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상임공동대표를 단장으로 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대표단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민간 외교활동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 내 비판여론을 전달하고, 조속한 6자회담 재개와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김상근 상임대표와 정현백 공동대표, 이승환 공동집행위원장, 정인성 대변인, 김연철 인제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방미단은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들은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각) 한반도 평화 세미나를 시작으로, 27일 미국 국무부에서 성 김 6자회담 미국 대표와 로버트 킹 인권대사를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6.15남측위원회의 의견을 서면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한반도평화포럼' 행사에 참석하며, 28일부터는 뉴욕과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해 동포강연회와 기자회견 등을 진행한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가 무엇인가"
김상근 상임대표는 27일 열리는 한반도평화포럼에 앞서 배포한 '평화를 위해, 주저 없이, 지금 바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조연설문에서 "대통령 후보 오바마는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컸다"면서 "그러나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벌써 1년 반이 흘렀지만, 6자회담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북한과 변변한 대화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어 "공언했던 북미정상회담은 어디로 갔는가? 그동안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핵 없는 세계' 정책에서 한반도는 제외된 것인가? 왜 북한만 탓하면서 과거의 실패한 억지정책만 반복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계속해서 "지난 2년 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고조되었고, 북한의 핵 능력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며 "이제 오바마 정부 스스로 대북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수단을 구사했는지 준엄하게 되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그러면서 오바마 정부에 대해 ▲북한과 조속한 직접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전향적 발걸음 시작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미국의 건설적 역할 ▲한미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요구했다. (방미 대표단은 이 연설문을 미 국무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오바마 정부, 전술적 이익 챙겼으나 동북아 관리자라는 위상 잃어"이날 토론회에 정현백 공동대표와 함께 발표자로 나서는 김연철 교수도 사전공개한 발표문 '6자회담 재개를 위하여'에서 "과거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가 조성되거나 전쟁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미국은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며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천안함 국면에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보다, 군사적 긴장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또 "오바마 정부는 전술적 이익을 챙겼으나 동북아 정세의 안정적 관리자라는 위상을 잃었다"며 "작은 이익을 얻고, 큰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능력은 증가하고 있고, 중국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어 국제사회의 제재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며 "더 이상 협상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정치상황을 '김정은 후계체제를 준비하는 장성택 관리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 뒤 "북한의 단계적인 후계체제 구축과정을 고려하면, 현재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정치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금처럼 6자회담이 표류하고, 남북관계 긴장이 지속되고, 포괄적 제재가 유지되면, 군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협상의 유연성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선적으로 대북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붕괴론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6.15남측위원회의 민간외교차원 방미는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로 당시에는 백낙청 6.15남측위 명예대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4명이 참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