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 28개 사회적 기업과 함께 '출항'장애인을 고용해 칫솔을 만드는 기업부터 친환경 농산물을 가공해 로컬푸드운동을 전개하는 기업, 결식아동들에게 저녁을 공급하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인천의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8개 사회적 기업 주체들은 15일 한자리에 모여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회장 조민호 성. 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옹기종기네트워크 대표)를 창립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조민호 회장은 "2010년 경제성장률을 5.8%로 내다보고 있지만 고용 없는 성장과 높은 실업률, 저임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부족이 현실"이라며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는 연대와 협력, 도전정신으로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실현해 가겠다. 사회적 기업의 공익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적 경제 실현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창립총회에는 인증 사회적 기업뿐만 아니라 예비 사회적 기업과 고용노동부 관계자, 인천시와 기초단체 관계공무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참여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창립총회 직후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인천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일본 고베시는 12명인데, 인천시는 1명인 까닭지속가능한 사회적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이 부각되자 지난해 12월 인천에서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골자로 한 '인천시 사회적 기업 육성 지원 조례안'이 마련됐다.
이 조례는 시가 매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육성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하고, 또 시장 직속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위원회'를 설치해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결정하도록 했다. 특히 시가 사회적 기업에 부지ㆍ시설 확보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시가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빈약한 상태다. 정부조차 사회적 기업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로 치면 지식경제부에 해당하는 경제산업성이 사회적 기업을 담당케 해 이를 하나의 경제정책, 산업정책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한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는 "일본 고베시의 경우 지역경제국이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만 12명이다. 이들이 사회적 기업과 대기업을 이어주고, 사회적 기업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중간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에 비해 인천은 여전히 빈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과 지원을 경제정책으로 여기고 있는 영국 런던의 모습은 더 많은 시사점을 전한다. 참고로 5000개 이상의 사회적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런던의 경우, 매출규모와 수익률 상위 10위에 랭크된 기업 중 5개가 사회적 기업일 정도다.
그러나 이 역시 자생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런던시와 금융, 대학, SEL(Social Enterprise London), 중간 지원조직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의 중층적이고 전 방위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례로 '부평구시설관리공단'과 같은 런던시 그리니치구의 'GLL'의 사례를 보면, GLL은 현재 레저시설 등을 운영하며 3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민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자, 그리니치구의 시설관리공단 공무원들은 해고에 직면했다. 그러나 블레어 정부의 등장과 함께 사회적 기업이 부각되자, 해고를 앞둔 공무원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여기에는 런던시의 지원뿐만 아니라 공적기금 수행역할을 하고 있는 크레딧유니온(CU)과 SEL(Social Enterprise London)의 중층적인 지원이 있었다. 노동자협동조합 형태를 띠고 있는 GLL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의사결정에서 1인 1표의 권리를 갖는다.
런던이 'SEL'이면, 인천은 'SEI'영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부각된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영국역시 신자유주의의 광풍아래 민영화와 실업이 발생해 지역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양준호 교수는 영국도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역 주민의 민주주주 방식으로,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기치아래 탄생했다고 밝혔다.
그중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로 SEL(Social Enterprise London)이다. SEL은 런던 사회적 기업의 중간 지원조직으로, 사회적 기업 관련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지자체와의 협력과 사회적 기업들의 플랫폼으로서 정보교류와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런던의 사회적 기업의 리더이자 조정자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SEL은 그야말로 든든한 지원군 같은 존재다. SEL은 2004년 이후 34개의 런던 지자체와 함께 사회적 기업의 성공 사례를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나아가 EU(유럽연합)로부터의 자금조달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양준호 교수는 "런던의 SEL에는 사회적 기업가와 NPO 활동가 등 지역사회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이들이 지자체에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밑에서부터의 수요'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지자체 또한 이 같은 수요에 의거해 사회적 기업 지원책을 수립함으로써 정책 수립 시 비용과 정책 실패의 리스크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한 뒤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가 SEL처럼 SEI(Social Enterprise Incheon)가 돼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인천대학교 지속가능인천발전연구회 남승균 연구원은 "사회적 기업을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 분야를 다각화해 친환경, 인권, 복지, 평화군축 등 인천지역 실정에 맞는 영역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한 뒤 "태동기에 있는 사회적 기업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금융지원을 뒷받침해야하는데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육성과 사회적 기업 투자기금 조성을 위한 재단 설립 등을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여한 민주당 박우섭 남구청장은 "사회적 기업을 통해 매년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저 역시 사회적 기업을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만 여긴 것을 인정한다"고 한 뒤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중간 지원기관을 추진하는 일에 지자체가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