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얼음 동동 띄운 냉커피나 냉수 한 잔으로도 무더위는 가신다. 파도소리 들려오는 시원한 여름노래를 듣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바다나 계곡여행, 원두막에서 수박 먹기, 호프집에서의 생맥주 한 잔, 냉면이나 냉콩국수로 더위를 달래는 것도 좋겠다.
그중 문턱 낮은 동네 호프집(여서동 비에프)은 서민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호프집에서의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은 여름나기 친구로 아주 제격이다. 잔에 넘칠 듯 가득한 생맥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다보면 무더위는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진다.
호프집 메뉴가 이색적이다. 철판에 담아낸 달걀 프라이다. 헌데 더 가관인 것은 시커멓게 그을린 노란냄비에 끓여낸 라면이다. 라면과 생맥주라 그거 참 묘한 궁합이다. 업주가 어떤 이유로 생맥주집에서 라면 안주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성공적인 거 같다. 한두 젓가락 뜨다 만 노란 냄비의 라면이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내내 머릿속에 남아있는걸 보면.
바삭한 과자 부스러기나 야채 샐러드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팥빙수 또한 별난 안주다. 하기야 라면과 계란 프라이로 뱃속을 달랜 다음 술을 마시라는 배려에서일 거라는 생각이 들자 손님을 위한 배려의 맘에 업주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다.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안주들이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라면에 생맥주 한잔 하러, 거기에다 계란 프라이까지 덤으로 내오니 말이다. 이곳에서 한 잔술을 기울이다 보면 이 여름이 시원할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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