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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배 의원은 1일 경기도 여주 이포보 공사 현장을 찾았다. 천 의원은 이포보 고공 농성자들에게 비상 식량을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건설회사 직원들이 길을 막았고, 이에 천 의원이 뛰어들어 거칠게 항의 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1일 경기도 여주 이포보 공사 현장을 찾았다. 천 의원은 이포보 고공 농성자들에게 비상 식량을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건설회사 직원들이 길을 막았고, 이에 천 의원이 뛰어들어 거칠게 항의 하고 있다. ⓒ 박상규

"당신들 뭐야! 저리 안 비켜!"

 

검은색 옷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민주당 천정배 의원 앞을 가로막았다. 4대강 사업 공사 여주 이포보를 건설하는 대립산업 측이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들이다. 천 의원은 호통을 쳤다.

 

하지만 용역회사 직원들은 시선만 피할 뿐 길을 열지 않았다. 이들 뒤로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포보의 모습이 선명하다. 폭염에 땀이 줄줄 흐르는 천 의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 거 몰라? 경찰도 아니면서 왜 이런 식으로 길을 막는 거야!"

 

전직 법무장관인 천 의원의 호통은 계속됐다. 용역직원들도 요지부동. 참다못해 천 의원은 용역회사 직원들의 저지선을 뚫기 위해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뒤이어 김희선 전 의원,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원과 환경단체 관계자 등 20여 명이 뛰어들었다. 반대편에서는 용역회사 직원들과 대립산업 관계자들이 이들의 농성장 진입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이포보 농성장 찾은 천정배 의원, 육탄으로 '보급투쟁'

 

고함과 신음소리 그리고 욕설로 여주 이포보 공사장 입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매마른 땅에서는 먼지가 뽀얗게 일었다. 바람 없는 땡볕 아래서 한 바탕 몸싸움을 벌인 사람들의 입에서는 한숨이 터졌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 위로 끈적거리는 땀이 줄줄 흘렀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진입한 8월 1일 오후, 4대강 사업 남한강 여주 이포보 공사 현장의 땡볕 아래에서는 이렇게 '혈투'가 계속 이어졌다. 

 

이날 천 의원이 육탄으로 뛰어든 행위는 일종의 '보급투쟁'이다. 1일로 이포보 점거 농성은 11일째를 맞이했다. 남한강 수면에서 약 20여 미터 위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미 식량과 휴대전화 배터리 등이 바닥났다.

 

농성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생필품을 전달할 수도 없다. 대립산업 관계자들과 경찰이 이들의 농성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고공 농성 지지방문을 온 천 의원 일행에게는 생필품 전달 '임무'가 주어졌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1일 이포보 고공 농성장을 방문하려 하자, 용역회사 직원들이 길을 막아서고 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1일 이포보 고공 농성장을 방문하려 하자, 용역회사 직원들이 길을 막아서고 있다. ⓒ 박상규

 

결국 천 의원과 김희선 전 의원 등은 한 바탕 몸싸움과 연좌 농성을 거쳐 농성자들에게 비상 식량 등 생필품을 전달했다. 그렇다고 천 의원이 농성자들을 직접 만난 건 아니다. 이들은 고농 농성장 아래까지만 진입했고, 생필품은 대림산업 측이 '대리'로 전달했다.

 

'보급투쟁'을 마친 천 의원은 "우리 민주당이 가장 앞장 서서 싸워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서 다른 시민들이 이 더위에 고생을 하고 있다"며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우리가 최선봉에서 싸워야 하는데... 미안하다"

 

이어 천 의원은 "이번주에 민주당 의원 총회가 열리는데, 우리가 최선봉에서 싸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민주당이 '4대강 검증 특별위원회'를 국회 차원에서 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천 의원은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은 4대강 반대 뜻을 명확히 하고 있는데,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비판했다.

 

이날 천 의원 일행만 이포보 농성 현장을 찾은 게 아니다. 판화가 이철수씨도 충북 제천에서 시민 30여 명과 함께 지지방문을 왔다.

 

한편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여주 군민들도 이날 이포보 공사 현장 주변에서 약식 집회를 열고 "지역개발 외면하는 외지인들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천 의원 일행이 현장에 머무는 동안에도 음악을 크게 틀며 자신들의 불편한 마음을 나타냈다.

 

대립산업 측은 고공 농성장에 사람들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만, 식수와 안전을 위한 무전기는 계속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농성자들은 4대강 공사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기구 등이 구성되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기도 여주 이포보 건설 현장.
경기도 여주 이포보 건설 현장. ⓒ 박상규

이들의 농성을 지원하고 있는 한 환경운동가는 "활동가들이 심심해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 만큼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농성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농성자들의 건강과 안정이 염려된다면 사회 구성원들이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포보 고공 농성장의 1일 한낮 온도는 약 40도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포보 공사 현장 주변 도로는 피서를 떠나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차량으로 가득하다. 완전히 막히지 않은 남한강은 '아직' 흐르고 있고, 굴삭기는 강변에서 굉음을 내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 여전히 힘을 내고 있는 것은 굴삭기가 유일해 보인다.


#천정배#이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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