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대구에서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로 많이 소개된 곳 중 하나가 계명대학교입니다. 그간 수없이 많은 작품의 장소로 나왔지만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드라마 '동감'과 몇 년 전에 방송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이 학교 건물은 미국식 건축 구조를 본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미션스쿨답게 화려한 장식이 돋보입니다. 예능계 대학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정문 오른쪽에 위치한 미술대학 건물입니다. 학교의 상징인 아이비가 건물마다 싱그럽게 올라와 있고, 보랏빛 맥문동이 피기 시작한 모습이 아릅답네요.
비너스 전신상이 서 있는 건물 주위로 학생들의 작품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학교 주위를 장식하는 거죠. 이 곳 대명동 1캠퍼스 외에 성서 지역에도 새로 지은 거대한 캠퍼스가 있지만 이곳은 자연스레 낡은 건물의 역사와 함께 운치가 숨쉬는 곳입니다.
흰꽃을 달고 있는 맥문동입니다. 조경수로 그만이죠. 나무에 기댄 것은 도예과 학생의 작품입니다. 콩나물 시루 혹은 떡시루를 모티브로 한 것 같네요.
계단을 내려가니 아늑한 도예실이 나타납니다. 막 어둠이 내려올 무렵 노란 불빛을 밝히고 있었는데, 블라인드를 반 이상 내려놓아서 안에 누가 있는지는 보이질 않네요. 건물 주위와 잔디밭에는 만들다 실패한 갖가지 실험작이 뒹굴고 있습니다.
영화 '동감'에서 유지태와 김하늘이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서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설정됐던 시계탑이 있던 본관 건물입니다. 원래 이 학교에는 시계탑이 없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맞추어 시계탑을 만들어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겨울에 가을 장면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낙엽을 만들어서 나무마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는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촬영 끝날 때까지 낙엽을 절대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하면서요.
노천 강당입니다. 이곳의 건축 모토는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전시키는 것인가 봅니다. 관객석 곁에 있는 나무를 그대로 살린 채로 건축했습니다. 게다가 건물의 시야를 가릴 법한 나무들도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어서 여름이면 깊은 그늘을 만드는 것도 특징입니다.
계
이제 학교 구경을 마쳤으니 슬슬 배가 고파지네요. 계명대에서 조금만 나가면 콩국으로 유명한 집이 있습니다. 찹쌀(?)반죽을 튀겨서 더운 콩물 위에 얹어주는 음식인데요, 홍콩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이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주문을 하니 할머니가 물으시는군요."계란도 드릴까?" 날계란을 콩국에 풀어서 먹길 원하면 계란을 풀어 얹어준다고 하더군요. 뜨끈한 국물에 계란은 반숙이 되겠지요.
할머니가 가져다 주신 콩국입니다. 미리 설탕을 넣으신 것 외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콩국인데, 우유처럼 멀겋고 튀김의 기름도 조금 더 있기 때문에 묘한 맛이 납니다. 사실 제 입맛엔 맞지 않았지만 뜨끈한 것을 좋아한다면 이열치열하며 땀흘리는 것도 좋겠네요.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켜가며 노력한다는 점에선 계명대학교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일상이 나태해질 때 주위를 둘러보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습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집근처를 돌아보며 평소에 보지못한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는 '익숙한 가운데 새로움'을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