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니 매사가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지나가던 누렁이에게라도 괜한 시비를 걸어보고 싶은, 심사가 뒤틀리는 습하고 기분 나쁜 무더위다. 이럴 땐 일상을 탈출하는 것이 최고.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한탄강변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곳,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저절로 숙연해지는 곳,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웅장함을 갖추고 군데군데 아기자기함까지 더해 어떠한 수식어를 붙인다 한들 그 매력을 비유할 수 없는 장소가 있어 찾아가 본다. 이 폭포는 장마철에는 물이 불어 들어갈 수가 없고 장마가 끝난 뒤 3~4일 뒤라야 깨끗하고 물의 양도 많고 보기에도 좋아 작품으로 카메라에 담기도 좋다.
'비둘기낭폭포'는 불무산에서 흘러내려와 천혜의 절경을 이루며 폭포를 만들고 다시 좁은 주상절리 협곡을 지나 한탄강과 합류한다. '비둘기낭 폭포'를 찾아 들어가는 입구에 비둘기낭마을이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이정표를 지나 5분 정도 달리면 짙은 숲속의 절벽 아래에 폭포가 감추어져 있다.
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상수도보호구역이라 굳게 철문으로 닫혀 잠겨 있지만 운 좋게도 관리인이 있다면 도움을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있다. 20~30여 미터는 너끈히 될 만한 높이 아래 푸르다 못해 시퍼런 물줄기가 떨어지는 신비의 폭포, 현무암협곡과 주상절리 절벽이 아찔할 정도의 위용을 자랑하며 눈앞에 펼쳐진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보는 순간 그동안 쌓였던 온갖 스트레스와 더위가 한방에 날아가 버린다. 차가운 공기가 온 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30만 년 이상의 오랜 세월 동안 폭포를 이루어 떨어진 곳에는 움푹 파여 맑은 물이 바닥에 쌓인 돌멩이가 보일 정도로 맑다. 떨어지는 폭포의 아름다움에 반해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과 용이 이곳에서 하늘로 승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운데가 움푹 파여 마치 돔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30만 년 전 평강 땅에서 화산이 폭발했는데 그때 흘러내린 용암이 철원을 거쳐 이곳 포천까지 뒤덮어 이렇게 주상절리를 갖춘 현무암지대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동굴 안에서 드라마 <추노>를 촬영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요즈음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상수원 보호지역이라서 철문에 자물쇠가 굳게 잠겨 있다는 것. 폭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려면 철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마을에 사는 관리인을 통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철문 사이로 아찔한 절벽이 내려다보이는 밧줄을 밟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주 폭포를 보고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아담하고 귀여운 작은 폭포 두개가 나타난다. 대부분 사람들이 주 폭포만 보고 떠나는데 이끼와 물풀, 푸른 나뭇잎이 폭포와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폭포로 내려가더라도 아름다운 폭포를 감상하거나 잠깐 정도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힐 수는 있겠지만 상수원보호지역이기에 취사도구와 음식물을 준비하여 음식물을 섭취한다는 것은 삼가야 한다. 폭포를 향해 내려가는 입구에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취사를 하고 남은 쓰레기를 쌓아두고 가 파리 떼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비가 오면 이곳에 버려진 오물과 쓰레기가 폭포로 떠내려가 상수원 보호지역이 무색할 정도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아름다운 우리강산은 잠깐 빌려 쓰고 가는 것일 뿐이다.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대대손손 물려주자.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은 포천에서 신철원으로 이어지는 43번 국도를 타고 가다 태국군참전비와 운천 교차로를 지나면 운천 제2교차로가 나온다. 즉 운천 입구를 지나서 두 번째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에서 좌회전 78번 지방도로를 타고 약 10분쯤 더 가면 포장도로 마지막 지점이 나오고 종점 상회가 보이는데 이 가게를 끼고 좌측으로 좁은 길을 따라 논길을 지나면 조그만 다리가 나온다. 다리 우측으로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있는데 그 곳을 통과하면 폭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