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에 들어간 돈의 10%만으로 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농민들이 '쌀 대란' 해결을 촉구하며 벼를 낙동강에 뿌리고 던져버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이광석)은 5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 함안보 홍보관 앞에서 "대북 쌀 지원 재개, 한반도 평화 실현, 쌀 대란 해결, 4대강사업 저지, 농민도보순례행진단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출정식에는 이광석 의장과 박민웅 전농 부산경남연맹 의장, 서정길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 장병길 창녕농민회 회장, 김영우 전농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또 한국대학생연합 통일대행진 참가 대학생들도 참여했다.
이환문(42)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40)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7월 22일 새벽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 올라가 4대강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고, 이날까지 15일째 지속하고 있다.
전농 도보순례행진단은 이날 함안보에 머물면서 농성 지원 활동을 벌이고, 저녁에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한다. 이어 농민들은 6일 부산으로 이동한 뒤 호남과 충청, 강원을 거쳐 오는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통일대회'에 참석한다.
이광석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넘치는 부분은 같이 나누어야 한다. 평화를 위해서는 쌀을 나누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민은 죽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했는데, 콘크리트와 차벽으로 소통을 막았으며, 이제는 강물도 보로 막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웅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4대강사업을 놓고 현장 농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있다. 정부가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서 "농지가 없으면 농민으로 살아갈 수 없으며, 생존권은 그대로 빼앗긴다. 4대강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의 10%면 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농은 이날 "민족에게 평화를, 농민에게 희망을"이란 제목의 회견문을 통해 "이명박 정권은 쌀 대란의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과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고 대북 적대 정책을 전면 폐기할 것", "'농지 수탈, 농민 퇴출' 4대강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죽음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4대강사업 현장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죽음을 멈추고 희망을 만들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보름 동안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4대강사업은 생명과 강을 죽이는 것이며, 농지를 수탈하고 농민을 퇴출시키는 반농업적 사업"이라며 "4대강사업으로 약 3만ha, 전체 농지의 1.71%가 사라진다. 이는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산기반인 농지를 감소시키는 것이며 농민들은 그만큼 농지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회견을 마친 농민들은 벼 3가마니를 낙동강변으로 옮겨 뿌리거나 던져버렸다(던진 건 1가마니). 농민들은 "쌀 농사 지어봤자 대접도 못 받고, 쌀값도 형편 없으며, 줄 곳도 없으니 강의 고기나 새들이나 먹어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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