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1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두리반 단전이 일주일을 넘겨 9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26일에 공식적으로 두리반 측으로부터 전기공급을 재개하라는 요구를 공문으로 접수받은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29일 저녁 한전 서부지점장의 명의로 회신 공문을 보내왔다.

공문을 요약하자면 한전이 합법적으로 전기공급을 중단하였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의 근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두리반 단전과 관련해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한전의 궁색한 입장이 드러난다.

우선 한전이 두리반 측에 제시한 전기공급 중단 사유인 전기공급약관 제15조 제3항을 보면 '한전은 전기공급 대상 목적물이 없어졌거나, 전기사용자가 없어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할 경우 또는 주택용전력 이외의 고객으로서 부도 등으로 전기요금 납부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공급을 끝내기 위한 조치를 완료한 후 전기사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고 규정되어 있다.

한전은 15조 3항을 언급하면서 "12월 28일 계량기 철거 당시 두리반 내부에 전기 사용자 즉 사람이 없었다는 근거로 전기계량기 철거 당시 두리반 건물 주변에 펜스가 처져 있었고 전기계량기가 돌지 않았으며, 계량기 철거 당시 어떠한 물리적 저항도 없었기에 이는 건물 안에 전기 사용자가 없을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일단 한전 법무팀, 아니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전기 계량기가 돌지 않으면 해당 건물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상 맞는 것일까? 28일에 계량기를 철거했다는 한전의 주장이 맞다면 두리반에서는 불과 2일 전까지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28일에는 이미 두리반 점거농성이 시작된지 이틀째 되는 날로 두리반 입구측 펜스는 이미 두리반에 진입한 농성자들에 의해 뜯겨진 상태였다.

한전 측이 공문에서 언급한 사회적 통념에 비추자면 전기공급계약을 해지하기에 앞서 당연히 펜스가 철거된 가게 입구문을 한 번이라도 두드려보고 안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전기'라는 공공재의 공급중단 여부를 결정할 때 상식적인 행동은 아니었을까? 그 당시라면 추위가 맹위를 떨칠 시기였다는 점에서 '전기'라는 공공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면서 한전 측이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회적 통념에 어긋남을 넘어 직무유기에 가깝다.

또한 두리반 측은 앞서 한전에 보낸 공문에서 한전이 전기계량기를 철거하기에 앞서 동교동 재건축 시행사인 남전디앤씨가 한전에 어떠한 사전 신고도 없이 26일 오전에 전기선을 끊었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한전은 두리반 측에 보내온 공문에서 시행사 남전디앤씨의 불법적인 단전 행위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 없이 계량기가 돌지 않는 점과 세입자의 '저항'이 없었다는 점을 확대 해석하여 전기공급 해지가 옳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한전은 공문에서 전기계량기 철거 후 7개월 동안 두리반이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았으며, 인근의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한전의 전기공급계약 해지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임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분도 사실관계를 조금만 확인하면 한전의 답변이 면피성 변명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전기공급이 끊어지기에 앞서 남전디앤씨의 도전신고를 받고 두리반을 최초 방문한 한전 서부지점 담당자는 두리반이 '전기를 도둑질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전기공급이 끊어진 직후에 두리반에 다시 전기가 들어온 것은 엄동설한에 스티로폼을 깔고 두리반 1층에서 진행되는 농성에 대해 인근 공사장 건설업체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전기를 공급한 것이었다.

게다가 두리반에 전기를 공급한 업체 측은 7개월간 전기를 제공하면서 두리반이 사용한 전기료를 모두 대납했다는 점에서 두리반 측이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했다는 한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한전 서부지점은 전기선 복구를 요구하기 위해 서부지점을 방문한 두리반 비상대책위가 구두로 전기공급 재개를 약속받은 뒤에 납부한 전기요금 영수증상에 전기계량기를 철거했다고 밝힌 12월 28일 이후에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에 걸쳐 8460원의 미납요금이 있었다고 표기했다.

