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청에 업무추진비 정보공개 청구를 한 지 무려 한 달이 넘었다. 정보공개 청구요건이 합당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공개결정 통지까지 했다. 하지만 광산구청 관계자들은 자료를 주기는커녕 갖가지 핑계를 대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오마이뉴스>가 계속 자료요청을 하고 있는데도 29일자로 "기한이 지나 종결했다"는 허위 발표까지 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7월 2일 광주 광산구에 '구청장 권한대행 기간 동안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6·2지방선거에 현직 구청장이 사퇴를 하고 출마하면서 부구청장들이 권한대행을 하는데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등 문제점이 많다는 제보를 받고서였다. 당시 전갑길 구청장은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위해 2월 19일자로 사퇴한 상태였다.
주기로 한 자료는 안 주고 "만나서 얘기하자"만 되풀이제보 내용대로만 기사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사실확인을 위해선 정보공개 청구가 필수적이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 10일만인 7월 13일자로 전자우편 공지가 왔다. 요청한 내역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공개하겠다던 자료는커녕 어떤 연락도 광산구청으로부터 오지 않았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관련 자료 복사 등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때문이라도 담당자가 청구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아무 연락이 없자 먼저 전화를 걸어 공개하기로 한 자료는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담당 직원은 새로 업무를 맡아서 경황이 없었다며 엑셀 파일을 메일로 보내왔다.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한 줄로 쭉 정리된 모두 6쪽에 불과한 엉성한 자료였다. 요청한 기간도 2월은 삭제한 채 3월부터 시작하고, 증빙자료 하나 없는 그냥 '엑셀 파일'이었다.
직원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정보공개 청구한 내역 그대로 정식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그 자료들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관련 자료 680장을 복사하고 있다, 다음 주까지는 줄 수 있다"고 약속했다.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7월 28일 김아무개 담당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 팀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시간이 있는지를 물었다. "자료만 주면 되지 왜 만나려고 그러느냐"며 재차 자료를 빨리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팀장은 "사정이 있다, 부구청장에게 담당 직원이 보고를 안 했다"고 핑계를 댔다.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정보공개 결정은 팀장인 그와 최아무개 총무과장의 결재를 통해서 이뤄진 일이다. 부구청장에게 보고를 하더라도 과장이나 팀장이 할 일이지 말단 직원이 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보고를 하고 말고는 자기들 내부문제지 정보공개 청구를 한 이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김 팀장은 계속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더 이상 길게 얘기할 사안이 아니란 판단이 섰다. "공개해서 부끄러울 일 없으시죠? 그럼 요청한 자료부터 주세요"라는 말로 전화를 끊고 또다시 시한 약속을 받았다. 다시 일주일을 기다리기로 했다.
총무과장은 보류시킨 채 휴가... 알림판엔 '청구자 연락없어 종결했다' 약속한 시한 8월 4일이 됐다. 아무리 기다렸지만 끝내 자료도 오지 않고 연락도 오지 않았다. 5일 광산구청 총무과로 전화를 했다. 담당직원을 아침부터 찾았지만 자리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메모도 남겼지만 연락조차 없었다. 오후 4시 넘어 다시 전화를 했다. 또 자리에 없다고 전화를 받은 여자 직원이 말했다. "그 분은 종일 자리를 비우시네요?"하고 말하자 그 여직원은 "예"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 태연한 대꾸에 참으로 황당했다.
직속상관인 김 팀장과 어렵게 연락이 됐다. 김 팀장은 이번에도 사연을 말했다. 상관인 최아무개 총무과장이 자료 주는 것을 보류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최 과장을 바꿔달라고 하자 휴가 중이라고 했다. 휴가 중인 과장이 나와 만나보고 난 이후에 주든지 말든지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화가 치밀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예인들이시냐, 왜 그렇게 자료 대신 얼굴 보여주는 걸 좋아하시나, 자료만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자료를 주려면 수수료가 얼마인지 말해줘야 낼 것 아니냐, 수수료부터 말해 달라"고 했다. 김 팀장은 바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아무 연락이 없었다. 광산구청에 전화를 했다. 김 팀장도 자리에 없다고 했고, 담당 직원도 자리에 없다고 했다. 휴대전화도 물론 받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억지요구를 한 것도 아니다. 절차를 무시한 것도 없다. 불법이나 탈법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러는 것일까. 한 달 넘게 그들에게 휘둘린 나를 보며 자존심이 무너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너무 수상했다. 왜들 이러는 것일까?
정보공개 사이트 들어가서 내가 청구한 내역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조회를 해봤다. 이런 세상에! 정보공개 처리 상태에 7월 29일자로 '10일 초과 종결'이라고 버젓이 적혀있는 게 아닌가. 정보를 공개해주려고 했지만 10일이나 지나도록 청구자인 내가 아무 반응이 없어서 종결했다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한 달 동안 온갖 핑계 다 대가며 업무추진비 공개를 미뤄온 그들이 되레 청구자가 아무 연락이 없어서 종결한다고 거짓알림을 올려놓은 것이다. 전형적인 '사기행정'이다. 이를 대놓고 자행하는 무모함에 섬뜩함마저 느꼈다.
합법적 절차를 밟아 청구한 업무추진비 정보공개 요청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광산구청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공개하겠다고 결정한 자료를 주기는커녕 거짓알림까지 하며 '사기행정'을 자행하고 있다. 정말 무슨 이유로 이들은 그토록 공개를 꺼리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까지는 또 갖가지 핑계와 사기행정을 당하며 싸워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마음 단단히 먹고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싸우기로 했다. 이는 기자이기 전에 시민으로서 나의 권리이기 때문이다.