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오후 5시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실이 개관했다. 중앙박물관 이전 개관 5주년 기념으로 개막된 조선실은 그동안 주제별 전시에서 시대별 전시로 방향을 바꾼 마지막 작업이다. 지난해 개관한 고려실에 이어 이날 조선실이 개관함으로써 고조선부터 조선시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1층에 마련된 조선실은 1163.78㎡의 면적을 갖추고 있으며 1실은 '조선의 건국과 제도정비'라는 타이틀 아래 태조 이성계 어진, 관상감 측우대, 군기시터 출토 승자총통, 이응태묘 출토 원이엄마의 한글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를 전시하고 있다. 2실은 '사림의 성장과 대외관계'라는 명제 아래 율곡 이이 남매 분재기, 난중일기, 조선통신사행렬도, 임진왜란 당시 착용했던 유성룡의 갑옷과 투구를 전시하고 있다.
그밖에 3, 4, 5실은 단성현 호적대장, 김홍도의 풍속화첩, 대동법시행 기념비탁본 영조어진, 준천계첩, 정조가 심환지에게 쓴 편지, 혼천시계, 박지원의 열하일기, 척화비, 고종 어진, 오얏꽃 무늬를 수놓은 표피, 데니 태극기를 전시하고 있다.
먼저 세상 떠난 지아비에게 보낸 원이엄마의 편지와 미투리이날 개관한 조선실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에게 보낸 원이엄마의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짠 미투리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편지는 1998년 경북 안동시 정상동 이응태의 묘에서 발굴되어 안동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오다가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실 개막을 계기로 고향을 떠나 처음 바깥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편지는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과의 사별을 슬퍼하는 애절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또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을 넣어서 짠 미투리가 함께 발견되어 조선시대 부부 사이의 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소재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비롯한 언론 매체들이 보도하여 세계인을 감동시킨 소위 '조선판 사랑과 영혼' 이야기의 원본 자료이다.
조선시대 태극기와 오얏꽃 문장 표피5실에는 한국전쟁 시, 국외로 불법 반출되었다가 국내에 반환된 표피(豹皮)와 최초의 태극기가 전시되어 있다. 이 표피는 그동안 '명성황후 표범 양탄자'와의 동일품 여부로 주목을 끌어왔던 유물이다.
최근 전문가들에 의해 감정이 이루어졌는데 표피에 장식된 이화문장(李花紋章)의 형태에 의해 대한제국기 이후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유전자 분석에 의한 종 확인과정에서 북중국표범의 표피를 사용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 유물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하여 당초 48 조각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이 양탄자가 실제 총 107조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닥면의 붉은 색 천과 오얏 꽃 문양의 소재는 모두 '융'(플란넬)이라는 직물임을 확인했다. 이 유물 역시 이번 조선실 개막에 맞추어 일반에 최초로 공개전시되었다.
고종의 외교 고문 데니가 소장했던 태극기는 고종 27년(1890)에 제작된 것으로 그의 후손이 기증했고 이날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조선실이 개관된 8월 5일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