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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는 지난 27일 "외국기업보다 더 투자하고 고용했는데... 억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7일 "외국기업보다 더 투자하고 고용했는데... 억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 <조선일보> PDF

"할 만큼 했는데…."

최근 보수·경제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하며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자, 이들 신문들이 나서 "억울하다"는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이들 신문에서 인용되는 재계 관계자들은 "경제 회복 과정에서 대기업이 이익을 독점한다는 주장은 현실을 과장한 것"이라며 "지난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맞춰 투자와 고용을 늘렸는데, (비판받아)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말 재계는 투자를 확대해 한국 경제 최대 현안인 고용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을까?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10대 기업의 직원 현황을 살펴본 결과, 7곳의 직원 숫자가 줄었다. 재계는 대졸 초임을 삭감해 고용을 늘렸다며 자화자찬했지만, 실제 고용 창출 수준은 초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계 "2009년 다른 나라에서 대량 해고할 때, 우린 고용 늘렸다" 자화자찬

 2007년 12월 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7년 12월 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먼저, 재계가 고용을 늘리겠다고 선언한 지난해 상반기로 돌아가 보자.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 상황은 그해 겨울만큼이나 차가웠다. 2009년 1분기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4.3%를 기록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분기(-6.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고용 위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3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취업자 수가 2008년 3월보다 19만5000명(0.8%)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었다. 실업자 수도 95만2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당시 고용 위기의 대안으로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정책을 제시했다.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 창출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재계도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며 적극 호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09년 2월 25일 30대 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까지 삭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당시 "글로벌 기업들이 불황을 맞아 수천 명씩 해고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임금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 재원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고 고용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전경련은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이 크게 확대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 1월 15일 전경련은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한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위한 30대 그룹 간담회' 자리에서 "2008년 대비 2009년 신규채용인원은 다른 국가와 달리 감소율이 적었고, 30대 그룹 총 근로자는 89만3117명으로 2008년보다 1.6% 늘었다"고 강조했다.

10대 기업 중 7곳 직원 감소... "친기업정책 특혜로 자기 곳간만 채워"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2009년 4월 기자회견을 열어 "10대 재벌, 145조 원 쌓아놓고 투자도 고용도 안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2009년 4월 기자회견을 열어 "10대 재벌, 145조 원 쌓아놓고 투자도 고용도 안 한다"고 지적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하지만 재계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대기업의 실제 고용 사정은 자랑할 만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9년 매출액 기준 10대 기업(금융회사·공기업 제외)의 2008년과 2009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를 제외한 7곳의 고용이 줄었다.

사업보고서는 상장사가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그해의 경영 성과나 직원 현황 등을 담아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하는 문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9년 전 세계 시장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31조8593억 원의 매출에 2조23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 실적이다. 영업이익률도 2008년(5.8%)에 비해 1.2%포인트 증가한 7.0%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고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2008년 5만6020명이던 직원 수는 2009년 5만5984명으로 36명 줄었다.

2009년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기아자동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9년 매출액(18조4157억 원)은 2008년보다 12.4% 늘었고, 순이익(1조4503억 원)은 같은 기간 무려 10배가 늘었다. 반면, 직원 숫자는 3만2720명에서 3만2616명으로 104명 줄었다. 경제 전반이 어려운 와중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SK에너지(47명 감소), 포스코(191명 감소), GS칼텍스(36명 감소), SK네트웍스(370명 감소), 현대중공업(258명 감소)도 고용을 줄였다.

삼성전자는 2009년에 직원을 623명 늘렸지만, 이는 전체 직원(8만5085명)의 0.7%에 불과했다. 2009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1조5776억 원으로, 2008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아쉬운 대목이다.

10대 기업 중 대대적인 공장 증설로 고용을 크게 늘린 LG디스플레이(4898명 증가)와 LG전자(1145명 증가)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기업의 실적 대비 고용 사정은 초라한 셈이다.

이에 대해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관련 산업 호황으로 투자 시기가 도래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많은 기업의 고용은 늘지 않았다"며 "결국 대기업이 투자·고용을 늘린다며 친기업 정책의 특혜를 얻어 큰 이익을 거두고 나서는, 자기 곳간만 채우고 투자·고용 확대에는 인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는 쇼에 가깝다"며 "대기업 감세 정책 등 친기업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대·중소기업 상생의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고용 감소#친기업 정책#대중소기업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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