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내'는 유등천의 우리말 이름이다. 버드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유등천은 물이 맑기로 소문난 하천이라고 한다. 깨끗한 물이 필요한 조폐공사가 유등천변에 들어온 것 역시 맑은 물 덕택이었다고 한다. 맑은 물과 버드나무 뿐만 아니라 유등천은 대전의 3대하천으로 많은 생물의 서식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갑천과 만나는 구역에는 넓은 달뿌리풀 군락이 형성되어 있어, 해마다 여름이면 개개비 수십쌍이 찾아와 번식을 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름철새인 개개비는 갈대나 이와 유사한 달뿌리풀군락지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운다. 이 군락지는 대전시계 내에 최대 번식지다.
갈대와 비슷한 색을 유지하고 있어 사람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유등천을 산책하다 보면 '객객객객' '갈갈직직' 울어대는 개개비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약 20cm 남짓한 크기의 개개비는 종종 뻐꾸기의 탁란대상이 되기도 해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 개개비는 갈대와 유사한 풀숲에서 빠르게 이동하여 먹이를 찾는다. 작은 곤충들을 먹고 사는 개개비에게 유등천과 갑천 합류점의 달뿌리풀군락은 좋은 서식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등천에 자리잡은 개개비는 지금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 갑천과 유등천 합류점의 하상정비를 통해 달뿌리풀의 많은 부분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유등천 11공구 공사에서 2004년 이후 진행하지 않았던 하상정비를 진행하여 많은 지역의 달뿌리풀 군락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이다.
왜 하는지 정확한 이유도 없다. 통수단면을 왜? 얼마만큼 확보해야 하는지? 준설량은 얼마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수리학적 계산도 없다. 2004년 완성된 3대하천 복원계획에는 이곳에 하상정비계획은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3대하천 복원계획에 하천복원구간으로 설정된 이 구간에 하상준설계획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더욱이, 전국체전을 위해 만든 갑천라바보(2009년 완공)로 인해서 유등천 합류점이 수몰되었다가 노출되었다를 반복하면서, 달뿌리풀등의 식생이 변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라바보 수위 차이에 발생하면서 식생들이 자리잡지 못하는 것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지역의 환경단체는 단순히 전국체전을 위해 라바보를 이전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강행했고 탑립돌보와 갑천합류부에 조성하기로 한 대체습지는 조성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튼, 개개비는 올해도 약 20쌍 40여마리가 찾아와 번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갑자기 사라진 달뿌리풀 군락 때문에 둥지를 틀지 못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적은 공간에 개개비 번식 밀도가 높아져 조그마한 달뿌리풀 군락에 2~3쌍이 함께 번식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되면 번식경쟁이 되어 도퇴되는 개체군이 나와 본식의 성공률이 떨어지게 된다. 달뿌리풀군락지 감소는 개개비에게는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유등천의 개개비는 갈 곳이 없어졌다. 올해까지 많이 찾아왔던 개개비가 무사히 올 여름을 유등천에서 보내고 내년에 찾아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당장에 번식에 실패한다면, 내년에 찾아오는 개개비 개체수는 급감할 것이다. 이 책임은 누가져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내년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하상정비와 갑천라바보가 유지된다면, 유등천의 개개비는 멸종될지도 모를 일이다. 유등천을 산책하면서 들었던 개개비 소리를 이제는 영영 듣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사라진 개개비가 돌아오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필요한 상황이다. 추가 하상정비를 중단하고, 갑천 라바보 수위를 유등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위로 항시 유지하는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유등천의 개개비는 존속이 가능할 것이다. 대전시와 국토관리청은 이제라도 유등천 11공구의 공사를 중단하고 개개비의 서식처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하상정비 : 하상에 쌓인 토사를 준설등을 통해 없애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