을 수로로 만들어 놓고 4대강 주변을 번지르르하게 포장하면 진실을 모르는 국민들은 강이 좋아졌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을 노리고 국민들의 반대에도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지요.
강을 살린다는 것은 강으로 유입되는 샛강과 지천들의 오염을 막는 것이 우선입니다. 1983년 이명박 사장님이 한강종합개발로 한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물을 가득 채웠지만, 아직도 한강 지천들의 오염이 다 해결되지 않아 한강은 썩은 수로에 불과합니다.
한강의 지천이 썩어가는 데서도 드러나듯, 4대강 살리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천의 오염 해결입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함안보가 세워지는 바로 곁에 마을이 있습니다. 낙동강과 직선거리로 200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엉터리 수리모형실험으로 논란이 된 4대강 수리모형 실험 연구소가 바로 이 마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바로 이 마을의 하천은 아주 진한 녹색이었습니다.
이렇게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썩은 녹색의 지천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8개 낙동강 대형댐 규모의 보에 썩은 물을 가두게 되면 낙동강이 더 썩을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지요. 4대강 사업의 미래가 썩은 녹색이 될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오늘 썩어가는 한강이 4대강 사업의 미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은빛 모래 사라진 무너져가는 썩은 한강 역시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의 작품입니다. 한강의 모래를 다 팔아먹은 이명박 사장님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 4대강을 마구 파헤치고 있습니다. 4대강 죽이기에 살리기라는 미사여구를 붙인다 할지라도 4대강 사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물을 썩게 하는 재앙에 불과합니다. 4대강 사업은 '死대강' 재앙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국민의 반대에도 4대강 죽이기는 여전히 밤낮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이 가져올 재앙의 진실을 알기 원하신다면 제가 쓴 <강은 살아있다>(황소걸음 출판사)를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웃에게도 많이 권해주십시요. 진실을 알면 4대강의 거짓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