한국전력에 납부한 미납요금 영수증 영수증상에서 빨간 테두리안을 보면 한전이 주장하는 계량기 철거시점 이후에도 3개월간 전기요금이 발생하였고, 지난 17일 두리반 대책위원들이 한전 서부지점에 방문하여 납부를 완료하였다.
한국전력에 납부한 미납요금 영수증영수증상에서 빨간 테두리안을 보면 한전이 주장하는 계량기 철거시점 이후에도 3개월간 전기요금이 발생하였고, 지난 17일 두리반 대책위원들이 한전 서부지점에 방문하여 납부를 완료하였다. ⓒ 고영철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계량기까지 임의로 철거한 마당에 3개월간 매달 두리반 안종려씨 앞으로 청구된 전기료의 정체는 무엇일까? 계량기는 돌지 않았지만 전기요금은 발생하는 전기요금 계산법이 한전에는 존재하는 것일까?

여기에 한전 서부지점이 이번 공문상에 언급한 12월 28일이라는 계량기 철거일과 한전이 구두로 확인해준 서류상의 계량기 철거일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한전 서부지점이 전기공급 중단 과정에 대해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키운다.

두리반 측에서는 한전이 GS건설이라는 대기업을 배후에 둔 남전디앤씨가 '전기를 무기화'하는 것을 방조하는 것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와 엠네스티등 국내외 인권기구에 부당함을 호소하는 것은 물론 UN 특별보고관제도를 이용해 국제사회에 한전과 GS건설의 부도덕성을 끝까지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행정정보 공개청구 제도와 행정 소송을 통해 한전이 두리반 불법단전과 관련해 최종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법리적 판단이 내려진 것인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두리반 전기공급재개 관련 민원에 대한 회신(한전측 민원 회신공문 전문)
두리반 대책위원회 민원(2010. 7.20)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회신하오니 참고하시       
기 바랍니다.

1. 두리반에 대한 한전의 계량기 철거 및 전기공급계약 해지는 아래와 같은 사유로 전기
  공급약관 제15조 제3항에 따라 이뤄진 정상적인 조치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① 2009.12.24 법원의 부동산 인도집행이 적법하게 시행되어 점유가 (주)남전 디엔씨에게 이전되었고,

  ② 2009.12.28 한전의 위임을 받은 협력업체 직원이 현장에 갔을 때 해당 건물 주변에 출입을 금지하는 휀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휀스에는 2009.12.24 법원의 부동산인도집행이 적법하게 완료되어 건물소유자인 (주)남전디엔씨에게 건물 인도가 완료되었다는
취지의 법원 집행문이 게시되어 있었고, 전기계량기 철거 당시 계량기 회전판이 돌고있지 않았으며, 철거를 완료할 때까지 전기사용자의 이의제기나 물리적 저항이 없었던 상황에서는 건물안에 전기사용자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점

  ③ 전기계량기 철거후 약 7개월이 지나도록 전기사용자가 한전의 계량기 철거에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인근의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해 왔다는 사정은 전기사용자 역시 한전의 계량기 철거 및 전기공급게약 해지가 적법하게 이뤄진 것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큰 점 등

2. 또한, 위와같이 적법하게 전기공급계약이 해지된 고객인 두리반이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전기공급약관 제8조 제4항에 따라 건물소유자인 (주)남전 디엔씨의     동의를 받아 한전에 신규로 전기사용 신청을 하여야 하나, 현재까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     아 적법한 전기사용신청을 한 바 없으므로 전기공급을 해 줄 수 없습니다. 

<참고사항>
❍ 전기공급약관 제15조 제3항

한전은 전기공급 대상 목적물이 없어졌거나, 전기사용자가 없어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할 경우 또는 주택용전력 이외의 고객으로서 부도 등으로 전기요금 납부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공급을 끝내기 위한 조치를 완료한 후 전기사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 전기공급약관 제8조 제4항

소유자와 다른 사용자가 사용자 명의로 전기사용신청하거나 전기사용계약을 변경코자 하는 경우에는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끝.

서부지점장

덧붙이는 글 | 저는 지난 5월부터 두리반 문제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모두 제가 실제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임을 밝혀둡니다.



#두리반#단전#한국전력#GS건설#남전디앤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