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온 지 65년이 지났어.""집은 안양이야... 10년 전에 이곳에 치료를 위해 들어왔어.""자식이 하나 있지. 그런데 떠나왔어. 아내도 있지만 이혼 서류에 도장찍고 왔단다."학생들과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 간의 대화내용이다.
"수술을 5번이나 했어. 두 다리를 잘랐단다. 그리고 눈도, 이빨로 다 형편없이 되었어..."어느새 격이 없어져 있다. 혜광학교 봉사단도 어르신의 이야기에 모두 넋을 잃고, 어르신들도 말하는 데 편하다.
황태경(고2)학생이 다가와 말한다.
"이곳에 올 때는 선생님의 강요에 의해서 억지로 왔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얼마나 잘 왔는지 모르겠어요."그는 어릴 적 나병환자들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에 오기가 망설여졌고 억지로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보니 모든 분들이 친절하시고 말씀도 잘하신단다.
"그동안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았어요. 일반인이 우리 시각장애인을 잘못 인식하듯이 나도 한센병 환자들을 잘못 인식하고 있었어요."반성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우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단다.
싱크대 청소를 맡아 싱크대만 청소하고 있는 최승호(고1)군을 만났다.
"어릴적 소풍 가기 전날과 같이 잠을 설쳤어요. 직접 이곳에 와서 어르신들을 만나뵈니 지금의 내 마음은 한마디로 두근두근이랍니다. 새로운 나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흥분되요."놀라운 일이다. 이곳은 수많은 봉사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혜광학교 봉사단이 봉사하는 중에도 여기저기 봉사온 다른 팀들과 만났다. 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지 그 이유를 혜광학교 학생들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1. 기상새벽3시 부시시 여기저기서 서로 잠깨우는 소리에 모두 정신이 없다. 4시에 시작되는 새벽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1시간 전인 오전 3시에 눈을 뜬다. 세면을 하고 특송을 위해 합창 연습이다. 한두 명은 못 일어날 것 같은데도 모두 협동하여 불평 없이 일어나고 새벽 합창으로 정신을 일깨운다.
2. 봉사봉사조는 4조로 나뉜다. 오전 8시부터 환자들이 생활하는 생활동을 찾아 봉사를 시작한다. 1조를 쫒아 가니 우선 크게 인사드리고 인천혜광학교 RCY봉사단임을 밝힌다. 그리곤 "청소와 안마해 드립니다"를 외친다. 이렇게 봉사는 시작되었다. 화장실과 싱크대가 기본 청소 코스, 그리고 냉장고, 선풍기, 창틀 청소를 한다. 오전과 오후 2번에 걸친 봉사를 통하여 어르신들과 대화하고 청소하고 안마를 해 드린다.
3. 응원멀리 인천에서 교장 선생님과 몇 분의 선생님들께서 응원차 오셨다. 갑자기 피자 파티가 열리고 화기애애하다.
4. 밤 봉사저녁 식사 후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가정봉사를 나간다. 그 분들에게는 청소가 아닌 안마를 통하여 봉사하게 된다.이곳에 가정을 이루신 분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국가로부터 집을 제공받고 이웃을 두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내일은 이곳 소록도에서 오전 봉사가 준비되어 있다. 오늘과 같은 내용으로 봉사가 계속된다. 그리곤 소록도 봉사를 마무리한다. 매년 소록도 봉사를 마치고는 국토의 한 곳을 정하여 순례를 한다. 올해는 무주구천동의 덕유산이다. 작년에는 공주와 나로호 발사대를 들렀다.
오자마자 가는 것 같다고 대원들은 말한다. 그러나 하루 동안의 봉사활동로 각자의 마음의 변화는 큰 듯했다. 서로에게 많은 신뢰와 감사를 느끼며 보낸 오늘 하루의 일정. 내일 이들은 자신을 남에게 주면서 또한 자신을 얻을 것이다.
이들은 이곳에 연결된 귀한 경험과 인연을 가지고 또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다. 더 큰 내일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