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흘러야 한다."
4대강정비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기도 정진할 '낙동강 생명평화 지키기 공간'이 만들어졌다. 경남 창원시 동읍 본포리 228번지에 들어선 '낙동강선원(洛東江禪院)'이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집행위원장(공동)인 자흥 스님(창원 금강사 주지)이 만든 수행공간이다.
낙동강선원 뒤 언덕에 오르면 낙동강이 한눈에 보인다. 바로 아래 본포교가 보이고, 함안보에서 내려온 물이 굽이쳐 흐른다. 한반도를 거꾸로 본 모습과 닮은 본포모래섬(일명 하중도)이 한눈에 보인다. 본포모래섬은 준설 작업으로 일부가 떨어져 나갔는데, 지난 16~17일 사이 집중호우로 공사장비를 철수시킨 상태이고, 20일엔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낙동강선원 뒤편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파괴돼 가는 낙동강이 보인다.
20일 낙동강선원에서는 개원식이 열렸다. 개원식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점안식이 열렸고, 언덕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수신제(용왕제)가 1시간가량 열렸다. 용왕제에는 스님들과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물은 만인의 평등... 높고 낮음이 없다"
개원식에는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국장, 진관(불교평화연대 대표) 자운(관해사 주지) 설곡(기장 나무정사 주지) 명진 법광 스님, 부산경남불교평화연대 공동대표인 방영식 목사와 박창균 신부 등이 참석했다.
선원장인 자흥 스님은 "많은 분들이 참석한 데 감사드린다. 낙동강이 하루 빨리 살아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물은 만인의 평등이다. 높고 낮음이 없다. 평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건 교수는 격려사를 통해 "두세 달 전에 이곳에 와서 봤을 때는 난삽했는데, 자흥 스님이 일손을 대지 않고 가꾸었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선원이 될 것이다. 누가 계산을 해서 만든 공간이 아니다. 조국이 뭔지, 산하가 뭔지 깨닫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장소다"고 말했다.
강병기 부지사는 축사를 통해 "6․2지방선거에서 4대강사업이 이대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두관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는 4대강사업에 대한 심판이라 했다. 경남도민들은 생명파괴와 자연을 짓밟은 4대강사업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현 정부는 계획대로 하겠다고 한다. 이번에 큰 비가 아닌데도 사업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저들은 전면 재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야4당 대표들이 21일 낙동강에 온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목소리를 말해 줄 것이고 국민들의 뜻을 받들면 승리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폼나고 반듯하지는 않지만, 성찰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창균 신부는 "정부는 수십억 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을 홍보하고, 종교인들의 분열까지 획책하고 이간질시킨다"면서 "이런 속에 참된 모습을 보여 주는 종교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화 대표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는 "여러 선원에 가보았다. 종교인과 문화인들이 문제를 짚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국토의 1/4인 낙동강이 생명의 보금자리며 창조의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강의 모래와 물은 억겁의 세월 동안 부부였으며 수없이 많은 생명을 탄생시키고 창조해 왔다. 강에서 모래를 파내면 생명과 창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22년 전 이명박씨(이명박 대통령)는 낙동강 하구언을 막아 '똥창'을 만들었고, 지금은 공갈과 사기로 강을 찢어가는 4대강 사업을 하고 있다. 낙동강선원이 중심이 되어 이웃을 끌어안고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낙동강 본포취수장 뒷산에 있는 낙동강선원은 정부의 '잘못된 4대강정비사업'을 반대하고, '낙동강의 생명평화'를 지키며,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괴로움을 없애고 행복을 찾는 수행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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