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궁금해 하는 중국 지리 이야기>(푸른길 펴냄)는 중국 땅 곳곳의 불가사의하고 흥미로운,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13억이란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43배나 되는 땅에 사는지라 중국인들 자신들조차 알다가도 모를 일들이 숱하게 존재할 것 같다. 중국인들조차 다 모르고 살다 죽을 만큼 수많은 일들이 말이다.
사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워낙 넓은 땅을 차지하고 사는 터라 불가사의한 일들이 워낙 다양하리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도 막상 '정말 그럴까? 믿어야 하나?'라며 몇몇 이야기의 사실 여부가 의아해지기도 했다. 몇몇 이야기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자 꾸며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역자에 의하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주제들은 중국과학원 지리과학 및 자원연구소와 중국지리학회가 발간하는 대중용 월간 지리학 잡지 <중국국가지리>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에 기반하고 있다" 즉, '뻥'이 아닌, 어느 정도의 신빙성과 객관성이 뒷받침되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책은 중국의 지형 및 풍습과 문화 등을 중국의 산과 강 그리고 호수, 고원과 삼림, 변방과 황무지, 섬과 바다, 성곽과 도시, 불교관련, 고대 유적, 촌락과 가옥으로 각각 나눠 들려준다. 이야기는 모두 53꼭지, 제일 먼저 찾아 읽은 것은 '백두산 천지에는 정말 괴물이 있을까?'이다. 백두산 천지 괴물 출현, 그 진실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백두산 천지 수면의 해발 고도는 2194m이고, 수면 면적은 9㎢이며, 호수의 깊이는 373m이고, 평균 수심은 204m이다. 수온은 일 년 내내 매우 낮고, 여름에도 8~10℃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이곳은 자연환경이 열악하고, 고도가 높아 추우며, 수온이 낮아 부유 생물도 적기 때문에 물속에 큰 생물체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 '백두산 천지에는 정말 괴물이 있을까?' 중에서여하간 백두산 천지에서 괴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종종 전해지곤 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2009년) 가을, 천지 괴물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 오래전 1962년 8월, 어떤 사람이 망원경으로 두 괴물체가 서로 쫓는 모습을 발견했다. 1980년 8월 21~23일에 괴물을 목격했다는 사람도 있다. 중국 <신관찰>이라는 잡지의 한 기자는 1981년 6월 17일과 9월 2일에 자신이 목격한 괴물 사진을 찍어 확실하게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천지가 형성된 시기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 최후의 용암 분출(1702년)이 300여 년 전의 일인지라 중생대 동물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 천지 속에 대형 동물이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 등의 이유를 들어 백두산 천지 괴물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1981년 7월 21일, 북한의 연구단이 천지에서 괴물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들은 관찰한 것과 촬영 자료를 근거로 '괴물'이 흑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중국의 관계자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람들이 본 괴물과 흑곰의 형태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흑곰은 수영은 할 수 있지만 잠수를 할 수 없는 등의 이유를 들어 '괴물'이 흑곰이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적다고 주장하였다. - '백두산 천지에는 정말 괴물이 있을까?' 중에서이 정도가 북한의 반응이다. 어떤 사람들은 '괴물'이 수달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가끔 물속에서 떠오르는 암초나 화산이 분출한 커다란 부석이 바람에 밀려 떠다니며 보이는 현상이 멀리에 떨어진 사람들에게 괴물로 보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설마 많은 목격자들의 이야기가 모두 착각일까? 만약 아니라면 천지 괴물은 무엇일까? 또 그것은 어떻게 변화한 것일까? 혹은 최근에 중국이 발표한 2014~2015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 예측과 관련된 일부 현상들은 아닐까? 덧붙이자면,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올 봄의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한 영향보다 훨씬 치명적일 거란다.
