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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22)나그네
글쓴이: 김 정 관
고향을 떠나
객지를 떠돌던 바람처럼
살아왔던 나그네가
세파에 부대끼며 지친 몸으로
동구 선착장에 와 보면
어린 날에 내 정답던 언어와
바닷바람보다 질긴 인연으로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
돌아오는 이들마다
질기디질긴 고향 그리움을
퍼주고 퍼주는
언제나 파도치는 고향바다여.
여귀산이 아스라이 멀어져 갈 때
촉촉이 젖은 내 눈망울 위를
적셔주던 고향바다와
안아주던 사람이 있다.
시나브로 비워져 가는
초등학교 운동장과
버스정류장. 초라해져 가는 마을보다
가슴 아픈 건
내 어린 추억과
부모가 계시지 않는다는 것.
잃어버린 어린 날을
비워버린 그 마음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얘기해 주는 고향 사람들이 있다.
전설을 품고 앉아 있는 여귀산은
흰 구름이 머물다 가고
밤이면 별들이 쉬어 가는 곳
마을을 감싸 안은 소나무 위에
고향 사람들이 찢긴 깃발이
허허롭게 펄럭이고
객지로 떠나보낸 나그네를 고향 부모님은
미어지는 가슴 부여안고
서성거리는 나그네 눈앞에서
새벽이슬보다 더 찬
눈물 흘리며 여린 길섶을 적셔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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