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대체 : 27일 오후 5시]
법원은 시국선언 교사의 징계를 유보해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해 27일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유상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에 열린 김 교육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에게 범죄결과통보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징계의결요구권자(교육감)에게는 징계 사유를 판단할 재량권이 있다"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의도적으로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회피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교사들의 시국선언행위가 집단행위금지 등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행위인지 아니면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기본권 행사인지 여부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아직 대법원의 판례도 없다"며 "따라서 김 교육감이 사법부의 최종 판단시까지 징계의결요구를 유보한 행위를 직무유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국선언 교사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국선언행위는 교육공무원의 직무인 교육과정이나 학습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학습권의 침해가 문제된 사안도 아니다"며 "김 교육감에게는 징계의결이 될 경우 당사자들이 입게 될 불이익 등을 고려했을 때 신속하게 징계의결을 요구하는 것보다 신중한 결정을 선택할 필요성이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결국 김 교육감이 제반 사정을 종합해 징계의결요구를 유보한 결정은 교원징계령 제6조 3항이 밝힌 '상당한 이유'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공무원법 제6조 3항은 "징계사유를 통보받은 교육기관 등의 장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1월이 내에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재판부는 "시국선언 교원들을 신속하게 중징계 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은 헌법상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보장제도를 침해할 수 있고, 다른 징계대상사범과의 형평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교과부 '지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재판부는 "김 교육감이 징계의결요구를 유보하게 된 동기와 그간의 경위,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하면, 시국선언 교사 징계유보 행위는 주민직선 교육감으로서의 철학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두고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내지 방임이라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재판 결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파장을 의식한 듯 판결문을 끝까지 낭독했다.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한 순간, 재판을 참관한 시민 100여 명은 "만세!"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쳤다.
김 교육감은 무죄 선고가 내려진 뒤 "이번 재판 결과로 교과부의 고발과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법적용이었다는 게 증명됐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앞으로도 민주적 가치와 교육자치의 정신을 교육감 직무의 최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곤 교유감 탄압 저지와 민주적 교육자치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무죄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는 정중하게 김 교육감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교육발전을 위해 겸손한 자세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신 : 26일 오후 9시 15분]
김상곤 '아웃'이냐, 교과부의 '추락'이냐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유보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공판이 27일 오후 2시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이날 재판 결과는 이명박 정부와 전국 6개 시·도 진보 교육감 및 당선인들의 교육 정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공판에서 김 교육감이 유죄를 선고 받을 경우, 교육감 직무가 바로 정지된다. 그렇게 되면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 등 김 교육감의 핵심 정책은 힘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또 시국선언 교사 징계 역시 교육과학기술부 뜻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교사 대량 해직을 의미한다. 물론 김 교육감이 대법원까지 가 결과를 뒤엎어 복귀할 수는 있지만 이는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의 일이다.
김상곤 '직무 정지'되면 진보 교육감들 큰 타격 받을 듯
'김상곤 낙마'의 영향은 김 교육감과 경기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지역 5곳의 시·도 진보 교육감과 당선인들 역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선, 정당 가입 전교조 소속 교사 징계를 미루거나 경징계 방침을 세운 진보 교육감들은 진퇴양난의 곤혹스런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3일 교과부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교사가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것은 중대하고 심각한 위법행위"라며 관련 교사 134명 전원을 파면·해임키로 하고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에게 중징계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경징계 방침"을 밝혔다. 또 6.2지방선거가 끝난 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등 전국 5개 시·도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은 모두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징계를 유보하겠다"며 교과부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교과부의 '지침'에 반기를 들었던 김 교육감이 실제로 선두에서 낙마하면 다른 지역 진보 교육감들은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지난 13~14일 치러진 일제고사 때처럼 같은 목소리로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진보 교육감은 힘을 잃고 교과부는 강력한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김 교육감이 무죄를 선고 받는다면? 간단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서술한 상황과 정반대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김 교육감을 고발한 교과부는 '진보 교육감 발목 잡기'가 증명돼 위신 추락이 불가피하고, 검찰 역시 정권의 눈치를 보며 무리한 기소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유무죄를 떠나 27일 재판 이후에는 교육자치 의미와 범위, 그리고 교과부와 교육감의 권한은 과연 어디까지냐는 사회적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죄 결정되면 교과부는 '추락' - 진보 교육감은 '비상'
한편 지난 6일 수원지검 공안부(변창훈 부장검사)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집행부 14명에 대한 검찰의 기소 처분을 통보받고도 1개월 안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김 교육감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을 위반해 징계 대상"이라며 "이러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피고인의 징계유보 결정은 명백한 재량권 남용으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교육감의 변호인단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명백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들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사법부의 최종판단까지 유보한 것은 교육감의 재량권에 해당한다"며 "직무 유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직무를 포기하거나 해태했어야 하지만 김상곤 교육감은 교사들의 징계와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고 법률 검토를 하는 등 고민을 거듭했던 만큼 직무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교육감 역시 최후 진술을 통해 "교사들의 시국선언과 관련해 교과부의 일방적 징계 요구를 받아들여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을 경우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징계권 남용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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