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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9월 16일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다녀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방문결과 보고를 하기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16일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다녀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방문결과 보고를 하기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 청와대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단 이 대통령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양자 회동'으로 가는 길이 열렸지만 "만남 이상의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여권과 국민들의 기대감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안상수 대표는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7·28 재보선 전이든 후든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국정현안에 대해 기탄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지만, 청와대 측은 이틀이 지난 후에도 양자 회동의 시기와 형식, 의제 모두에서 "뚜렷하게 그려진 그림이 없다"는 태도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9일 오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 회복은 여권의 오랜 숙제였지만, 이번 회동은 당 대표의 요청으로 급하게 추진되는 감이 있다"며 "무작정 만난다고 해서 그동안의 오해와 불신이 풀리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5차례 이뤄진 양자회동이 특별한 성과가 없거나 도리어 여권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켜온 과거에서 나온 것이다.

두 사람은 2007년 대선 이후 모두 5차례 단독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1차(2007년 12월 29일)·2차 회동(2008년 1월 23일)에서 "18대 총선에서 공정 공천을 하자"는 공감대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훗날 박 전 대표는 계파 의원들의 대거 탈락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격렬히 저항했다.

친박연대의 약진 등으로 박 전 대표는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했지만, 박근혜계에서는 이때부터 "이 대통령이 '정권창출 후에도 국정현안의 동반자로 모시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총선이 끝난 2008년 5월 10일 두 사람이 청와대에서 다시 만났지만, 냉랭한 관계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될 일"이라고 대통령을 질타했고,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민원 사항인 친박 의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친박 의원들의 복당 문제는 그로부터 1년을 끈 후에야 해결됐다.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파열음을 내는 것을 본 청와대가 2009년 1월 말에는 양자의 극비 회동을 성사시켰지만, 둘의 만남이 석달이 지난 뒤 언론에 보도되자 박 전 대표가 발끈했다.

같은 해 5월 5일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박 전 대표는 인천공항에 배웅 나온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1월에 청와대에서 초청해 주셔서 가서 뵈었는데, 잘못된 얘기가 (언론에) 나와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따지기도 했다.

2009년 9월16일 이 대통령이 유럽특사 활동을 마친 후 청와대에 온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라는 상반된 대안으로 맞섰다.

만날 때마다 뒤끝이 안 좋았던 두 사람이 또 다시 만난다고 해서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과거에 기대한 만큼 그다지 효과가 없었기에 이번에는 의미 있는 만남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시기보다는 신뢰를 회복하고 성공적인 만남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권 일각의 관측처럼 7·28재보선이라는 정치 일정에 맞춰서 무리하게 양자회동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청와대 정무라인에서도 "양자 회동의 정치적 득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보선 전에 무리하게 회동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양자회동의 주무부서가 될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정진석 신임 수석이 온 뒤 내부 인사개편이 예정돼 있어 일정 추진이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동 시기는 차치하더라도 형식과 의제에서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거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형식상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만남이 되기 때문에 남들 모르게 만나는 게 제일 좋지만,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바람에 비공개 회동은 어렵게 됐다"며 "두 사람이 의견접근을 볼 만한 의제를 찾는 것도 청와대가 챙겨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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