외에도 이 책은
▲양쯔강의 발원지는? ▲황하는 어디에서 흘러나올까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은 어떻게 형성 되었나 ▲황토의 고향은 어디일까? ▲이리의 몸에 당나귀 머리를 가진 동물? 황금털 원숭이? 선농자에는 왜 그렇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을까 ▲'우는 모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여산(루산 산)의 진면목은? ▲막고굴의 만 갈래 금빛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만리장성은 어떻게 쌓았을까 ▲사막의 비단길은 어디에? ▲타클라마칸 사막 속에도 마을이 있을까? ▲왜 '절벽에 매달린 관'을 매달았을까? ▲천불비의 발자국은 누구의 것? ▲소안탑은 어째서 4번 갈라지고 3번 합해졌을까? ▲로프노르는 방황하는 호수? ▲서다오 섬에는 왜 살무사만 살까? 등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대략의 목차만 봐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음을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한편 씁쓸하고 한편 궁금했다. 중국 지리에 관한 책인데 왜 애국가에까지 나올 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인 백두산에 대해 다뤘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리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75%가 중국 땅' '간도협약으로 중국 땅이 되었다' '한국전쟁 참전의 대가로 김일성이 주은래(중국)에게 줬다' 등 백두산 관련 뉴스도 많고 카페나 블로그 등의 의견 또한 분분했다. "김일성이 중국으로부터 백두산을 찾았다" 등과 같은 의견과 공식적인 주장도 있다.
어쨌건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백두산은 100% 우리 땅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0년 현재 백두산 천지 55%는 북한 땅이고 나머지 45%는 중국 땅'이라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우리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두산 문제는 간도 문제와 잇닿아 있다. 백두산이 어느 나라 땅인가? 몇 년 전,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나가 간도 되찾기 운동의 취지 및 간도의 중요성에 대해 알린 적이 있다. 그때 '간도가 어디쯤에 있는 섬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이 책을 읽다가 백두산 영토 문제가 궁금, 그에 대해 알아가던 중 '간도 되찾기 운동본부(
http://www.gando.or.kr/)' 어떤 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적어도 이건 아니지 싶은데, 엄연한 우리의 모습이다.
백두산의 미래를 묻다 |
역사적으로 백두산은 한·중 양국이 공유해 온 공동의 유산이었지만 19세기 후반 이래 백두산은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맞부딪치고 영유권 다툼이 벌어지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앞으로 백두산을 공동의 유산이자 교류와 협력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1천 여 년 동안 백두산을 양국이 공유해 왔다는 사실을 모두가 공유해야 할 것이다.
'백두산' 명칭과 '장백산' 명칭이 비슷한 시기에 생겨났으며, 양국 모두 백두산을 개국신화의 무대로 삼았고 백두산에 제사를 지냈다는 사실을 서로가 되새겨야 한다.
또한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동 등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백두산이 공동의 유산이라면 마땅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동 등재하여 함께 관리하고 보존해야 한다.
1980년대 북한과 중국이 각기 백두산을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으며, 이는 백두산이 공동의 유산임을 세계에 알리는 첫 걸음이었다. 고구려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함께 등재하였듯이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동 등재하기 위한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동북아역사재단:http://www.history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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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중국은 '백두산 화산 동굴 조사 결과 1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인들에게 '백두산=중국'이란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한편 반갑고 한편 씁쓸하다. 지나친 우려일까?
이야기가 많이 벗어났다. '한권의 책으로 무엇을 얻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백두산은 당연히, 그리고 온전히 우리 민족의 땅이라 생각했다. 다만 중국은 북한과의 약속 등에 의해 관광으로 인한 이익을 얻으면서 백두산 가는 길을 양해해 주는 것 정도로 알고 있던 터였다. 때문에 아주 잠깐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도 궁금해 하는 중국 지리 이야기>-'백두산 천지에는 정말 괴물이 있을까?'란 이야기 덕분에 백두산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애국가에도 나올 만큼 중요한 우리의 백두산에 대해 말이다. 이왕 벗어나 버린 거, 백두산의 미래에 관한 동북아역사재단의 글 일부를 소개하며 맺는다.(박스기사 참고)
덧붙이는 글 | <중국인도 궁금해 하는 중국 지리 이야기>|허잉자오(지은이)|이강원|최영준(옮긴이)|푸른길|2009-10-15 |값: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