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의 심판이 불공정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전국 10개 지노위에는 철도노조측이 신청한 1만여 명의 조합원에 대한 중징계 처분 사건이 처리 중에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사건이다.
소명 시간 1인당 25초, 사측 변호사가 공익위원?
문제는 서울지노위가 잡은 일정이다. 서울지노위는 2일 오후 2시부터 1141명, 5일 1128명, 6일 252명, 9일 735명을 심문하겠다고 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1천여 명을 심문할 경우, 한 명의 진술 시간은 약 25초다. 결국 조합원들은 사실상 소명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다.
철도노조 측은 공익위원 배정 역시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철도노조 관련 심판회의에 노동계 추천 공익위원은 한 명도 배정되지 않았다. 반면 경총에서 추천한 위원들은 모두 회의마다 한 명씩 배정되었다. 서울지노위의 경우 32명의 심판담당 공익위원 중 노동계 추천 위원은 4명, 경영계 추천위원은 10명, 나머지 위원은 지노위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특히 서울지노위는 철도공사측 손해배상청구 소송 법정 대리인 변호사까지 9일 심판회의 공익위원으로 배정했다. 철도노조와 법정 싸움 중인 '이해당사자'가 공익위원에 들어간 것이다.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은 "솔직히 지노위에게 기대를 못 걸겠다. 부산, 경북 지노위에 참석했을 때 공익위원이 이러더라. '왜 조합원들이 전부 내 징계를 깎아달라고만 하느냐?'고. 노동자들의 사정을 듣고 참작해야 할 공익위원이 그게 할 소리냐?"고 비판했다.
1천 명 불러놓고선 심문 준비도 안 한 지노위
철도노조는 2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서울지노위 앞에서 집회를 열어 "중립적인 공익위원 배정과 소명권 보장"을 요구했다.
한 조합원은 "형식상 심문회의를 하고 그대로 징계를 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지노위의 공정성이다.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1분이라도 내 정당함을 얘기하게 하고, 그걸 듣고 공정히 판단하라는 거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집회 후 조합원 300여 명이 2시 심의를 받기 위해 17층 지노위 심판정으로 올라갔다. 40, 50명이면 꽉 차는 심판정에 많은 인원이 들이닥치자 직원들이 당황하며 문을 막고 조합 간부들에게 심문자 명단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지노위 측이 명단을 작성하고 그에 따라 심문회의를 진행하는 것인데, 우리더러 명단을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 "1천 명을 불러 놓고서는 명단은커녕 앉을 공간도 안 만들어 놓다니, 심문을 진짜 하려고는 한 거냐"며 항의했다.
임도창 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서울지노위는) 지난 7월8일엔 시간까지 마음대로 바꿨다. 75명의 해고구제 심판회의를 오후 5시부터 밤 11시 반까지 무슨 군사재판 받듯 치렀다. 해고 사안이 걸린 중대한 심판에서 조합원들은 소명 기회조차 제대로 못 얻었다. 지금도 (처우가) 똑같다. 이런 심문회의는 못 받겠다"며 크게 비난했다.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은 당황하다 결국 자리를 떴다.
철도노조는 소명기간 동안 지노위 앞에서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